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프랑스에 간다는 건
오래전 유럽 여행을 떠났던 교회 동생 Y는 프랑스 니스(Nice)의 돌멩이를 모아 담은 유리병을 선물로 건네주었다. 직접 촬영한 니스의 바다 사진을 오려 붙인 카드 안에는 손글씨로 직접 쓴 편지가 담겨있었다. 동생은 파리보다 니스가 훨씬 좋았다고 남프랑스의 아름다음을 찬양하였다. 파리는 여행해 보았지만 남프랑스를 가보지 못한 나는 동생 Y의 편지를 받은 후 왠지 그곳은 나와 잘 맞는 장소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막상 파리에서 니스까지는 거리가 꽤 멀었고 마르세유나 다른 도시처럼 열차의 시간이 짧은 편도 아니어서 니스를 갈지 아니면 다른 지역을 선택할지 고민이 됐다. 그렇지만 앞으로 니스를 간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을 거란 생각에 조금 번거로운 루트였음에도 불구하고 니스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간혹 니스보다 마르세유가 좋았다든지 다른 남프랑스 지역이 좋았다는 글을 찾아볼 수 있었지만 왜일까. 오래전 교회 동생 편지 속 니스 찬양에 왠지 모를 신뢰가 생겼던 나는 그 장소를 분명히 좋아할 것이란 예감이 들었던 것은.
그렇게 도착한 니스는 파리와는 정말 너무나 다른 곳이었고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을 수 없는 빛깔과 온도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파도가 종아리 살갗에 닿을 때 느껴지는 아직은 선선하고 차가운 느낌과 하루종일 아무 생각 없이 일광욕을 하던 그 순간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교회 동생 Y가 선물로 줬던 돌멩이들에 보답을 하듯 나는 해변에 누워서 돌멩이를 주워 담았다. 누군가의 발에 닿았을. 바닷소리가 담겼을. 지중해의 태양에 오랜 시간 노출되었을. 그 돌멩이를 꺼내 가방에 주섬 주섬 주워 담았다.
꽤나 여러 번 유럽을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차 안에서 하염없이 바라본 남프랑스는 어떤 드라마틱한 과장도 없었으며 현실 그 자체로 아름답고 차분했다. 그곳에서 나는 지금은 연락이 끊겨버린 동생 Y를 자주 생각하였다. 그녀가 느꼈을 과거 남프랑스의 느낌들을 마치 그대로 전달받고 있는 것만 같았고 동생이 함께 동행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다.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모두 군더더기처럼 느껴진다. 벌써 희미해진 니스의 바다를 떠올리자면 식상하지만 정말 꿈을 꾼 것만 같다.
그날 니스 해변가에서 무덤덤하게 아이스크림을 먹던 중년의 여인과 다른 각도로 바다를 바라보던 한 여인처럼 이제는 과거로 멀어져 버린 동생 Y를 추억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