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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오해




"구체적이고 일관된 내용을 확신에 찬 태도로 진술하기 때문에 신빙성이 있다."


이러한 취지의 주장을 본 경험이 있나요? 아무래도 종사하는 분야가 진술분석인만큼, 저는 상당히 자주 접합니다. 일상적으로는 사건사고를 다루는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신문매체에서도 나오고, 법정 판결문에서도 등장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진술분석에 대한 지식이 있는지와 상관없이 저러한 주장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진술이 아주 상세하고 그 내용에 변함이 없다면, 그리고 진술인이 확신에 차 있다면 그 진술은 믿을 수 있다고 판단을 내려도 되는 걸까요?



1. 진술내용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면 진실하다?


사람들이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할 때 자주 사용하는 한 가지 단서는 진술의 구체성입니다. 연구결과는 목격증인의 진술에서 사소한 진술을 얼마나 많이 포함하고 있는가에 따라 그 진술에 대한 신빙성 판단이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두 번째 단서는 진술의 일관성입니다. 많은 연구들은 진술의 비일관성이 진술 신빙성과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단서들이 진술의 신빙성을 반영하는 지표인지 여부입니다. 실증연구들은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특정 사실에 대한 기억에서 구체적인 요소들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고, 이를 신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일부 세부사항을 풍부하게 진술했다고 해서 그 사건의 다른 요소에 대한 진술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은 잘못된 것입니다. 재판에서 다투는 쟁점사실과 관련이 없는 사소한 세부사항을 잘 기억한다고 해서, 쟁점과 관련된 사실도 정확하게 진술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특정 부분에 대한 진술인의 일관된 진술이 기억 전반의 정확성을 의미하는 것 역시 아닙니다. 연구에 의하면 진술의 일관성과 정확성의 통계적 관계는 r=0.3*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성인의 경우, 작화한 진술이라고 해도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연습을 하면서 주요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일관되게 진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연구들은 미리 준비된 진술에 대한 거짓 여부를 판단할 때, 준비되지 않은 진술을 판단할 때와 비교하여 그 정확성이 현저히 낮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진술이 일관된다 또는 그렇지 않다는 것만을 기준으로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오판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핵심 진술의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진술내용만을 기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고, 분석대상자의 인지능력, 언어구사능력, 사건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게슈탈트적 접근을 취해야 합니다.


(a. 상관계수 r: 두 변수 간 관계의 방향과 정도를 나타내는  +1부터 -1 사이 수)





2. "확신에 찬 태도"로 진술이 진실하다고 볼 수 있다?



종종 사람들이 '확신에 찬 태도와 인상을 볼 때 진술인의 진술은 믿을만하다'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과연 그 판단이 옳은 것일까요?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종종 사용하는 단서 중 하나는 진술인의 확신감입니다. 사실판단자들은 높은 확신을 가진 진술인의 말을 더 쉽게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진술인이 확신에 찬 증언을 한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서 유죄판단 비율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기억에 대한 과도한 확신감을 보인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 중 60%가 정확한 기억을 가진 경우에도, 그중 90%는 자신의 기억이 정확하다고 고집하고, 가장 강력한 확신감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25%는 틀린 기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진술인의 태도를 보고 거짓과 진실을 구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위험한 결정 이론(Dangerous Decisions Theory: DDT)에 따르면, 피고의 얼굴과 정서적 표현을 읽는 것은 피고의 신빙성과 관련된 위험한 일련의 결정을 촉발시키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의 증언이 최대한 그럴듯해지도록 수사 또는 재판 전에 여러 차례 연습하고 조정하기도 합니다. 연습과 조정 과정을 통해서 진술이 다듬어지고 세부요소들이 첨가됩니다. 이러한 사전 연습과 조정을 통해 거짓말하는 진술인이라도 일관되고 구체적인 내용을 확신에 찬 모습으로 진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증인 진술의 증명력을 평가함에 있어 
사실심 법관이 따라야 할 정해진 법칙은 없는 것이지만, 
당해 증인의 외부적 인상, 공판에서의 태도, 진술 내용의 일관성,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과 타당성, 다른 정황과의 일치 여부, 경험칙에서의 합치 여부 등 
진술의 신빙성에 관련된 일체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4도4044 판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에서는 여전히 증인의 외부적 인상과 공판에서의 태도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이나 희생자의 매력도 역시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피고인이 매력적이고 희생자가 매력적이지 않는 경우 8.44년의 형을 내린 반면, 피고인이 매력적이지 않고 희생자가 매력적인 경우 5.45년이 추가된 13.89년의 형을 내렸습니다. 



법률신문 기사 발췌


연구들은 또한 항소법원과 재판 후 절차 법원이 일심법원의 사실인정에 개입하는 것을 꺼리는 관행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합니다. 시각적 자극에만 의존하는 거짓말 탐지는 가장 부정확하고, 시청각자극, 청각자극 그리고 증언의 속기록에 기초한 거짓말 탐지는 서로 유사한 정도의 정확성이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증인의 태도는 언어로 기록된 증언에 기초한 거짓말 탐지의 정확성에 추가로 보태는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지요. 


비디오 등 시청각 매체를 사용할 경우 서면자료보다 진술의 진위 판단 정확성이 낮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이는 시각 매체가 고정관념의 사용을 조장할 수 있고 인지적 편향 효과를 더 민감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진술인이 어린 아동인 경우 언어능력의 제한점 등으로 인해 모호한 표현이나 무응답의 경우가 많은데 이때 영상녹화물을 통해 관찰되는 비언어적인 행동신호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항소심은 서류심이고 법정에 증인을 출석시키지 않기 때문에, 시각적 자극을 함께 활용해서 이루어진 일심의 사실판단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연구결과에 의하면 거짓말 탐지와 관련해서 항소심 법원의 이러한 경향은 그 근거가 약하며, 항소심에서도 증언 속기록 등의 서류에 의해서 증인의 거짓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사정과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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