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비" 대신 "생존 소비"
환경보호와 도덕성의 연결을 멈춰야만 하는 이유
저는 오래전부터 "착한 소비"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지구를 위한 착한 소비
여기저기에서 많이 사용하는 말입니다.
우리 모두 위기에 처했는데 착한 소비라는 단어는 그야말로 너무 착한 단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순해요. 안 하면 안 될 것이 아니라 도덕적인 사람이라면 해주어야 하는 것쯤으로 이 단어는 너무 순하게 들린다는 것이죠.
그럼 착한 소비라는 말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요?
Conscious Consumer(의식 있는 소비자)
해외에서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의식 있는 소비를 하자는 뜻으로 생긴 신조어입니다.
한마디로 환경의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선 "착한 소비자"로 해석되어 쓰이고 있는 것이지요.
제가 환경만화 위시에코를 그리면서 착한 사람으로 오해를 많이 받는 것처럼, 환경보호를 하는 의식 있는 행동을 착한 행동이라고 동일시하여 이렇게 쓰기 시작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끓고 있는 지구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일부 소비자들은 알아서 친환경 제품을 쓰고 있지만, 친환경 소비는 일부 사람들의 일로 남으면 안 됩니다.
자꾸 지구를 위해 착한 소비를 하라니, 나서서 친환경 제품을 쓰고 있지 않은 나머지 대중에게는 아래와 같은 마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먹고살기 바쁜데, 착하기까지 해야 해? 그냥 싼 거 사야지."
먹고살기 바쁘니까, 착한 일쯤은 바쁜 나보단 여유 많은 사람들이나 해주면 되는 일로 치부되기 쉬울 거란 말입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지구를 위한 착한 무언가 라는 표현을 제발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지구가 아니라 지구에 사는 우리를 포함한 모든 생명의 생존을 위한 소비입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벌써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하루에만 몇십 명씩 나오고 사망한 사람은 2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배라고 하네요.
다른 나라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유럽에서는 일주일 만에 1만 명이 사망했고 인도에서는 100명이 사망했습니다.
인류멸종은 진행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멸망을 기다리는 것만큼 무기력한 일도 없지요.
언어부터 바꾸면 더 위기의식이 강해집니다.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로 바꿔 쓰고 많은 사람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 것처럼요.
"기후위기"라는 강력한 단어와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으니 당장 착한 소비란 말을 생존소비로 바꾸어야 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라도 착한 소비 대신 생존소비란 말을 써주시면 어떨까요?
비록 저라는 한 사람에게서 시작했지만 여러 사람이 모이면 큰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