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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te Liebe Jan 24. 2023

한국 SF의 문제는 의외로 경제정의?

Netfix 정이 JungE


아니, 생각보다는 괜챠나요! 물론 실망스러운 부분이 너무 눈에 빨리 띄는 것이 문제긴 한데… 


1. 그러니까 성의없이 쓰여진 대사라든지 (특히 도입부의 설정 설명 스크립트 뭡니까… ) 농담이 전혀 안웃기다든지, 영화에 대한 이해가 가능한 설명이 꽤  뒤쪽이어서 용납 안되는 캐릭터들을 상당히 견뎌야 하는 문제들이 있긴 하지만.. 꽤 참신한 설정과 문제제기가 있습니다. 연상호가 연상호하고 있기 때문에, 이 참신한 설정이 가족 문제와 얽히구요, 그게 아이디어 자체로는 그렇게 나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시리즈로 발전시켰다면 훨씬 나았겠다 싶은 생각까지도 들었어요. 


요즘 영화들에 비해 러닝타임이 짧기도 했지만, 영화에서 관객들이 진짜 궁금한 감정들과 이야기들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뭔가 남은 얘기들이 잔뜩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인물들이 이후에 어떻게 될지가 궁금해서 2편을 기다리게 된다기보다, 제대로 못한 얘기 좀 더 해봐. 하는 감정이랄까.. 


사실 그냥 시나리오가 나쁘다는 말이기도 한데, 모든 인물들이 캐릭터가 갈 수 있는 이야기들을 충분히 풀어내지 못합니다. 뿐만 아니라 콜로니 설정은 완전 불필요했죠. 관객들에게 의미없는 물음표를 너무 많이 남겨요. SF 는 장르 문법이 비교적 단단하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걸 따라가는 걸로도 뭔가 SF 적인 스토리를 쓰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이것도 다른 모든 이야기들과 마찬가지로, 극 안에서 그런 설정을 사용한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어야 합니다. 창작자가 자기 설정을 스톡에서 그냥 다운받아서 쓴듯한 느낌은 거의 더미 데이터나 마찬가지인 대사에서도 드러납니다. 


강수연 연기에 대해서 지적하는 얘기도 있는 것 같은데, 아니 메릴 스트립에게 저 스크립트를 줘도 저 이상 어떻게 할 수 있을거 같지는 않은데요. 그걸 감안하면 김현주가 꽤 잘한 편이지만, 모성애는 우리가 다 아는 감정이쟈나요. 적어도 김현주는 기댈 구석이라도 있었으니 다른 캐릭터보다는 좀 유리하지 않았을까 생각은 됩니다. 


 스포일러가 안되는 선에서 간단히 줄거리를 설명하면 윤정이 팀장(김현주) 은 뛰어난 용병으로 달과 지구 사이의 궤도에 형성된 콜로니에서 일어난 반란을 제압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세계적인 스타 군인이었지만, 작전 중 사고로 식물인간이 됩니다. 방산업체인 크로노이드는 그의 뛰어난 전투뇌를 AI 로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하게 되고, 윤정이의 딸인 서현(강수연) 은 정-E 라는 전투 AI 개발 프로젝트의 팀장으로 일하면서 완벽한 전투 AI 의 개발을 위해 엄마가 사망하는 장면을 매일 지켜보게 되죠.


 2. 이건 이 작품에 대한 얘기만은 아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승리호 등 한국 SF 의 만성적이고 가장  큰 문제는 코퍼레이션의 묘사입니다. 


사실 디스토피아를 그리는데 대기업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많은 디스토피아 컨텐츠는 이익을 위해 뭐든지 하는 - 국가의 기본적인 기능이 기업에 의해 장악된 사회를 그리게 됩니다. (교훈- 민영화를 경계하자) 그런데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컨텐츠에서 기업의 탐욕스러운 유능함을 제대로 못그려내면 사실 그 컨텐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어렵죠.


우리나라 SF 들은 CG에 돈을 얼마나 들이건, 연기를 어떻게 하든, 다국적 기업의 묘사나 기업인들, 전문가들에 대한 묘사가 항상 후진데, 저는 이게 우리나라 재벌이나 대기업들이 딱히 실력이나 합리성으로 시장을 이해하고 성공하는 대신, 뒷거래나, 뇌물, 정치와의 결탁으로 인한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등의 상당히 어두운 과거를 가진 것과 관련이 없지는 않다고 보는데, 이건 참 재밌는 일이 아닙니까? 어둠의 근대사가 미래를 바라보는 컨텐츠를 후지게 만드는데 이토록 기여를 하다니요. 우리는 다음 세대라도 제대로된 SF를 만들수 있도록 경제 정의를 실현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또르륵..)


 3. 블레이드 러너라든지, 엑스 마키나라든지, 인공지능과 로봇 관련된 이야기에서 흔하게 나오는 레퍼런스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기업이 인격과 감정등을 어떻게 상업화하는가와 가족이 나누는 진짜 사랑에 대한 재밌는 얘기가 좀 나올 수 있었지만, 위에 말한 것처럼 그건 우리나라 경제 정의 수준 때문에 좀 흐지부지하게 사라져 버렸죠. 


그런데 이건 딱히 이 영화 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지금 우리가 인공지능이나 로봇 등의 ‘현재 / 근미래’ 기술들의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기본적인 아이디어가 최소 몇십년전 부터 100년 전의 것들이라는게 좀 재밌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19세기 사람들이 100년 후의 미래를 상상한다면 라이트 형제가 사람을 띄운데 너무 감동한 나머지, 양력을 과대평가해서 뭐든 하늘에 띄우고 보는 식으로 스팀펑크 장르를 생성해버리게 되는 그런 느낌으로 우리가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컨텐츠를 만드는 방식이 정해져버린게 아닌가 싶었어요.


100년전의 작가들이 6자리의 곱셈을 순식간에 해내는 걸 머리가 좋다고 했던 그 감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얘기를 여전히 계속 하고 있는 느낌. 사실 현실 인공지능은 레포트 대신 쓰고, 그림 대신 그려주고, 우리에게 세제 추천해주는 방향 말고는 별로 발전하고 있는거 같지 않고, 뇌과학 역시 그 방면으로는 그다지 실용적인 측면에서 인간뇌에 대한 써먹을수 있는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지도 않구요. 


사람들이 재밌어 하는 얘기 계속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현실이 바뀌는 속도도 누군가는 좀 들여다 보면 좋겠습니다. 자아가 있는 인공지능 얘기도 재밌지만,현실에서 우리가 바로 겪고 있는 인공지능과 함께 일해야하는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이나, 아무데나 낭비하는 인간의 공감력에 대한 실용적인 고민이나 얘기도 좀 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우리는 계속 닭을 물에 담가서 삶아 먹기만 했지만 튀기니까 좋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된 것처럼, 이 소재로 이제 다른 길을 좀 고민해보면, 어딘가에 꽉 막혀서 비슷한 얘기만 계속 생산해 내는 SF 영화도 좀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100년쯤 지나서 지금 우리가 하는 인공지능 얘기는 레트로 AI 장르 라든지 또 다른 말이 붙어서.. ‘ 하하 100년 전에는 AI 로 이런거 할 거라고 생각했나봐.’ 하지 않을까요? ! (부끄) 


4. 생각해보니 전반적으로 정이랑은 별로 상관없는 얘기가 되버린 리뷰니까 마지막 짤방만은 확실하게 주연여배우로! 



강수연씨가 좋은 배우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모든 캐릭터가 자기 이야기를 발전시키지 못했지만, 결말 부분의 무게가 갑자기 정이에게 확 옮겨가면서, 저 무표정하고, 아무 감정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서현(강수연)이라는 사람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더 있었을까가 많이 궁금했어요. 이제는 서현의 얘기도 강수연이라는 배우의 남은 얘기도 더 듣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서늘하게 아프네요. 명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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