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프랑스어 수업에 등록했다

스페인에서 프랑스어를 왜 배워?

by 열대초록


그러니까 처음부터 프랑스어를 배우려고 한 건 아니었다.


스페인의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는 시에서 운영하는 외국어 학교가 있는데 수준이 높고 매우 저렴하다. (1년에 76유로) 여기서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있는 친구에게 이 정보를 알았을 때는 이미 등록이 끝난 상태였고 9월 말에 있을 공석 발표를 기다려야 했다.


공석 발표가 나던 날 들어가 보니 스페인어는 원하는 레벨에 자리가 없었다. 높은 레벨은 공석이 있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에 다른 외국어는 뭐가 남아 있는지 살펴봤다.


아랍어, 그리스어, 영어 기초반.. 흠 애매하다. 그러다 눈에 띈 프랑스어 기초반. 프랑스어라, 언젠가는 배워야지 생각했던 언어였다. 마침 시간도 딱이네? 오오 하며 이것저것 클릭하던 중 실수로 신청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돈을 안 내면 신청이 취소되겠지만 시간 되고 이렇게 저렴한데 굳이 안 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 이참에 프랑스어도 배워 보는 거야! 패기 있게 결심했다. 그러고선 막상 은행에 돈을 내러 가려니 아직 스페인어도 갈 길이 멀었는데 프랑스어를 시작하는 게 맞는 건가 싶어 망설여졌다.


그런데 스페인어를 완벽하게 못하면 다른 외국어를 배우면 안 되나?


한 외국어를 마스터해야만 다른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애당초 언어를 '마스터'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 아닌가. 나는 '한국어'는 마스터 했나? 그러니 스페인어가 멀었다는 게 프랑스어를 안 배울 이유는 되지 않는다. 무언가를 해야 하는 이유가 수십 개라면 하지 않을 이유는 해야 하는 이유는 수만 가지다. 하지 않을 이유에만 귀를 기울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프랑스어 수업에 등록했고 리셉션에서는 당장 두 시간 후에 수업이 시작한다고 했다.

이렇게 얼떨결에스페인에서 프랑스어를 배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