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리2

시놉시스2

by 산돌림


반갑지 않은 전화가 온건 결국 원치않은 짧은 여행으로 이어졌다

성훈은 아버지의 목소리에서 거부할수 없는 단호함을 느꼈으나 마음은 계속 이번 부산행을 거부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완고한 성품과 가업인 비린내나는 생선가게의 일상이 너무나 싫어서 택했던 독립과 서울생활이 어느덧 십여년이 되었고 명절때가 아니면 일부러라도 찾지 않던 부산이었다


여장은 최소한으로 챙겼다

최대한 빨리 되돌아오려는 본능이 그렇게 시켰다는걸

성훈도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독자였던 성훈에게 아버지의 기대는 크지는 않았으나

소박한 간절함이 있었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아 평생을 지켜왔던 삶의 터전을 다시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음이 성훈 아버지의 그 간절함이었으나 아들은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던것이었다


성훈은 기차에 오르며 어떤 결단이 아버지의 입에서

"꼭 할말이 있으니 조만간 내려오거라"라는 말을 하게 했는지 무겁게 추리하고 있었다


*


마주앉는 좌석이었다

객차 한가운데 유일하게 마련된 마주보는 자리가

하필이면 혼자인 성훈에게 배정된 자리였다

그저 창가자리로만 달라고 창구에서 말했던것이 기억났고 조금은 후회가 되었으나 성훈에게 지금은 자리보다는 아버지의 심중이 더 중요했기에 이 약간의 불편은 오히려 그 중요함을 상쇄시켜주는 반대급부마져도 가져다 주었다


회사원으로 보이는 세사람이 나머지 세개의 좌석을 채우고 나서야 열차는 출발했다

성훈이 있건없건 그들의 대화는 이어졌고 성훈은 좌석을 조금 제껴 오지도 않을 잠을 청했다


눈을 감자마자 십여년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생각이 떠올랐다

갑자기 찾아온 어머니의 부재는 성훈에겐 아버지의 뜻을 거스를수있는 빌미로 작용했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가게의 형편상 누구보다도 성훈의 손이 필요했었으나 오히려 그 마음의 바쁨은 성훈을 멀리하게 했었다


어머니의 손때 묻은 곳곳의 흔적을 견딜수 없었다는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성훈은 자신의 가게에서의,아버지의 기대에서의 부재를 항변했으나

사실 일에 쫓기며,일에만 신경쓰고 살아왔던 완고하고 무뚝뚝했던, 어머니의 죽음앞에서도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던 아버지의 성품에 대한 반항이 더컸슴을 성훈도 알고있었다


잠시 잠이 들었던 성훈은 가게뒤 부둣가로 들려오던 농어잡이배의 뱃고동소리가 들렸던것도 같았다

낚시꾼이 버리고 간 잡어의 생선내장을 차지하려는 갈매기의 날갯짓도 본듯도했다


왁자지껄한 시장한켠의 가게앞에서 구부정하게 앉아 자리를 지키던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던 순간 성훈은 옆자리의 남자가 하차를 위해 내린다는 대전역에서 눈을 떴다


그들은 부산에서 합류하기로 손인사를 나누며 헤어졌고 다시 열차가 출발하는 순간 성훈은 앞에 앉은 여자의 눈길이 차창밖의 남자를 쫒는걸 보았다


*


무시무시한 굉음이 들린건 대전을 출발한지 이십여분후였다

비명소리가 들려온다고 느끼기도 전에 객차는 거대한 손아귀가 걸레를 쥐어짜듯 비틀어 지는것이 보였고 좌석이 허공을 날라다니고 깨지는 유리창과 열차밖으로 튕겨져나가는 사람들,이리저리 부딪히고 몸이 꺾여버리는 사람들로 객차안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성훈도 거대한 충격에 흔들리다가 기울어져 탈선되고있는 열차를 느끼며 어떻게든 몸의 중심을 잡아보려고 무언가를 잡으려 손을 내밀었다

순간 앞좌석의 남자가 여자를 보호하려는듯 붙잡으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여자의 몸은 휴지조각처럼 힘없이 허공에 솟구쳤다가 열차밖으로 내팽개쳐졌고 성훈은 머리를 어딘가에 부딪히고 기절을 했다


정전된 전기가 다시 들어오듯 암흑속에서 눈을 떴을때

성훈의 귀에는 멍한 둔탁한 소리만이 들렸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앰뷸런스의 싸이렌소리들이 저음으로 먹먹히 들려왔고 간신히 의식을 차리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고통이 머리를 찌르듯 느껴졌다


머리에는 크게 붕대가 감겨져 있었고 다리에도 부목과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병원 침대에 누워있다는 것을 인식할때쯤 조금 떨어진곳에서 한 남자가 다른 남자를 부여잡고 통곡하는것이 보였다


그들은 성훈과 같은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었다

의사와 간호사가 다가왔고 성훈에게 무언가 주사를 놓자 성훈은 다시금 깊은잠에 빠져버렸다


*


손에 따듯한 온기가 느껴졌을때 성훈은 깊은잠에서 깨어났다

손에 전해진 온기의 주인공은 아버지였다

평생 다정한 말 한마디없던 아버지의 눈은 충분히 젖어있었다


아득한 통증과 묘한 포근함을 동시에 느끼며 성훈이 아버지를 쳐다보자 이 포근함이 어머니에게서 느꼈었던 것임을 성훈은 알수 있었다


갈증을 느끼는 메마른 입으로 성훈이 간신히 입을 열고 말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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