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란현 작가 Jun 28. 2024

"쿵쿵! 마음을 말해 봐!" 교단 에세이 (5/21)

"재밌어요."

"쿵쿵이 언제 읽어요?"

책 좋아하는 J 친구가 자주 나에게 마음을 표현해 준다. J 덕분에 힘이 난다. 한글 지도도, 국어 문장부호 공부도 중요하지만 책 활용 국어 수업을 자주 운영한다.

정선애 작가를 향한 팬심으로 구매했다. 저학년 맡으면 읽혀야지 생각했는데 1학년. 잠시 고민했지만 그림책 보다 글밥 많은 책 읽어주기 도전. 

같은 페이지를 편다. 실물화상기, 전자칠판에 내 책을 보이게 설정한다. 내가 읽어준다. 아이들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책에, 내 목소리 들으면서 한 줄씩 짚어본다. 중간에 누가 읽어봐라고 시킬 때도 있다. 읽으면 집중하고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내가 쪽수를 알려준다. 학생들에겐 서너 줄만 읽도록 안내한다. 가급적 내가 다 읽어주는 편이다.

중간에 질문할 거리가 생각나면 읽어주는 걸 멈추고 아이들에게 묻는다.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 물어보니 대부분 공부 왜 하는 거냐고 묻는다. 공부의 과목과 방법이 다를 뿐 1학년이지만 해야 할 일이 가득 찬 모양이다. 수학 방과 후, 태권도 학원, 영어 단어 외우기 등.

부모님 입장에서는 공부와 보육 등의 이유로 시킬 텐데 1학년 앞에서 이렇다 저렇다 말해주기는 무리다. 나도 부모 입장이라. 그래도 "쿵쿵이 <쿵쿵! 마음을 말해 봐!>"를 함께 읽는 덕분에 아이들과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1학년도 긴 글을 읽힐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한 편으로는 책은 들고 있지만 눈과 손이 읽어주는 소리에 맞추어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싶어 미안해지기도 한다. 천천히 책을 펼쳐서 보더라도 담임과 친구들이 읽어주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해본다.

독서는 경쟁이 아니다. "쿵쿵이" 덕분에 책을 통해 대화하는 법 익혔기를.

책마다 다 읽어주고 싶어서 소리 내어 읽다 보니 목 아프다. 그래도 소리 내어 읽어주는 이유는 나도 읽기 위해서다. 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면 잠잠해지는 분위기가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뭇잎 먹을게요" 교단 에세이 (4/2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