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리 1

시놉시스

by 산돌림



철로위에 육중하게 올려진 기차바퀴는 때마침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더욱 스산하게 만들만큼 섬뜩하게 보였다

쇳덩이의 무거운 질감이 묘하게도 목덜미를 짓누르는걸 느끼며 현수는 기차에 올랐다


회사동료들과 출장을 가는 길이었고

현수는 즐거움과 답답함을 동시에 느끼는 복잡한 심정이었다


철민과 샐리는 회사동료이자 후배였다

이번 출장에 함께했고 둘은 연인이기도했다

질서정연함을 위한 사각의 사무실안의 궤적을 벗어나서였을까 둘은 시종일관 즐거워했다


짐칸에 가방을 올려놓고 마주앉아서 보는 둘은 현수의 눈길을 조금은 신경쓰는듯 조심스럽긴했지만 연인사이라는것은 숨길수없을만큼은 다정다감했다


"선배님은 몇시쯤 부산에 도착하실건가요?"


철민이 현수에게 말을 건넸다

대전지사를 들른후 부산으로 다시 가야하는것이 현수의 일정이었고 바로 부산으로 가는 철민과 샐리는

그 합류의 시간을 물어온것이었다


"아마도 꽤 늦겠지..."


철민은 문득 현수의 나즈막한 목소리를 신호삼아 창문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철민은 알고 있었다

사랑이란건 숨길수있는 감정이 절대아니어서

현수가 샐리를 좋아하고 있다는것을 눈치채고 있었던것이었다


샐리도 이것을 알고 있을까?

확인이라도 하려는듯 슬며시 철민은 샐리의 손등에 자신의 손을 포개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듯 샐리는 상큼한 눈웃음을 보냈고

천진난만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철민이 바라본 현수는 샐리를 향한 감정의 수위를 최대한 조절하며 샐리의 수다에 가끔씩 추임새로 답하며 경청을 하고 있었다


그모습을 바라보던 철민은 한달전 회식자리에서 현수가 문득 자신에게 한말이 떠올랐다

술을 별로 잘 마시지 못하던 현수가 꽤나 취한 상태로

철민에게 조용하게 한말은 이것이었다


"저 아이...잘 지켜줘..."


*


샐리는 현수의 듬직함이 좋았다

그것은 아버지에게서 느끼는 안정감같은것이었다

그래서였다

현수의 눈은 동료나 후배이상의 관계를 소원하는걸 벌써부터 알고 있었지만 샐리에게 현수는 오롯이 아버지같아야했고 그이상의 감정을 허락한다면 자신이 느끼는 좋은 감정마저 훼손될듯한 두려움이 앞섰기에 애써 현수의 마음을 외면했다


그리고 철민이 자신에게 다가왔을때

현수에게 미안함보다는 현수의 존재의 의미를 정당화

시키며 철민을 받아들였던 것이었다


그렇게 기차는 세사람의 마음로 더욱 무거워진채

풍경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


대전역이 가까와졌다

현수는 조금전 샐리가 건네준 음료수의 마지막 한모금을 비우려고 입으로 가져가다가 몇방울 옷에 흘렸다


샐리가 휴지를 들고 옷을 닦아주는걸 바라보며

현수는 입안의 음료로는 절대 풀리지 않은 갈증을 느껴야했다


그 갈증을 피하고 싶어서였다

현수는 벌떡일어나 짐을 내렸고 아직 여유가 있는데도 내릴문쪽으로 향했다


저녁에 다시뵐게요라는 철민과 샐리의 인사에 뒤돌아보지도 않고 손을 흔드는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현수는 열차에서 내려 승강장을 휘적휘적 걸어갔다

다시 출발하는 기차창문안에 언뜻 자신을 쳐다보는 샐리의 얼굴이 보이는것도 같았다


*


뉴스에서 샐리의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현수는

정신없이 택시를 타고 대전 부근의 병원으로 향했다

전쟁터같은 병원응급실엔 수많은 부상자들이 누워있었고 간호사와 의사들의 다급한 목소리속에서 현수는 철민을 찿고 있었다


현수가 내린 기차가 대전을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형충돌사고가 벌어졌고 뉴스에서는 사망자와 부상자의 명단이 계속 발표되고 있었다


응급실 한쪽구석 의자에 힘없이 앉아있는 철민을 발견한 현수가 황급히 다가갔다

겉으로 보기엔 크게 다치진 않아보이는 철민이 현수를 보고는 자리에서 주춤거리며 일어섰다


현수는 말없이 다가가서 철민앞에섰다

그리고 손으로 철민의 가슴을 때렸다

때리면서 현수는 절규해야했다


"내가 지켜주라고 했잖아! 내가 지켜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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