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같은 친구
<친구>
고등학교를
다른 친구들보다 한달 늦게 입학했다
몸이 아파서는 아니었다
중학교 3학년 겨울 방학에 나쁜짓을 했고 난 법의 구속력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화 친구에서 유오성이 했던 독백같던 대사가 내 인생의 오점인 그 일의 이기적이고,유일한 변명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삼촌들이 좋았다
내가 나쁜짓을 해도 머라 하는 인간들이 없던거야 아마 그중에 한 놈이라도 나를 혼냈다면 난 아마 다른 사람이 되어 있겠지-
나또한
놀라우리 만큼 내게 주어진 방관과
자유를 특권인것 마냥 즐겼고
가증스럽게도 집에는 그 못됨을 철저히 숨겼었다
한가지 더 핑계를 대자면
그 어린 나이에 무엇을 알았으랴
옳고 그름의 기준은 친구들이었고
좋고 나쁨의 선별적 취득도 오로지 친구였다
그때의 내겐 동네의 다분히 폭력적이고 삐뚤어진 가치관을 형성하기 시작한 그들이 유일한 구원같았으니까
그렇게
동네의 패거리들과 어울려 어른 흉내 내는것에 급급했던 아이는 실로 혹독한 댓가를 치루어야 했다
구치소와 청소년감별소를 거쳐
뒤늦게 나를 받아준 학교에 입학했을때
매서운 세상을 조금 경험했다고
나의 눈매는 형님의 말이라면 회칼로 사람도 찌를수 있는 겁없는 새내기 건달 마냥 날카로와져 있었던가보다
눈에 독이 품어져 있었던거다
그래서
같은반 친구들은 내게 다가오길 꺼려했고
나또한 제발 내게 다가오지 말라고
날선 경계를 그려놓고 있었다
고1의 시간은 그렇게 철저히 내가 만든 굴레속에서 고독했었다
고독함과 다름의 어두운 동굴안에서
그나마 외롭지 않게 해준건 머리속을 헤집고 다니는 무수한 낱말과 문장이었고 난 그것을 잡아보려고 수학교과서의 빈공간을 빼곡히 낙서로 채워갔었다
이런 나를 시린 눈으로 보았던 친구가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후 작년에서야
이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그는 기억조차 못하고 있었던 일을 내가 이야기 하자 깊은눈으로 날 보며 그저 웃었다
나와 그 사이에 벌어져 있던 시간의 폭들은 그를 선생님으로 만들었고
30년이나 나의 집 근처에서 살았다는 사실은 나를 충분히 반성케 했었다
-어찌보면 넌 날 구원해준 녀석인데
이제서야 내가 널 찿았구나
미안하다
나의 무관심과 배덕함을 꾸짖어 다오-
나의 오열과도 같은 회한에 그는 또 말없이 그저 웃었다
전교조 활동을 왕성하게 했던 그는
세번이나 경찰에 연행되었고
옳은말을 하는것이 죄가된다는
웃기지도 않은 법때문에 전과자가 되었고 그 댓가로 감시와 요주의 인물이라는 딱지를 현재진행형으로 달고 산다
고2가 되었고 그는 1학년때와 마찬가지로 나와 같은반이 되었다
-넌 미래가 없다는 듯이 산다-
단 한마디였다
그가 수업이 끝나고 멍하니 앉아있던 나를 보고 던진말은. .
그 말 한마디에
난 다리에 힘이 풀림을 느꼈고
내가 치루어내야 했던 혹독하고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이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내었던 얼음 궁전이었슴을 소스라치게 깨달아 버린거였다
그는 지금도 공권력의 감시 대상이며
부패한 교육계의 기득권자들에겐 눈엣가시다
평범하게 소셜네트워크를 즐기지도 못한다
자신과 소통하는 이 마저도 곤경에 빠트릴수 있다는게 그의 저어함이다
국정교과서 반대를 외치는 그가 잠시 TV뉴스에 비춰졌을때
그래서
고맙고도 미안했다
그가 가지지 못한 익명성을 난 마음껏 누리고 있었으니까
그 짧고도 긴 한마디 이후 그와 난 꽤 친해졌고 내가 스스로 전족화했던 쾌활함과 긍정성도, 분노와 아집으로 세웠던 가슴속 철조망도 천천히였지만 풀어나갈수 있었고
그 결과는 학업 성적 상향과 친구들의 증가로 이어졌다
꼴찌를 도맡아 하던 내가
4년제 종합대학에 입학하는
이적같은 일이 일어났을때
난 그의 공로인줄은 당시엔 몰랐었다
그는 이렇게 내게 소중한 친구였노라는 나의 자백에,
이젠 돌아가지 못할 그 어린 날의 추억에,
옳다고 믿는것을 행하고 그것을 위해 사람으로서 소소히 누려야 할것도 포기한 그 시간들 때문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쓴소주의 힘을 빌려 잠시 눈가를 적셨더랬다
얼마전 혼자 살고 있는 그의 집에 조명등을 바꾸어 주러 갔었다
오래된 연립주택의 3층
방두개짜리 그의집은 단촐한 살림살이들이 작은집을 오히려 여유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었고 그의 취미인 피아노가 거실을 홀로 쓰고 있었다
눈에 띄는건 방 하나를 가득 메운
음악시디들이었는데 그는 내가 그것을 보고있자니
-하나씩 다시 들으려면 계속 들어도 십년은 걸릴거야 하하 -
너스레겸 자랑을 했었다
그리고 다른방은
아예. . 책방 이었다
-너 잘살고 있구나-
-머래냐? 결혼도 못하고 혼자 사는 놈한테 하하-
요즘 이 친구를 자꾸 자랑하는 버릇이 생겼다
이 친구 자랑을 할려고 하면 이야기도 길어지고 나의 회색빛 과거도 들쑤셔야 하는데 그래도 난 이 친구가내 친구라고 자랑하고 싶어진다
그가 좋아하는 클래식의 명곡과도 같은 향기와 감동을 주는 친구. .
그리고 지금 난 신림역 한 귀퉁이에서 이 친구이야기를 당연히 하게될,
이 친구를 기억속에 공유하고있는
또다른 친구 한명을 기다리고 서있다
무려 30년 만의 만남이다
난 친구가 좋다
조심스레 한번 볼까 라는 내말에
그러자꾸나 흔쾌히 손내미는 친구
누구에게라도 자랑하고픈 친구
소주 한잔 사달라고 조르고 종작에는 내가 사주는 친구
그런 친구가 좋다
오늘 이 친구를 만나 음악을 듣기로 했다
그리고 듣고 있다
친구의 얘기를 한가득 담은 음악을. .
30년만의 만남에 그저 난. .
요즘 표현으로
. . . 쩔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