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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인 Jul 05. 2022

명함이 생겼다

 퇴사한 지 육 개월 만에!


히히 신난다



명함이 나왔다! 오늘 찾으러 갈 예정이다.

인생에 첫 명함이다. 바텐더를 하는 내내 명함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일을 그만두고 육 개월 만에 내 명함이 나왔다. 설레발을 치면서 명함 지갑도 마련했다. 디자인 도안도 직접 만들어 보냈는데, 실물은 어떨지 걱정도 된다. 드디어 명함을 받을 때 '아 저는 명함이 아직 안 나와서요'라는 말을 안 해도 된다. 나도 주섬주섬 지갑에서 내 것을 꺼내 교환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게 이렇게나 기쁜 일인지, 마냥 명함을 만들어주기를 기다리기만 하던 때에는 몰랐다.


당당하게 브런치 주소를 새겨놓았는데, 명함이 나오기 불과 며칠 전에 접근 제한 계정이 되는 바람에 너무 경솔했나 하는 고민이 들었다. 어디 가서 못 보여줄 이야기들이라면 애당초 올리지도 않았겠지만 접근 제한 딱지는 좀 창피하다. 브런치의 편협한 기준을 탓하면서 실컷 구시렁거리고, 블라인드 글이 저 아래로  내려갈 때까지 글을 무진장 써서 올려야겠다.


명함이라니. 이게 뭐라고 사람을 들뜨게 한다.

하고 있는 글방의 인스타그램도 새겨놔서 두 달 만에 첫 포스팅을 올렸다. 글방에서 다 같이 토론해 온 도서 목록도 차근히 정리해서 올려봐야겠다. 이젠 명함의 눈치를 보며 글도 SNS도 관리하게 생겼다. 벌거벗고 다니다가 고삐가 생긴 느낌이다. 나쁘지 않은 조율이다. 하고 싶다고 내 할 말만 하다가 신고도 당하고 규제도 당하고. 카카오 고객센터와 대거리를 해 본 경험도 교훈적이었다. 역시 나체쇼도 어여삐 봐주는 사람들 앞에서만 흔들어야 하는구나. 이제 내 이름 옆에는 브런치 주소가 같이 들어가 있으니, 좀 고상하게 흔들어야 되겠구나.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내 맘에 안 드는 글은 없고, 날 맘에 안 들어할 사람은 많을 것 같다.


알게 뭐람.


지금은 명함을 찾으러 가는 지하철 안이다. 어떤 상자에 어떻게 들어있을지, 두께와 무게는 얼마나 될지 두근두근하다. 내 손때를 타서 서투르고 촌티 나도 소중한 명함. 내 이름, 직업, 내 글 바구니를 다 담고 있는 명함.

브런치 주소가 적혀서 좋은 점은, 이미 하나도 눈치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내가 주고 싶은 사람에게 가게 될 명함일텐데 떳떳하지 못하면 보일 수가 있나. 나는 종종 글을 쓴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것을, 내게 어떤 생각을 들게 한 것을, 내 주변에 돌아가는 세상 꼬락서니를. 글을 쓸 수 있는 내가 좋다.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쓸 생각이다.


술을 마시고, 글을 씁니다.


내 명함에 실린 한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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