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을 차지하려는 사람, 중심을 지키려는 사람
이민 사회의 작은 모임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직업, 성격, 영향력이 교차하며
보이지 않는 서열과 중심이 만들어진다.
그 안에서 나는 자연스레 관계의 중심에 있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편하게 다가오고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저 편안함의 중심이었을 뿐인데,
어느 날부터 누군가가 그 중심을 점령하려 했다.
그는 다가왔다.
칭찬하고, 도와주고, 함께하자고 했다.
겉으로는 친근했지만, 그 친절에는 방향이 있었다.
‘너를 내 질서 안에 두겠다’는,
조용하고 계산된 의도가 느껴졌다.
나는 그가 사람을 모으는 방식을 알고 있었다.
호의로 시작해, 결국 주도권으로 끝나는 패턴.
그래서 한 발 물러섰다.
그가 나를 불편해하기 시작하자, 나도 이상하게 마음이 조용해졌다.
마치 오래 미뤄둔 정리가 끝난 듯한 기분이었다.
그는 중심을 차지하려 했고,
나는 중심을 지키려 했다.
중심을 차지하려는 사람은 권력을 얻지만,
중심을 지키는 사람은 신뢰를 남긴다.
그래서 결국, 그들 주위엔 사람은 많지만
진짜 친구는 없다.
가끔은 그런 사람들을 떠올릴 때,
미움보다 안쓰러움이 먼저 든다.
세상은 그들에게 너무 차가워 보였고,
그들은 그 차가움을 버티기 위해
끝내 중심을 쥐고 있어야만 했던 것 같다.
결국 중심은,
누가 더 오래 머물러주는가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을 멀리했다.
대신, 내 곁에는 여전히
같은 바람을 맞으며 달릴 수 있는 사람들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