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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대초록 Oct 16. 2019

스페인에서 집 구하기



해외에서 일을 하게 됐다고 말하면 제일 많이 질문하는 것 중 하나가 집은 어떻게 하느냐인 만큼 해외 생활에서 주거 안정은 중요한 문제이다. 코스타리카에 살 때는 다행히 전임 선생님이 사시던 집을 이어받아서 바로 들어갔고, 이번에도 그렇게 할 예정이었다. 사실 전임 선생님 댁은 가족이 살던 집이라 혼자 지내기에는 크고 월세도 숙소 지원금을 살짝 초과했다. 앞선  포스트에서도 언급했지만  비자 때문에 개강일보다도 늦게 도착할 수 있는 생황이었고 그렇게 되면 학기도 시작했는데 집을 구할 여력이 없을 것 같아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집으로 들어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었다. 


그런데 최근 말라가 인기가 높아지며 집세가 확 올랐고, 이 집주인도 시세에 맞춰 월세를 100유로나 올려버렸다. 원래 월세에 포함되어 있던 공과금마저도 불포함시켜버렸으니 결국 거의 200유로를 올린 것과 마찬가지. 이렇게 되면 아무리 시세에 맞게 올랐다고는 해도 혼자 지내기엔 집이 과하고 불필요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 다행히 비자 면접일이 당겨지며 개강 전에 도착할 수 있게 되었고 스페인어도 할 수는 있으니 고민 끝에 혼자 살기에 적당한 크기와 비용의 집을 가서 직접 구해보기로 결정했다.


학과장님은 요즘 말라가 집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걱정하셨지만 집 구하기 쉬운 곳이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직전 서울에서 살던 집도 들어가기까지 스무 개 넘는 집을 봤었다. 이번 참에 경험치 한번 늘려보는 거지 뭐 하고 호기롭게 생각하고 말았다. 그때는.


한국에서라면 집을 구할 때 원하는 지역의 부동산 문부터 열고 들어가겠지만 이곳은 시스템이 좀 다르다. 현지인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주변 사람들에게 본인이 집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다니는 것이라 한다. 그렇게 세입자를 구하는 지인에게 소개받아 살게 되는 경우가 제일 흔하다고 한다. 두 번째는 부동산을 이용하는 것인데 한국은 복비가 보증금의 10 퍼센트 안팎인 반면 여기는 한 달 월세에 버금가는 비용을 중개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월세가 한국과 비교해 꽤 비싸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상당한 비용이 수수료로 들어가는 것이다. 게다가 아무나 부동산을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재정 증명이 돼야 집을 보여 준단다. 켁.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치면 네이버 피터팬의 집 구하기 같은 직거래 사이트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idealista라는 사이트와 Facebook에서 해당 지역의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집주인과 직접 연락하는 방식이다.(그런데 idealist도 막상 해보니 부동산에서 올려놓는 경우도 많더라)  나는 부동산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놓고  idealista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전에 계셨던 선생님들과 한국인 유학생들이 블로그로 가장 추천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봤는데 문제는 물량이 너무 없어!! 알고 보니 이 지역이 말라가 센터 중에서도 센터 of 센터였던 것. 그러니 당연히 비싸고 주거로 이용되는 집도 많지 않고 집 상태도  안 좋아. 아니, 사진으로만 봐도 어쩜 이리 매력적인 집이 하나도 없는지. 


또 다른 문제는 집주인이랑 연락 자체가 안 되는 거다. 사이트에 개인이 집을 내놓는 경우는 휴대폰 번호를 남겨 놓으니  whatsapp으로 메시지를 보내면 연락이 되는데 부동산에서 올려놓는 경우는 거의 사무실 유선전화번호를 올리니...... 아직 전화는 무섭단 말이에요  메시지로 하고 싶은데..... 백번 심호흡하고 용기 내서 전화하면 왜 또 다 안 받는 거야. 유선전화든 메시지든 겨우 연락이 닿으면 이번에는 벌써 나갔다거나, 10월부터 입주가 가능하다거나, 6월까지만 살 수 있다네? 6월부터는 여행 성수기니까 관광객들에게 내주는 거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딸 텐데 집을 보는 것 자체가 왜 이리 어려운지!


이런저런 퀘스트를 통과하며 약속을 잡는 단계로 어찌어찌 넘어가면 이번에는 3일 뒤에 집 볼 수 있단다. (5일 뒤에 오라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에서 들었던 온라인 스페인어 수업 선생님이 출국 일주일 전에 집 방문 약속 잡아놓으라 하길래 연락하고 바로 보면 되지 무슨 약속을 일주일 전씩이나? 하고 의아해했는데 다 이런 이유에서였던 거였다! 


한 열 군데 연락하면 두 군데를 겨우 보는 진행 상황.... 

 

말라가가 휴양지로 각광받기 시작하며 많은 집주인들이 집 용도를 에어비앤비와 같은 관광객 숙소로 바꿔버렸고 따라서 주거지로 이용되는 집 자체가 계속 줄고 있다 한다. 그래서 현지인들도 살집 찾는 게 굉장히 어려우며 이게 요즘 말라가의 가장 큰 문제라고.

 

이렇게 결국 일주일 예약한 숙소를 오 일 더 연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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