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청음

SF9, 그들만의 특색이 온전한 앨범

SF9 10TH MINI ALBUM ‘RUMINATION’ REVIEW

by 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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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2일에 발매된 SF9의 10번째 미니앨범 ‘RUMINATION’은 앨범 소개에 강조된 SF9의 특유의 색, 아이덴티티라고 볼 수 있는 치명섹시를 다양한 장르의 트랙을 통해 유기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16년에 데뷔한 SF9은 2020년 첫 정규앨범 ‘First Collection’ 이후 지속적인 미니앨범 발표는 물론 엠넷 프로그램 ‘킹덤: 레전더리 워’ (이하 ‘킹덤’) 또한 참여하며 SF9만이 선보일 수 있는 음악 및 퍼포먼스의 색을 구축했다. 특히나 본 앨범은 ‘킹덤’ 이후 발매했던 9번째 미니앨범 ‘TURN OVER’의 다음 타자로, SF9이 이뤄낸 그들만의 감각적 섹시를 어떻게 발전해나갔는지 살펴볼 수 있다.


4번 트랙 <Gentleman>


‘RUMINATION’의 전반적인 흐름은 상당히 현명하게 구성되어있다. SF9의 특유 색을 확실히 보여주는 그루비한 타이틀 <Trauma>로 시작하여 앨범 전곡은 크게 분류했을 때 댄스곡과 발라드곡을 번갈아 들려주는 식으로 배치되었다. 이러한 순서는 리스너로 하여금 지루함 없이 앨범의 타이틀부터 수록곡까지 모두 집중해 들을 수 있게 이끌어주며 보다 쉽게 장르의 다양성을 체감하게 한다.


또한 본 앨범은 한발 더 나아가 이렇게 잘 만들어진 규칙성조차도 깨뜨려 신선함을 주는 예외 또한 준비해놓았는데, 이는 4번 트랙인 <Gentleman>이다. 직전의 곡인 3번 트랙 <Dreams> 역시나 자전적인 가사를 담아낸 파워풀한 곡임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Gentleman>은 강렬한 바이올린 사운드를 가미한 퓨처 하우스의 일렉트로닉 팝이다. 이러한 예외를 둔 이유로는 <Gentleman>의 위치를 고려해볼 수 있다.


본 미니앨범은 총 7곡을 선사하고 있으며, 4번 트랙은 그 정중앙이다. 정규앨범과 같은 볼륨 있는 앨범이라면 근래에는 Interlude 트랙을 두는 일도 잦은 위치인데, 이는 당연하지만 리스너를 환기하기 위해서다. 통상적으로 Interlude는 Intro 트랙처럼 짧으면서도 세련된 사운드로 리스너의 귀를 사로잡아 다음을 기대하게끔 만드는 의도가 있다. 다만 본 앨범은 볼륨이 작은 미니앨범이다. 따라서 Interlude를 둘 수는 없지만, 이와 같은 역할을 하는 포지션으로 <Gentleman>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리스너가 반 정도 들었다고 생각하며 루즈해질 수 있는 기점에서 템포를 최고치로 높여 마치 처음부터 다시 듣는 기분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렇듯 ‘RUMINATION’은 틈을 보이지 않는 앨범 구성으로 리스너를 앨범의 끝까지 다다르게 하며, 이 과정에서 장르의 다양성은 물론 규칙성과 유기성을 함께 선사한다.


타이틀곡 <Trauma>


앨범의 전반적인 구성에서도 느낄 수 있는 장르의 다양성은 트랙을 하나하나 살펴볼 때 더욱 빛난다. 우선 타이틀 <Trauma>는 SF9이 구축해온 치명섹시를 더욱 발전시켜 선사하는 곡으로 레트로 펑크 앤 소울을 모던하게 해석한 곡이다. 후렴구의 세련된 사운드와 묵직한 베이스가 몽환적이고 감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그 그루브를 강조하듯 최소화된 멜로디라인은 SF9만이 표현할 수 있는 치명섹시가 음악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준다. SF9의 개성을 고스란히 담아낸 <Trauma>야말로 타이틀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다.


이어지는 두 번째 트랙 <Memory>는 대중에게 굉장히 친숙하게 들릴 이지리스닝의 R&B 발라드다. 앨범에서 두 번째 트랙의 기여는 상당히 큰 편이다. 정규의 경우 종종 ‘커플링곡’ (타이틀곡과 함께 첫 주 활동을 하는 곡)이 이 자리를 차지하는데, 그만큼 자신 있는 곡을 두 번째에 둔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Memory>는 SF9 멤버들의 보컬 능력을 확실히 어필하고 있다. 또한 타이틀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는 강점 역시 보여주고 있다.


세 번째 트랙과 네 번째 트랙 역시 상기 언급하였듯이 끊임없이 다른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Dreams>의 경우 자전적인 가사가 눈에 띄는데,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가겠다는 멤버들의 포부가 잘 드러나며 이러한 포부는 마지막 트랙 <오늘이라서>를 통해 팬들에게까지 닿는다. <오늘이라서>는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해 벅차오르는 록 사운드로 이어진다. 이런 감동을 유도하는 음악과 가사의 구성은 전형적인 팬송의 공식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을 이야기하며 변함없는 내일을 약속하는 <오늘이라서>의 가사는 <Dreams>의 처음과 변함없는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포부와 일맥상통한다. 두 곡 모두 가사 대부분을 멤버들이 집필했다는 점 또한 두 곡의 유기성과 완성도를 더욱 높여준다.


다섯 번째 트랙 <잠시>는 두 멤버, 인성과 영빈의 듀엣곡으로 직설적인 감성 발라드이다. 보컬과 랩퍼 조합의 듀엣곡이 대부분 그렇지만 후렴구는 보컬이 전부 다 채우기 때문에 랩 라인의 경우 두 번의 벌스에 등장한다. 소위 말하는 ‘싸이월드’ 시절 인기를 누렸던 발라드의 전형적인 구성을 보여주며, 기타로 나타낸 발라드 감성과 서정적인 가사 역시 그러하다. 따라서 올드하다는 평이 따라올 수도 있으나, 이러한 싸이월드 감성이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매우 전략적인 선택으로도 보인다.


SF9의 감각적인 세련미와 몽환적이면서도 치명적인 섹시함을 보여주는 곡은 본 앨범에서 크게 세 곡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타이틀 <Trauma>, 네 번째 수록곡 <Gentleman>, 그리고 여섯 번째 수록곡 <Scenario>이다. <Scenario>는 <Gentleman>처럼 후렴구에 스트링 사운드를 활용하여 임팩트를 주는데, 하우스 장르로 섹시하고 치명적인 느낌을 더 강조한 <Gentleman>과 달리 펑키한 기타 사운드, 그리고 재즈를 가미함으로써 감각적인 느낌에 더 집중한다. 특히 브릿지부터 마지막 후렴구의 전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즈 사운드와 보컬에만 집중한 브릿지는 보다 더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이후 고음에 닿은 후 평소처럼 등장할 것 같던 후렴구는 약간의 템포 딜레이로 더욱 강조되어 귀를 사로잡는다. 이 부분에서 보컬의 매력 역시 뚜렷하게 다가오며, 작곡 작업은 물론 녹음 작업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을지가 확연히 느껴진다. 그야말로 음반의 하이라이트로, 타이틀과 견준다면 이 곡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볼 수 있는 완성도다. 팬송을 제외한 마지막 곡, 여섯 번째 곡으로 이 곡을 위치해뒀다는 점으로 볼 때 본 앨범이 컨셉의 수미상관을 추구한 것으로 추측한다.


6번 트랙 <Scenario>


한 개의 정규앨범, 그리고 열 개의 미니앨범을 낸 SF9의 이번 앨범 제목은 ‘RUMINATION’이다. 반추한다는 의미를 가진 이 제목은 ‘9lory’ 시리즈 프리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으며, 지난 앨범 ‘TURN OVER’와는 또 다른 의미로 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TURN OVER’가 방향을 꺾기 위한 ‘돌아감’이었다면 ‘RUMINATION’은 가던 길을 계속 나아가기 위해 뒤를 ‘돌아봄’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들은 ‘킹덤’을 통해 온전히 구축한 자신들의 색채를 가지고 ‘TURN OVER’에서 더욱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갔으며, ‘RUMINATION’에서 과거를 돌아보며 지금의 길을 확립해나간다.


2020년 정규앨범 ‘First Collection’을 냈을 때만 해도 SF9의 음악은 대중적이나 그룹만의 확실한 색이 부족하다는 평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시도와 발전을 통해 SF9은 자신만의 색을 찾아냈으며, 10번째 미니앨범을 낸 이 시점에서는 지난 평가가 무색해지기까지 했다. 그룹으로도 그렇지만 멤버 개개인의 발전 역시 상당하다. 멤버 전원이 곡 작업에 참여했다는 점은 특히 인상 깊다. 2021년 큰 전환점을 거친 SF9, 올해는 무려 7년 차로 이제 중견그룹으로 불릴 시점이 다가왔다. 2022년의 SF9 역시 음악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그룹의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특히나 메인보컬 멤버 인성이 얼마전 군입대를 하였으므로 빈 자리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쌓아놓은 커리어가 빛을 지속할 수 있도록, 올해도 그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확고한 스타일을 담은 앨범과 함께 대중에게 돌아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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