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에서도 CFO로 사는 사람들.

일하듯 관계하는 사람들

by 참울타리

어떤 사람은 회사 밖에서도 여전히 직함으로 산다.

직장을 떠나도 그 직업의 언어와 습관을 벗지 못한 채,

어디서든 누군가를 관리하고, 조정하고, 배분하려 한다.


그와 자전거 이야기를 하던 날이었다.

페이스북 마켓에서 마음에 드는 부품이 있다며 내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이거 좀 알아봐 줄래? 너 이런 딜 잘 하잖아.”

그 말투엔 ‘부탁’보다 ‘지시’의 결이 섞여 있었다.


나는 웃으며 넘겼지만, 속으로는 약간의 피로가 스쳤다.

왜일까.

그의 부탁이 부담스러워서가 아니라,

그가 나를 여전히 업무의 연장선에 놓고 있다는 사실이 불편했다.


순간, 그의 말투와 표정 사이에서 묘한 감정이 엇갈렸다.

그가 나를 의지하는 마음도 느껴졌지만,

그 의지 속엔 늘 계산이 섞여 있었다.


그의 세계에는 늘 누군가가 대신 움직여야 했다.

회사에선 부하직원이,

회사 밖에서는 ‘편한 사람’이.


그에게 세상은 여전히 거래의 구조였다.

관계는 프로젝트였고, 부탁은 업무 분장이었다.

심지어 자전거 부품 하나조차 협상과 효율의 문제로 다뤄졌다.

그런 사람에게 ‘고마움’은 보고서의 한 칸처럼 형식적인 말이었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그는 회사를 떠났지만,

아직 퇴근하지 못한 사람이구나.


회사 밖에서도 CFO로 사는 사람들.

그들은 여전히 숫자와 통제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

하지만 관계는 계산이 아니라 온도다.

누군가의 호의는 예산이 아니라 마음이다.


결국 관계는 셈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순간에 살아난다.

그래서 나는,

그와 달리 관계의 결산서를 쓰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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