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천국과 지옥
천국과 지옥이 있을까. 영화에서는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그리고 '현실'이 '지옥'이라 한다. 인간인 당신들이 발 딛고 살아가는 그 땅이 헬조선, 바로 이 땅이 바로 지옥이라고. '눈에 보이는 족족 지옥'이다.
헬조선에서 우리는 각자의 천국을 만들고, 지옥을 만든다. 그런 각자의 영역에서는
"니들끼리 애틋한 거, 내가 제일 관심 없는 거." 라 냉소한다. 각자의 영역에서는 나의 천국과 나의 지옥일 뿐이지 나와 너의 천국과 나와 너의 지옥이 아니기 때문이다.
2. ‘네 사람’을 통해 말하는 믿음의 ‘네 가지’ 예
앞서 말했듯 내가 천국에 살든, 지옥에 살든 삶은 철저하게 각자의 영역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우리는 무엇을 믿고 사는가? 영화를 끌고 나가는 개성 있는 캐릭터를 통해 믿음에 대한 예가 나온다.
영화의 주된 서사이기도 한 ‘이선생을 잡겠다.’는 믿음으로 살아온 원호(조진웅 분)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선생을 안다. 오랫동안. 어떤 한 인간을 존나게 쫓다 보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신념 같은 게 생기거든.
헬조선에서 ‘라이카’가 한줄기 구원이라 믿고 사는 브라이언(차승원 분)은 말한다.
모름지기 구원은 믿음 신념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했습니다. 내 아버지는 잘못된 신념을 가지면 어떻게 보여주는 예였죠.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의심하고 사는 락은 팀장님은 스스로를 믿으세요? 라 묻는다.
'믿음'자체를 의심하는 락에 대항하여 진하림(김주혁 분)은 자신을 지탱해 준 혹은 믿고 사는 사업의 법칙이란, '끝까지 의심하는 것'이라 말한다.
3. 영화가 말하는 '믿음' : 대중과 관객
네 가지 사람과 네 가지 믿음이 나왔다. 이렇듯 <독전>은 믿음에 대한 영화다. 믿음에 대한 일은 독전의 서사를 마주하는 관객에게도 적용된다. 영화는 원호가 끊임없이 묻는 ‘이선생이 누구냐.’를 생각하게끔 만든다. ‘이선생을 잡자.’ 한 마디로 원호와 함께 이선생을 잡기 위한 추격에 동참한다.
관객은 일반 대중 이기도하다. 영화 속 대중은 '사칭된 이선생'을 '이선생'이라 믿는다. 하지만, 원호와 함께 이선생을 추격한 관객은 이선생이 죽지 않은 것을 안다.
이 선생에 대한 사칭은 락이 기억하기로만 아홉 명에 달한다. 공장 화재로 인하여 머리카락이 다 눌어붙은, 평생 일만 해온 '육필순 여사', 입부터 항문까지 다 타는 걸 살아서 견딘 개 '라이카',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선생을 사칭한 만용. 이선생을 행세한 브라이언의 죄는 세 가지로 구분한다. 그리고, 원호가 그토록 찾던 진짜 이선생은 그 세 가지 죄를 '사칭한 자'의 등에 지운다. 잘못된 믿음에 대한 벌이다. 신문과 경찰이 ‘이선생은 브라이언이고, 사망했다.’로 공식 발표하기까지 대중은 그들이 내린 ‘결론’을 꼼짝없이 강제로 ‘믿게’된다. 하지만, 관객은 이 선생이 죽지 않은 것을 안다. 관객인 우리는 믿지 않는다. 세상은 결론을 원했고 그 거짓 결론을 믿었지만, 원호는 편하게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세상이 줫 같아도 관객을 위해 ‘결심’한다. 무엇을?
4. 편하게 믿지 않을 관객에게
밖은 설경이 펼쳐져있고, 벽난로 앞에 유유히 있는 락, 그리고 테이블에는 커피. 락과 원호는 총을 테이블에 얹어놓는다. 해야 할,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락이 원호에게 묻는다. 끝내야지. 그다음에요? 그다음에 원호는 무엇을 할 것인가. 독전 인스텐디드 컷을 보러 가거나, 올 관객들은 아마 이 대목에서 말하는 '다음'을 위해서일 것이다. 그다음에 무엇을, 원호는 대체 무엇을 할 것인가. 먼저 개봉한 <독전>의 총성은 누구에게 발포된 총성인가. 궁금하다.
원호는 락에게 다시, 묻는다.
살면서 행복한 적이 있냐.
질문이 다소 촌스럽다. 이 지옥에서 행복한 적이 있느냐고? 락에 의하면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이 지옥에서, 자신이 뭘 믿어야 할지 모르는 이 지옥에서 행복한 적이 있느냐고 묻는 것이다.
이 지옥 같은 세상은 줫 같다. 지옥 속에서 믿음을 쫓는 사람, 혹은 행복을 쫓는 사람, 믿음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 잘못된 믿음을 엎고 새로운 구원을 재창조하는 사람, 끝까지 믿지 않고 의심하며 살 사람이 나온다. 영화는 여기에 당신을 추가하고자 한다. 당신은 무엇을 믿고 사는가.
원호는 영화관을 나갈 당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뭘 쫓나. 이걸 왜 쫓나 싶거든. 그럴 때는 씻고 자는 게 답이야. 니들은 최소한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생들 많았다.
지옥 같은 세상에서도 행복을 쫓으며 살 수도 있는 원호는 당신이 지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원호는 어떤 세상이든 그곳에서 '무언가'를 쫓고, 계속 이를 믿으며 살 사람이다.
믿음에 대한 서사를 풀기 위하여, 영화는 특정 종교와 신학공부를 한 브라이언을 적절히 잘 버무렸다. 브라이언은 당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 당신은 지친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다. 혹은 각자의 새로운 구원 '라이카'를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다.
이제는 보상받고 싶은 심리죠.
기도나 할까?
종교가 없더라도 사람들은 살기 위하여 ‘믿음’을 가지고 산다. 다시, 당신은 무엇을 믿고 사는가. 무엇을 믿고 사는지는 당신의 자유다. 무엇을 선택하고, 그 선택한 ‘무엇’을 믿으며 살지는 오로지 살아갈 당신의 몫이다.
영화는 설경을 통하여 천국을 보여준다. 락과 농아 남매는 수화로써 유일하게 말이 통하고, 평생 짖지는 못하지만 몸을 회복한 락의 개 라이카, 그리고 락. 이는 어디까지나 영화가 말하는 천국이다. 락의 천국일지도 모른다. 역시나, 천국에서 살지 지옥에서 살지 결정하는 일도 당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