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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Jun 24. 2024

"하랑이 꽃이 OO 합니다." 교단 에세이 (1/21)

공부만 시키는 건 아닐까 고민될 때 있다. 1학년을 맡아 함께 생활한지 4개월. 1교시 국어책을 꺼내라고 했더니 "책은 안 읽어줘요?"라고 묻는다. 그림책을 좋아한다는 뜻이겠지만 오늘따라 국어책 공부를 안 하고 싶다는 뜻으로 들렸다. 나중에 읽어주겠다고 하면서 국어책에 나오는 문장을 함께 읽어본다. 

단어라도 쓰게 해주려고 《행복한 강아지 하랑》으로 띠빙고를 해보려고 했더니 아이들이 하지 않겠다고 했다. 틈만 나면 띠빙고 하자고 해서 그런가 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면 안 돼요?" 《그림책 놀이 수업의 기적》 책에서 본 '민들레 꽃이 피었습니다'가 생각났다. 3년 전 2학년 맡았을 때 운동장에서 함께 했던 놀이였다. '민들레 꽃이 똥을 쌉니다'라고 말해서 친구들 모두 웃으면서 볼 일 보는 흉내를 낸 적도 있다.

하랑이가 책 속에서 행동하는 모습으로 무궁화 꽃 놀이하면 되겠다 싶었다. "하랑이 꽃이 OO 합니다." 교실엔 책상이 있으니 이동하면서 놀이하기엔 무리다 싶다. 책상을 그대로 두고 1분단은 복도 쪽 창가에 2분단은 사물함 앞에, 3분단은 운동장 창가에 섰다. 1번부터 차례대로 "하랑이 꽃이"라고 주문? 을 걸어본다. 문장을 들은 우리 반 친구들은 내용에 맞게 흉내 낸다.

"하랑이 꽃이 잠을 잡니다."

"하랑이 꽃이 간식을 먹습니다."

"하랑이 꽃이 시장에 갑니다."

급식 먹기 전이라서 그런가 먹는 내용이 다섯 번 나왔다. 시장에 간다고 했더니 한 명은 강아지처럼 바닥에 덮드리고, 다른 한 명은 엎드린 친구의 폰 가방을 잡고 강아지 주인처럼 행동했다. 연극이라고 생각하면 문제 될 것 없지만 가운데 남겨둔 책상에 학생들 부딪칠까 봐 시간을 짧게 줬다.

띠빙고 좋아한다. 빙고만 했다면 친구들이 지루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움직이는 활동을 해서 표정이 밝아 보였다.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도 컴퓨터 앞에 오래 머물다 보면 나갈 때 되었구나 느낄 때 있다. 다리가 뻐근하기도 하고 눈도 감긴다. 기회를 만들어 움직이고자 한다. 아이들 보내고 밀대 청소를 하는 이유도 정리 정돈은 둘째치고 내 몸 움직이는 시간 확보를  위해서다.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교실 뒤편에 사방치기 모양으로 전기 테이프를 붙여놨다. 층간 소음 걱정 없는 1층이라 다행이다. 띠빙고 종이 100장 인쇄했는데 당분간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https://blog.naver.com/giantbaekjak/223484747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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