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이
爱say
어젠 후배를 만났다
내게 선배같은 후배이다
취미를 붙이기 시작한 통기타의 스승님이기도 하다
진정 그가 좋은 이유는
참. . . 사람답다는것이다
예전엔 고아원이라 불렸던 곳, 지금은 명칭이 바뀌었다던데
하여간 18세가 되면 정부지원금 500만원을 받고
평생을, 적어도 10년가까이 살았던 보금자리를 강제로 떠나야하는. . 이른바 성인이 될 고아들에 대해 후배는 진심어리고 구체적인 걱정의 말을 했다
그들을. . 현실적으로 돕고 싶다고
그의 얼굴을 보며 창피해서 하려다가 말았던 이야기를
지금 해보는것은. .
그가. . 또 내가 아직은 爱...사랑을. .say 말할수 있는. .
자격이 있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
신선했다고 할까?
소녀의 경상도 사투리는 통통 튀었다
그 말투가 신선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어매요~100원만 깍아 주이소~~~"
옥수수를 좋아했던 소녀는 3개에 1000원하던 삶은 옥수수를
기어코 900원에 사곤했다
옥수수를 팔던 시장한켠의 할매는 이런 소녀를 참 좋아했다
붙임성이 많았던 소녀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해도
절대 그냥 가는법이 없었다
할매의 다른 상품을 집어 먹기도했고 손님들에게 물건도 팔곤했다
그런 소녀가 나도 참 신선하게 좋았다
소녀는 나를 오빠라고 불렀다
그러나 난 소녀가 나와 나이가 같음을 아버지를 통해 들어서. . .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빠야~~~"
이렇게 시작되는 소녀의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오빠가 되기로했다
소녀의 이름은 숙이였다
성은 모르고 이름만 안다
진숙일지도 현숙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냥 숙이라고 불렀다
아버지의 고향 상주에서 온 숙이는 그냥. . 숙이가 되었다
난 숙이라는 이름도 참 좋았었다
내가 중3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우리집에 오게된 숙이는
내게 선물 같았다
어미는 집을 나가고 아비는 매일을 술과 노름으로 살았나보았다
아버지의 외가쪽 먼 친척의 딸이던 숙이는 그렇게 고아가 아닌 고아가 되어 서울, 우리집으로 왔다
예뻤나고?
정말 예뻤다
시골소녀같지 않게 흰 피부에 눈은 크고 검은 눈동자가 가득했다 대충 길러 뒤로 질끈 동여맨 숱많은 머리카락아래에 가끔 쳐다보다 화끈 놀라던 목덜미가 정말. .예뻤다
우리집에서 같이 살거라했다
속으로 너무 기뻤다
내가 기뻐한만큼 숙이도 날 잘따랐다
숙이는 한번도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지도 않았었다
언제보게될지 알수도 없을 제 엄마와 아빠 얘기도 서슴치 않았고 모든 놀이와 집안일에서도 숙이는 주인공이 되어갔다
동네친구들 사이에서도 숙이는 인기가 많았다
경상도 억양의 재잘거림은 그 자체로 한개의 컨텐츠였었다
거기에 숙이는 상당하게도 글래머로 커가고 있었다
이성에 대해 걷잡을수 없을 정도의 환상을 가지고 있던,
그렇게 발육하고 있던 친구들이었고
난 왠지 녀석들로부터 숙이를 보호하고 싶었다
무엇으로 부터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도 모른채로. .
*
숙이가 우리집에 온지 두달째
더운 여름이 찿아왔다
방학이 시작되었고 숙이와 난 더 많은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학교를 다니지 않았던 숙이는 내가 학교에 가있는 시간동안 혼자 그렇게도 심심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내게 붙어있다시피 했고 나도 그것이 좋았었다
여동생들은 숙이를 잘 따랐지만
어른이 된 먼 훗날. . 질투가 났었다는 말을 했다
열대야가 찿아오면
난 옥상위 평상에 텐트를 치고 그곳에서 밤을 보냈다
음악도 듣고 멍하니 밤하늘을 쳐다보다가 텐트안에서 잠을 청했었다
집은 비좁았고 더웠다
나와 동생들은 우리만의 공간이 필요했던 나이였었고
여름날의 텐트는 잠시나마 부족한 공간을 만들어 주었었다
숙이도 여동생도 옥상위 텐트를 정말 좋아했다
방 두칸에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둘까지 같이 살았으니
아버지 또한 우리들이 밤으로의 여행을 옥상위 텐트로 떠난것을 용인했다. . 아니. . 어쩔수 없었을지도 몰랐다
그 밤도 별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친척집에 놀러가서 자고 온다는 여동생들 덕분에
옥상위 텐트엔 숙이와 나뿐이었다
움직이기만해도 땀이 나던 낮의 날씨는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시원한 바람이 우릴 감쌌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잠이 들었는데
문득 잠에서 깨었다
숙이의 얼굴이 코앞에 있었다
내가슴에 손을 얹고 새근거리며 자고있었다
눈을 감고있는 숙이의 얼굴은 성숙했다
난 몹시 당황스럽게 한껏 발기해버린 육체덕에 온밤을 한숨도 못자고 뒤척여야했다
당시로선 꽤나 빠르게 여친을 사귀고 있었고
그 여친에 대한 의무감만 아니었다면
. . . 숙이와 내게 그날은 어설픈 처음이 되었을지도 몰랐다
(이부분이 어제의 후배에게 창피했었다)
*
숙이는
내게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여름방학이 끝난 어느 가을날
모를곳으로 식모살이를 떠났다
수양딸겸으로 간다는 어른들의 말은 원망스럽기만했다
한동안 아버지와, 조부모님과 말도 잘안했다
자꾸만 숙이가 생각났다
"오빠야 보래이~~내캉 키차이도 벨로 없다 아이가?
니 오빠 맞나? 호호호~"
나와 동갑내기 숙이는 짧은 시간동안 내게 다가왔다가
큰 기쁨과 더 큰 아픔을 주고 떠나갔다
그 여름밤의 텐트속에서 나의 팔을 베게삼아 잠을 자던 숙이가 잠꼬대로 한 한마디는 지금도 너무 선명하다
". . . 엄마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