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가야 하는가

허상의 설계자와 파괴된 퍼즐<메멘토>

by 십대

영화 〈메멘토〉는 관객에게 수만 피스짜리 퍼즐을 던져주고는, 정작 퍼즐의 밑그림(표지)만 보여준 채 무책임하게 떠나버리는 작품이다. 답이 없는 오픈북 테스트 같지만, 결국 이 비극의 시작은 '자기 기만'에 있다. 레너드가 세미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스스로를 속인 이유는 결국 추악하게도 '돈'과 '생존' 때문이다. 아내를 죽인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었으나, 그는 그 죄책감을 감당하는 대신 가상의 적 '존 G'를 만들어 스스로를 복수의 화신으로 포장했다.

이 거대한 사기극 속에서 인물들은 서로를 지독하게 이용한다. 부패한 경찰 테디는 레너드의 망각을 이용해 부를 챙기는 설계자였고, 나탈리 역시 자신의 이득을 위해 레너드를 살인 도구로 소모한다. 이곳에 순수한 피해자나 가해자는 없다. 그저 서로를 먹고 먹히는 상호 관계만이 존재할 뿐이다. 레너드는 스스로 메모라는 실을 꼬아 탈출구를 막아버린 위험한 퍼즐 제작자였고, 결국 그 퍼즐은 제작자 자신까지 집어삼킨다.

영화 속 지하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테디가 그를 데려가 보여주려 했던 것은 정교한 답지였을까, 아니면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리는 오답이었을까. 아마도 그곳엔 인간이 끝까지 마주하기 싫어하는 '진실'이라는 이름의 추태가 놓여 있었을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는 결국 한 인물의 결정적 순간을 담아내는 것이라면, 레너드의 결정적 순간은 그가 자신을 완벽하게 속이기로 결심한 바로 그 찰나일지도 모른다.

[메멘토 한줄평]

"위험한 퍼즐 제작자가 만든 미로, 결국 그 끝에서 제작자를 죽이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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