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어의 성공 확률 높이는 법
'국내파' 또는 '토종' 이라는 타이틀은,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들에게 자랑스런 훈장이다.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게 되었음을 강조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어릴 때 영어를 배우는 건 쉽고, 성인이 되어 영어를 배우는 건 훨씬 어렵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배운다는 말은 교과목으로 공부한단 뜻이 아니라, 습득해서 유창해지는 걸 뜻한다)
그러나 사실은 영어를 초등학교 때 배우든, 중학교 때 배우든, 대학교 때 배우든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들이라고 아무 어려움 없이 손쉽게 영어를 흡수하는 건 아니다.
해외파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초등학교 때 이민을 가서 영어를 잘하게 된 사람을 보면, 그가 운좋게도 유리한 환경 속에서 영어를 쉽게 배웠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조금 다르다.
- 친구들이랑 말이 안 통해 어울리기 힘들었던 경험
- 수업 시간에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좌절했던 경험
- 온통 영어로 말을 거는 사람들 속에서 혼란스러웠던 경험
- 밤늦게까지 악착같이 단어를 외웠던 경험
- 익숙치 않은 영어를 입에 붙이려고 말하기 연습을 하고 또 했던 경험
- 안 들리던 뉴스가 들리고 귀가 조금씩 트이면서 감격했던 경험
- 영어로 소통하는 즐거움을 온 몸으로 만끽했던 경험
그들도 우리가 겪는 과정을 똑같이 겪으며 영어를 힘겹게 터득한다.
우리보다 더 압축적이고 밀도 있게 겪을 뿐이다.
영어를 배운다면 누구나 예외없이 반드시 겪어야만 하는 과정(phase)이 있다.
개인차는 있다. 누구에게는 힘들기만 하고, 누구에게는 힘들지만 재밌을 수도 있다. 과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후에 다뤄보도록 하고, 요지는 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영어를 잘하게 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과정을 끝까지 견뎌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영어는 시작하기도 전에 사실상 결정이 난다. 신나서 하든 힘들게 하든, 내가 그 과정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라면 영어 공부에 성공할 것이고,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영어도 될놈될(될 놈은 된다) 이다.
내가 될 사람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판단할까?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내용을 참고해 보자.
영어 배우기는 꽤나 어려운 일이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시작해야 방법이 보인다.
성인이 되어 영어를 배운 사람과 초등학생 때 배운 사람 모두, 지난한 과정을 견뎌낸다는 점에서 같다.
그런데 그 시작은 다르다.
자의적인지 타의적인지, 즉 선택의 여지가 있었는가 없었는가 하는 부분이다.
어릴 때 영어를 습득한 사람은 영어를 배울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서 배우게 된 경우가 많다. 대부분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부모의 선택이다. 영어는 그들에게 생존의 문제가 되고, 영어를 배우는 것 외에 달리 선택권이 없다.
반면에 성인이 되어 영어에 유창해진 사람은 대부분 스스로 '영어를 배우기로' 선택하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이다. 스스로 결심하지 않으면 영어를 잘하게 될 수 없다. 단적인 예로, 자녀 교육 때문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몇 년을 살았더라도 여전히 영어로 말을 못하는 성인들도 많다(미국에도 한인들이 많기 때문에 영어를 못해도 살아갈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두 경우 모두 노력하고 부딪치면서 영어를 습득했지만, 그 발단이 다르다는 얘기다.
국내파 영어 실력자들이 대단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스스로 영어를 잘하게 되기로 '결심'하고,
노력으로 그걸 현실화시켰다는 점.
우리가 영어를 해야 생존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만약 있다면 둘도 없는 절호의 기회다).
그러므로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수많은 실력자들이 밟아온 길을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영어를 잘하기로 스스로 굳게 결심하고, 노력을 쏟아붓는 길.
결심과 노력 뒤에는 간절함이 있다.
영어를 잘하게 될 승산을 짐작해 보고 싶다면, 내가 얼마나 간절한지 보면 된다.
국내파 영어 고수들의 강의를 직접 듣기도 하고 책이나 유튜브를 통해 접하면서, 그들이 영어를 공부한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상상 이상의 ('혀를 내두른다'는 표현이 나와줘야 할 것 같다) 노력을 영어 공부에 투자했다. 물불 안 가리고 영어의 바다에 뛰어든 것이다. 영어로 꿈을 꾼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다. 하루 24시간 영어 생각만 하고 사는데 꿈이라고 예외 없다.
나에게 물어 보자.
'나는 나조차 감동할 정도로 노력할 수 있을까?'
대답이 No인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삶은 이미 중요한 일들로 가득 차 있다. 영어를 끼워 넣을 틈을 찾기 어렵다.
그럼 희망이 없는 걸까.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일단은 나의 간절함의 크기를 재 보자.
간절함은 쥐어짠다고 해서 나오지 않는다.
제대로 보려면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영어공부 성공확률을 100%에 가깝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바로 성공할 수 있는 판을 짜는 것이다.
판을 짜는 과정은 내 간절함을 가늠해 보는 과정인 동시에, 내 영어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예측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다음 세 가지 스텝을 따른다.
1)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수준의 목표 정하기
2) 목표한 수준으로 영어를 잘하게 되려면 총 얼마의 시간과 노력이 드는지 파악하기
3) 생활패턴과 의지력을 고려했을 때 그 목표를 위해 나의 자원을 실제로 얼마나 투자할 수 있을지 계산기 두드려 보기
우선 1)목표부터.
내가 도달하고 싶은 영어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 외국인이 길을 물을 때 어려움 없이 길을 알려 줄 수 있을 만큼
- 영어로 10분 동안 프레젠테이션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만큼
- 영화를 자막 없이 80%이상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 만큼
- 비즈니스 이메일을 적절한 단어와 표현을 이용해 작성할 수 있을 만큼
- 해외여행에서 만나는 각국의 여행자들과 어울려 담소를 나눌 수 있을 만큼
- 초등학생 자녀가 영어를 질문할 때 척척 가르쳐 줄 수 있을 만큼
원하는 영어 수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설명을 위해 편의상 레벨을 1~10으로 나눠보았다. 이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얼마나 원활히 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나눈 것이며, 영어시험 성적과는 크게 연관성이 없을 수 있다.
기준점을 몇 개 정해 보면 다음과 같다.
[레벨 1] 왕초보. 알파벳을 읽을 수 있고 문장을 만들기는 어려움.
[레벨 3] 여행 가능. 해외에서 숙소를 구하고 밥을 사먹고 투어를 예약하는 일을 영어로 어설프지만 해낼 수 있음.
[레벨 6] 일상대화 가능. 일상적인 소재로 대화를 무리없이 나눌 수는 있지만 정치·경제·시사를 주제로 깊이 있는 토론은 어려움.
[레벨 10] 원어민. 영어권에서 태어나 자라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우리는 영어를 외국어로서 배운다. 레벨 10은 불가능한 영역이다. 욕심내지 말자. 영어 실력이 아무리 늘더라도 이미 지배적인(dominant)언어인 한국어가 뇌에 자리잡은 이상, 영어 원어민이 될 수 없다.
레벨 8정도면 대단한 수준이고, 레벨 6만 되어도 영어 좀 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맘먹고 영어공부를 시작해도 오래 가지 못하는 경우는 애초에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없거나, 막연하거나, 지나치게 높은 경우가 많다.
목표를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려는 이유, Why를 꺼내 보자.
‘내가 영어를 잘하게 되면 하고 싶은 일’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수준에서 내가 도전해 볼만한 목표를 정해보자.
설령 목표를 레벨 3으로 정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알파벳밖에 모르던 사람이 레벨 3의 실력을 갖춰서, 영어로 소통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자신이 바라는 일들을 할 수 있다면 그게 그 사람에게 맞는 목표다.
만약 알파벳만 아는 사람이 영어로 토론할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싶다면, 당연히 그 또한 목표로 정할 수 있다. 단, 막연한 바람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얼마의 시간과 노력이 들지 명확하게 인식한 후에 시작해야 한다.
정리하면
영어를 구체적으로 얼마나 잘하고 싶은지 모르는 상태로는 영어를 잘하게 될 수 없다.
영어 공부에 성공하는 방법은, '성공 가능한 선에서'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간절함을 가늠하는 작업을 통해 나의 영어가 얼마나 늘 수 있을지 예측해 볼 수 있다.
스텝 2),3)은 다음 글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