별리3

시놉시스3

by 산돌림



다혜는 실웃음을 흘렸다

지금 누군가가 먹을수 있도록 반찬을 만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눈물나도록 우스웠지만 그녀에게 마지막 남은 자존심은 대성통곡을 허락하지 않고

그저 실웃음을 흘리게했던거였다


요리를 끝내고 소파에 앉은 다혜는 물끄러미 티비장식장위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십년전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자신의 미소짓고 있는 모습이 남편의 화장끼 섞인 어색한 웃음과 함께한 결혼사진이었다

그 부자연스러운 미소의 사진속 남편의 모습은

다혜의 지금 심정과는 상관없이 꽤 귀여웠다


짐은 미리 정리해두었었다

외출복까지 입고도 몇가지 반찬을 해놓은건

길어질지도 모를 이번 여행으로 인한 그녀의 빈자리를 조금이라도 메꾸어 주리라는 생각은 절대 아니었다

어쩌면 몸이 본능적으로 그리하라고 시켰을지도 모르지만 다혜는 일종의 마지막 예의라던가 정리를 위한 요식행위쯤으로 생각하기로했다

그것이 실없는 웃음에 대한 답이 될것이니까


*


당돌한 그녀의 문자가 온건 한달전이었다

무조건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그녀의 집요함에

집근처 카페에서 만난 그녀는 한 낮과는 어울리지 않는 놰쇄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이런 매력은

당신의 남편과 난 사랑하는사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그 순간의 황망함을 조금이라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그래 너 정도는 돼야 내 자존심이 덜 구겨지겠지라는

통속적인 생각이 그나마 이 상황을 이성적으로 이해시켜주고 있었던것이었다


당분간은 남편에게 우리가 만났다는것을 이야기하지 말것을 당부하며 그녀와 헤어지고 나온 오후의 거리는

늦가을인것을 알리려고 바람이 차갑게 걸어다녔다


*


차키를 집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떠난다는것은 아무래도 기차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서울역으로 향한 다혜는 무작정 심리적으로 서울과 가장 먼것같은 부산행 기차표를 끊었다

아는이도 없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사실이 더 그곳으로 가고싶게 만들었다

오롯이 혼자이고 싶어서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좌석에 몸을 파뭍다시피 앉고난후 다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승객들이 속속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각자의 목적만큼씩의 짐들이 손에 들려있었고

그만큼의 시간들이 주어졌을 사람들은 다혜처럼 혼자인 사람들이 많았다


며칠전부터 이야기좀하자는 남편의 문자가 몇개 찍혀있는 휴대폰을 일찌감치 꺼버린 다혜는 뜨거운 커피가 다 식도록 그저 객실안을, 시선을 앞으로 한채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잠시후 열차가 리듬감있는 진동을 시작했고

다혜는 오지도 않을 잠을 청하기로했다

망각이 자신의 혼란을 조금이라도 진정시켜주길 바라면서


*


출장가는것으로 보이는 남자가 하차한다며 일행들과 인사하는 소리에 눈을 뜬 다혜는 불현듯 자신도 내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딱히 종착역까지 갈 이유도 없었거니와 이미 오지도 않는 잠으로 충분히 지겨운 시간들이었기때문이었다

내리는것도 그냥 가는것도 아무래도 좋을정도로 하나의 느슨함이었고 그것이 마냥 다혜에겐 신기할정도로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대전을 출발한 열차안에서는 조금전 하차한 남자의 일행중의 여자가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것이 보였다

다혜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남자의 뒷모습을 쫓던 눈길과 옆에 앉은 남자의 다정한 행동,여자의 깊어진 눈동자등은 다혜로선 쉽게 추론할수 있는 그들의 복잡한 감정의 선들을 느낄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록 약간은 다른 상황일지라도 자신의 처지와 비견되며 몹시도 공감을 할수있는 감정들이었다

이런 혼란속의 사념들로 머리가 어지러워질때쯤이었다


거대한 충격이 다혜의 몸을 강타했고

다혜는 끔찍한 두려움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


며칠이 지났는지도,몇시간인지도 모를 시간들이 지나고 눈을 뜬 다혜는 비현실적인 공간을 인식하려고 노력해야했다

그리고 그 비현실의 중심엔 떠나고자 했던 주체로서의 남편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편은 의식이 돌아온 다혜의 모습을 보고 왈칵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굳세게 다혜의 손을 잡았다


통증인지, 아련함인지 모를 감각속에서 다혜는 힘없는 손에 모든 힘을 모아 남편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려고 했다

용서니,이해니 하는 행위는 사치였다고 느끼며

다혜는 한없는 자유를 병실의 침대에 누워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진정으로 떠나갈수있다고, 모든 과거와 현재의 시간들로 부터 벗어날수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죽을뻔했던 열차사고의 기억은 그닥 잘 나지도 않았고 알고싶지도 않았다

웬지 다혜는 자꾸 실없는 웃음이 나려는걸 간신히 참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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