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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신 Feb 12. 2018

광고주가 팔을 걷어붙였다.

'광고'가 '콘텐츠'가 되기까지

꼬이고 꼬여서 명확한 주제가 드러나지 못한 글이다. 
그래서 사족처럼 첨언을 한다. 이 글은 브랜디드 콘텐츠에 관한 이야기다. 
적어도 내겐 브랜디드 콘텐츠는 YouTube와 Facebook이란 물질적 토대위에서 생존하고픈 광고주의 간절한 의지로 보인다. YouTube  환경이 도래하지 않았다면 절대 등장하지 않았을 광고주의 문법이다. 그래서 "광고주가 팔을 걷어 붙였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방송트렌드 & 인사이트>의 2017년 4호 (12월 발행)에 실린 글을 담당자의 허락을 받아 부분 게재한다. pdf 원문은 이곳에서 다운 받으면 된다.  


1. 태초에 광고가 있었으니


광고는 대량생산시대에 등장한 사회적 필수품이다. 상품과 제품을 사람들에게 알려야했고, 필요를 각인시켜야 했다. 목적이 분명했으니, 제품을 드러내는 것은 필수적이다. 최초의 TV 광고였던 시보 광고에는 시계회사인 Bulova의 이름이 선명하게 박혀 있다. Bulova는 졸업식과 손목시계를 등치시키면서 손목시계의 필요를 드러냈던 대표적 사업자였다. 해리포터 시리즈 출판 시점을 크리스마스로 잡았던 것이나, 스타워즈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하는 것도 다 이런 맥락이다. 소비가 집중되는 시점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노출과 각인 경쟁이 바로 광고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lsjc2uDi1OI


초기엔 신기했다. 광고 자체로 주목을 끌었다. 노골적이었지만 신선했다. 그러나 광고가 일반화되자 신선함은 사라졌다. 광고에 창의성(creativity)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광고답지 않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심지어 창의적인 광고에 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광고가 예술이냐 아니냐로 논쟁이 붙을 만 했다. 그러나 그것마저 식상해졌다. 모든 것이 너무 많아졌다. 마케팅과 광고가 혼용되기 시작했고, 광고를 실어내던 매체환경이 변화하면서 광고의 효과는 점차 의심받기 시작했다.


<칸 광고제>의 공식 명칭은 <Festival of Creativity>다. 


모든 것이 지천에 깔린 상황에서 사람들은 광고에 더 이상 매료되지 않았다. ‘저것은 광고야’라고 인지하는 순간 ‘과장이고, 나를 유혹해서 소비하게 만드는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은밀하지 않아서 버림받는 대표적인 그 무엇이 되었다.


반전이 필요했다. 노골적인 제품 소개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황과 맥락을 강조했다. 당장은 각인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 어떤 특정 상황이 되면 떠오를 수 있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을 전달하고 싶어 했다. 2016년 3월에 등장한 72초TV의 <나는 옷을 한 벌 샀다>는 면접을 키워드로 LG의 <TNGT>를 노출시켰다. TNGT의 광고 모델인 박보검이 등장했다. TNGT의 노출은 최소화하고 <72초TV> 콘텐츠의 개성은 유지했다. <72초TV X TNGT>라는 로고가 선명하지 않았더라면 TNGT용 영상인지 정확하게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와이낫 미디어의 <전지적 짝사랑 시점> 을 차용한 TNGT 영상 역시 마찬가지다. 분명히 제품이 드러나고는 있지만, 그보다는 상황과 맥락 혹은 콘셉트가 강조되고 있다.




그렇게 광고가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변했다. 그리곤 광고가 아니라고 말한다. ‘브랜디드 콘텐츠’ (Branded Content)라고 말한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광고의 새로운 형태로 주목을 받던 Native Ads는 이제 그 Ads라는 꼬리표마저 치워버리고 그 자리를 브랜디드 콘텐츠가 차지했다. 허명인지, 실체가 바뀐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나, 수익원으로서 브랜디드 콘텐츠는 아직까지는 괜찮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게 광고를 경계하던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조차도 브랜디드콘텐츠를 담당할 ‘티 브랜드 스튜디오’(T Brand Studio)를 설립했다. 설립 첫 해인 2014년에 1천3백만 달러(한화 약 139억 2천8백만 원)의 수익을 올리더니, 2015년에는 그보다 169% 이상 상승한 3천5백만 달러(한화 약 376억 4천6백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제는 별도의 사업부서화를 논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아날로그 시대의 수익원이 대부분 감소하거나 없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돈이 된다는 이야기일 터다. 버즈피드(BuzzFeed)도 나섰다. 2016년 브랜디드 콘텐츠를 담당할 스튜디오를 런던에 세웠다. 몇 년 전에 비해서 다소 영향력이 약해진듯한 버즈피드를 살릴 생명수로서 당당히 브랜디드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웠다. 가히 미디어 시장에서 ‘브랜디드 콘텐츠’는 대세다.


무엇이 브랜디드 콘텐츠인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정의할 필요는 없다. 실무적으로 필요하고, 과거와의 명확한 분별을 위해서 등장한 용어일 뿐 그 자체가 엄밀한 방법론이나 개념에 의해서 탄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히 광고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 광고임을 부정하고 있으니, 그 자체가 모순일 수밖에 없는 용어다. 


혹자는 기존 광고 콘텐츠와 브랜디드 콘텐츠가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주로 ‘글·그림·음성 등 시청각 매체가 단순한 광고 포맷으로 전달되던 것과 달리, 브랜디드 콘텐츠는 다양한 문화적 요소와 결합하는 형태로 콘텐츠 안에 브랜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녹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스스로 바이럴 마케팅을 하고 싶어질 정도로 소비자의 흥미를 유도하며, 콘텐츠 소비 이후에 제품이 아닌 가치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냄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애착을 공고히’ 하려 한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그 해석 자체를 광고라 정의해도 하등 이상할게 없어 보인다.


광고주가 직접 개입해서 콘텐츠를 만들어 유통하기 때문에 ‘브랜디드 콘텐츠’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여기서 두 단어가 충돌한다. 광고와 콘텐츠. 광고주란 광고를 의뢰하는 기업(혹은 사람)이다. 콘텐츠는 창작자가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콘텐츠라고 하는 순간 광고주가 창작자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래서 브랜디드 콘텐츠란 용어는 익숙하지 못하고 떠돈다.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광고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은 광고주의 의도가 포함된 용어일 수도 있다. Content by Advertiser 란 표현을 사용하기에는 너무 노골적이다. 그러니 광고주란 단어 대신에 제품명을 의미하는 브랜드를 대신 넣었다. Content by brand란 의미가 되는 셈이고, 이를 형용사-명사의 구조로 바꾼 것이 Branded Content다. Advertiser’s Advertisement란 용어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닐 것 같은 개념을 창출해 낸 것이다.


하지만 포장은 포장일 뿐이다. 브랜디드 콘텐츠만을 설명할 때는 이런 설명이 가능하고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존 광고 시장에서 보여주었던 다양한 변주와 변용 중에 현재의 브랜디드 콘텐츠와 유사한 것들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유사한 광고를 과거에는 광고라고 불렀고, 요즘 들어 브랜디드 콘텐츠라고 부를 뿐이다. 더구나 광고가 아니라 콘텐츠라고 말하는 그 순간 ‘브랜디드 콘텐츠’는 말장난에 가까워진다. 광고를 목적으로 하되, 광고라는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콘텐츠의 맛을 살린 콘텐츠 정도가 가장 적합한 표현이지 않을까 싶다. 만약 이 정의에 동의한다면 브랜디드 콘텐츠가 새삼스럽게 신기할 이유가 없어진다. 예전부터 있어왔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브랜디드 콘텐츠의 시초를 1950년대 시작했던 <The Colgate Comedy Hour>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해당 프로그램을 Colgate란 브랜드가 후원했기 때문이다. 초기 TV 시장에서 이런 경우는 새삼스럽지 않았다. 이건 어느 하나를 지칭하는 표현이 아니라 ‘정도’(degree) 용어다. 제품을 강조하는 것을 0으로 놓고, 제품과 상관없는 드라마 등을 100으로 둔다면, 브랜디드 콘텐츠는 30 또는 70 정도의 어느 지점에 놓여 있는 그 무엇이라고 지칭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그나마 수용 가능한 범위다. 다만 그 당시에는 유용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아서 활발하게 활용되지 못했던 형태가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지금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돌고 돈다.





2. 콘텐츠가 광고다


콘텐츠라는 이름을 사용했을 이유는 분명하다. 일단 사람들이 직접적인 광고를 싫어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광고도 봐 주겠지만, 광고만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는 건 명확하다. 그래서 광고는 회피하고, 콘텐츠는 저장한다. 이게 핵심 명제다. 사람들은 광고를 회피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회피할 수 있다면 피한다. 회피하고 싶으나, 그럴 수 없으면 딴청을 피우거나, 어쩔 수 없이 쳐다본다. 프로그램 시청률과 광고 시청률의 차이가 거의 없던 그런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광고 시청률이 프로그램 시청률의 대략 1/10(~ 1/15) 수준이다. 


광고는 여전히 한번에 많은 이들에게 상품을 알릴 수 있는 수단이긴 하지만 효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광고주는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시청자가 회피할 수 없는 공간을 파고들어야 하고, 회피하지 못하는 선택을 제공해야 하지 않겠나. 전자가 PPL이라고 한다면, 후자가 바로 광고가 아닌 콘텐츠다. 바뀐 매체 환경도 콘텐츠를 선택하게 된 이유다. 이렇게 되면 광고의 경쟁방식이 바뀌게 된다. 이전에는 인기 높은 프로그램을 선점하는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수없이 많은 콘텐츠 중에서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과거의 경쟁이 B2B의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B2C의 경쟁이 되었다.


원래 브랜드는 노출이 생명이다. 노출이 직접적인 브랜드 구매로 이어지면 최상이겠지만, 구매행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라도 일단 소비자에게 노출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일의 조건이다. 이 지점이 소위 브랜디드 콘텐츠와 기존 광고 행위와의 차별성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과거의 광고는 정해진 노출 범위가 있었지만, 브랜디드 콘텐츠는 노출범위가 보다 광범위하다.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전방위적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는 끼어들 틈이 없다. 


TV라면 황금시간대 인기 프로그램 등에 올라타 조금이라도 노출을 늘릴 수 있지만, 유튜브에서는 불가능하다. 유튜브에서 광고가 확보할 수 있는 절대시간은 5초뿐이다. 5초가 지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SKIP 버튼을 눌러 버린다. 이래서야 의도했던 의미를 전달가능할 리가 만무하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고객이 있는 곳을 찾았으니, 그 고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콘텐츠다. 브랜디드 콘텐츠는 YouTube 시대의 광고인 셈이다. 그러나 그 콘텐츠 역시 순수한 예술 활동이 아니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의 사이에 들어갔던 과거의 본능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래야 노출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관심도 높은 콘텐츠나 대상을 활용해 노출을 유도하는 방식은 그대로 남아 있다. 넷플릭스는 가장 권위 있는 뉴욕타임스와 손을 잡고 공동으로 기획을 했다. 미국에서 브랜디드 콘텐츠 성공 사례 중 1위로 꼽은 작품이 뉴욕타임스에 실린<여성 재소자>(Women Inmates : Why the male model doesn't work)라는 기획기사이다. 넷플릭스의 <Orange is the New Black>이 연상되는 제목이다. 원래 이 드라마의 부제가 My Year in a Women’s Prison이니,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제목이다. 


이 기사는 여성 재소자를 다루거나 취급하는 새로운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담담하게 기사화했다. 넷플릭스가 특별히 해당 영상물을 취급해 달라고 하지도 않은 것 같고, 기사도 그런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담담히 제소자의 인권과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상단에 넷플릭스의 로고가 선명하게 있지만, 읽지 못하는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물론 디지털의 장점은 있다. 기사 곳곳에 동영상, 애니메이션 등과 같은 디지털 요소가 박혀 있다. 그러나 이건 적어도 뉴욕타임스 입장에서는 생경한 일이다. 한국에서야 이미 10여 년 전부터 광고주와 언론사가 계약을 맺어sponsored page를 만들었기에 Native Ads형태의 브랜디드 콘텐츠가 낯설지 않지만, 광고를 경계했던 미국의 주류 언론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도다. 넷플릭스는 여성 재소자의 이야기를 통해 뉴욕타임스의 권위에 올라탔다. 그것이면 광고 효과는 충분하다.


일본 자동차 회사인 혼다(HONDA)는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자체 발광 록밴드인 오케이 고(OK GO)와 손을 잡았다.8) 록밴드의 특성을 살려서 선택한 형태는 뮤직비디오다. 1998년에 결성된 오케이 고는 재밌고 신선한 뮤직비디오로 유명세를 탔다. 밴드 멤버들이 직접 안무를 만들고 이를 뮤직 비디오로 만들었다. 2006년 7월에 선보인 <Here it Goes Again>이란 뮤직비디오는 단 6일 만에 천만 명이 시청을 했고, 2007년도에는 유튜

브에서 가장 많이 본 동영상 8위에 랭크 될 정도로 지명도가 높았다. 이런 오케이 고가 혼다에서 만든 외발 오토바이(Uni-Cub)을 타고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나왔다. 화면 어디에도 혼다의 이름이 각인되어 있지 않지만 저 동영상을 보고 즐긴 사람들이라면 다른 곳에서 비슷한 제품을 볼 때마다 화면 속에 나온 제품과 비교할 것이라는 기대치가 있다. 그렇게 혼다는 오케이 고의 인기에 올라탔다.



화장품 회사인 도브(Dove)는 또 어떤가. 도브는 한 조사를 통해 전체 여성의 단 4%만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도브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만족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한편으로 그들이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 하는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당신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 보다 더 아름답다’라는 메시지는 자기 스스로가 바라보는 내모습과 다른 사람이 보는 모습의 차이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줬다. 그게 도브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내용이다. 



2018년 1월 현재 이 영상은 810만 뷰 이상 기록했고, 3천 개 이상의 코멘트가 달렸다. 도브가 만들었다는 표식 말고는 그 어디에도 도브 제품을 알리는 장치가 없다. 다만 사람들의 내면속 아름다움을 중시한다는 도브의 철학만 숨어 있을 뿐이다.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움직임이 보인다. 동화제약은 인기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의 출연진들과 손을 잡았다. <활명수X쇼미더머니6>이란 부제를 붙인 박재범, 보이비, 더블 케이가 나오는 영상을 제작했다. 이 뮤직비디오에도 제품의 이름이나 제약회사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제약회사를 상징하는 부채표가 걸려 있을 뿐이다. 또한 기아자동차는 힙합 뮤지션 주노플로와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도 하고 블랙야크도 원썬, 지코 등과 컬레버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삼성은 72초TV의 양식을 탐했다. <나는 오늘 드디어 협찬을 받았다>10)라고 대놓고 알린다. 메인 콘텐츠인 드라마 포맷과 내부 캐릭터 설정 등은 유지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삼성 이어폰 제품을 어색하게 끼워넣으며 웃음을 유발했다. ‘삼성으로부터 광고 협찬을 받아서 부득이하게 홍보는 해야 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재밌게 봐달라’는 콘텐츠 속 메시지가 노골적인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이 재미로 다가선 케이스다. 



이렇게 브랜드들은 나름의 공식을 세웠다. 인기있는 프로그램 사이에 광고를 집어 넣어서 노출시키는 과거의 수동적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자신의 제품이나 브랜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매체나 대상을 선정한 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 양식에 맞게 브랜드를 재조명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사례를 조금 더 살펴보자. 쇼핑몰 사업을 하고 있는 Net-A-Porter(네타포르테) 는 <Porter>라는 잡지를 만들었다. 인쇄잡지 시장은 점점 어려워져 유명 잡지들이 폐간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세상이다. 그런데 Net-A-Porter는 자사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 인쇄 잡지를 발간했다. 비록 브로슈어에 가깝긴 하지만 공들인 사진촬영과 레이아웃으로 패션계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봐야 하는 잡지로 부상했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자신의 상품을 전달하기 위해 발간한 잡지가 이제는 <Vogue>에 필적할만한 잡지로 성장한 것이다. 

커머스가 미디어를 병행하는 진정한 의미의 브랜디드 콘텐츠인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연간 30달러 내외로 200페이지가 넘는 잡지를 볼 수 있어 나쁘지 않은 거래로 볼 수 있다. 블랙야크의 친환경 브랜드인 나우(nau)도 이모델을 채택해 로컬 다큐멘터리 잡지인 <나우 매거진>(nau magazine)을 출간하고 있다. 



3. 브랜디드 콘텐츠는 대화다


브랜디드 콘텐츠를 조금은 새롭게 정의내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왜 그들이 지난 100여 년간의 역사를 가진 ‘광고’란 단어를 버리고 ‘콘텐츠’란 용어를 선택했는지를 이해한다면 이 답은 의외로 쉽게 풀린다. 광고라는 단어를 버리는 대신에 본질과 장점은 그대로 유지한 새로운 유형의 광고를 만들어 낸 것이다. 광고의 효율성은 버리기 어렵고, 그렇다고 새로운 환경 변화에 광고를 그대로 유통시킬 수 없으니, 광고와 콘텐츠란 두 마리를 다 확보해서 고객에서 조금 더 다가가겠다는 의지 그 이상이 아니다.


광고는 가장 트렌디한 콘텐츠로 알려져 있다. 주요 소비층인 10~30대 초반의 시선을 잡아야 한다는 이 세계의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니 트렌드를 따라 가야한다. 그런데 그 광고를 담아낼 매체는 늙어간다. TV를 보던 세대에서 케이블을 보는 세대로, 다시 IPTV에서 유튜브 등 OTT 플랫폼을 보는 세대로 주역은 늘 변화해 왔다. 더구나 새로운 형태의 매체들은 너무 많다. 거기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리니 놓치고 갈 수도 없다. 


플랫폼은 다양해졌고, 파고들어야 할 곳이 제각각이다. 새롭게 디자인을 해야 했다. 그런데 이것 역시 비용이다. 다른 형식은 시장의 골격을 바꾸어 놓았다. 새로운 매체 환경은 광고 대행사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삼성, 코카콜라, 청와대가 뉴스룸을 만드는 세상이다. 고객을 만나는 중간 단계를 삭제해도 되는 요즘이다. 대행이 관행이 되던 시대에 드러나지 않았던 제작사가 전면에 등장했다. 콘텐츠 IP를 가진 제작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일방향적 시대는 물러가고 시장엔 상호작용이란 개념이 들어왔다. 문제는 어떻게 그들과 호흡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다. 이야기할 거리가 있다고 막 던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언어와 화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대화를 해야 한다. 그런데 명절날 오랜만에 만난 가족처럼 대화의 소재가 없다. 그러니 애매한 조카들 이름이나 취직 여부를 물어보는 안타까운 상황에 도달할 밖에. 대화의 소재를 찾아야 한다. 그들의 즐겼던 콘텐츠는 대화의 소재로서 안성맞춤이다.


정리를 하자.


과거의 MTV가 그랬다. 지금은 위상이 많이 달라졌지만 MTV는 뮤직비디오만으로 구성된 채널로 당시의 새로운 트렌드를 몰고 왔었다. 하지만 뮤직 비디오는 그 자체로 돈을 벌지 못한다. 사람들이 뮤직비디오를 구매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이유는 그것이 소비자의 이목을 끌어 노래를 듣고 CD를 사게 만들고, 공연장에 오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뮤직비디오는 광고와 다름 없었다. 단 나름의 스토리가 있는 광고였다. 그 자체로 독립적으로 즐길 수 있는 그 무엇이었다. 그게 MTV 시절의 뮤직비디오였다. 젊은층이 환호했던 그 시대의 디지털이었고, 그 시대의 브랜디드 콘텐츠였다. 


그것이 오늘날의 브랜디드 콘텐츠와 같은 맥락이다. 광고를 회피하는 세대들이 일부러 영상을 보게 만들고 시대의 트렌드를 이끌게 만들었다면 이것만큼 성공한 브랜디드 콘텐츠 사례가 뭐가 있을까.


브랜디드 콘텐츠는 광고다. 매체가 달라지고 물리적 조건이 달라진 시대의 새로운 광고다. 단순하지만 ‘새롭다’에 방점을 찍고 바라보면 제작방식부터 내용에 이르기까지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광고가 된다. 그래서 ‘광고’란 단어를 버릴 수도 있는 은밀한 광고다.


나 혼자 말하면 독백이고, 방백이다. 같이 말하고 나누면 대화다. 현 시대의 광고는 독백이고, 방백이다. 이것이 통했다면, 굳이 대화를 하지 않았을 터다. 새로운 세대에게는 독백이 더 이상 소용이 없이니, 그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대화거리를 찾아나서야 한다.


그게 브랜디드 콘텐츠다. 

그래서 브랜디드 콘텐츠는 대화다. 그들이 즐겼던 콘텐츠를 가져와서 이야기를 하자고 건네야하는 것이다. 그래야 겨우 사람들이 쳐다봐 준다. - 끝


<방송트렌드 & 인사이트>의 2017년 4호 (12월 발행)에 실린 글을 담당자의 허락을 받아 부분 게재한다. pdf 원문은 이곳에서 다운 받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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