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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 살로메 Sep 09. 2024

엄마의 섬망증 - 입원 8일 차

끝날 듯 끝나지 않는 폐 물 빼기

황량했던 그 겨울, 유일한 나의 휴식처였던 외출의 시간


사실 엄마가 처음 입원했을 때는 폐에 물을 빼고 금방 퇴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폐에 물을 빼는 게 무슨 청소기로 흡입하듯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 놀랐던 건 요즘 같은 AI 인공지능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 이렇게 호수로 세월아 네월아 물을 빼는 현실이었다.


그때 엄마를 병원에서 지켜보면서 오랜 시간 누워만 지내는 것이 몸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쳤는지 깨우칠 수 있었다. 엄마는 퇴원 후 다시 걷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심장과 폐에 물이 차지 않았고 열이 오르지 않았다. 직립보행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온몸으로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아! 그리고 오랜 시간 누워서 지냄으로 인하여 생겨난 병이 또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이석증'이었다. 너무 오랜 시간 걷지 못하다 보니 이석증이 생겨난 엄마는 돌아 눕거나 조금만 움직일 때에도 엄청난 어지러움증을 호소했다. 정말 '첩첩산중'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혹부리 영감처럼 온갖 병이 하나 둘 붙어가는데 정말 환장하고 미칠 지경이었다. 문제는 허리 보조기를 착용하고라도 일어나 걸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석증으로 인해 어지러움을 호소하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괜히 잘못 일어나다가 넘어지면 또 다른 뼈에 골절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기에...ㅠ


입원한 김에 골다공증 주사와 이석증 치료까지 한 번에 끝내고 싶었지만 그것 또한 쉽지 않았다. 폐에 호수를 꽂고 있는 환자를 데리고 타과로 이동하는 것이 힘들 뿐만 아니라 다른 과 진료를 보려면 주치의 선생님께서 협진 의뢰서? 같은 것을 써주어야 하는데.. 그것 또한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래서 주치의 선생님과 타협한 끝에 골다공증 주사는 원래 다니던 상계 백병원에서 맞기로 하고 일단 모든 치료가 끝나는 대로 본 병원의 이비인후과에서 '이석증' 치료를 받기로 했다.


엄마는 그래도 옆에 딸이 있어서 마음이 놓였는지 이따금씩 주치의 선생님께 농담을 하곤 하였는데.. (워낙 섬망 증상까지 심했던지라.. 섬망증상이 남아있는 게 아닌가 싶은 그런 민망한 농담을 주치의 선생님께 하곤 했으니 ^^;;;) 혹시 무슨 말실수를 하진 않을까 참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사실 엄마를 간병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엄마의 의심과 불안증이었는데. 너무 큰 충격을 받은 몸이어어서 그런지 엄마는 딸이 조금만 다른 곳에 가있으면 몹시 불안해하며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또한 무슨 말도  되는 소리를 내게 하곤 했는데. ( 이야기이인즉  병원에서 내가 나쁜 짓을 하고 다니는  본인은 알고 있으며 이미  나쁜 짓에 대한 소문이  병원에  퍼졌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증상도 퇴원을  후에는 완전히 사라졌다. 또한 모두 잠든 시간에 악마가 돌아다닌다며 갑자기  소리로 주기도문을 외울 때면 ㅠㅠ 정말.. 어찌해야 할지 초초하기만 하였다. 늙어서 아픈 것도 서러운데..  뇌에서는 섬망증상이라는 몹쓸 증상까지 생겨나는 것일까.


엄마를 간병하면서 나는 자주 복도 주위를 돌아다니곤 했는데 그때 1인실 2인실 안 풍경을 자세히 살펴보곤 했다. 조금 더 열심히 살아서 부모님 아프실 때마다 1~2인실에 모셔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엄마의 돌발 행동이 도드라질 때면 그 생각은 더욱 강렬해졌다. 하지만 매번 부모님이 아프실 때마다 1인실 2인실에 모실 여유는 유재석 정도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씁쓸한 생각을 하면서..


요양병원에 잠시 계실 때 1인실에 모실까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는데.. (물론 빈자리도 없었지만) 있다 해도 계산에 보니 한 달에 모든 비용 합산 800만 원 정도 (간병비까지 얼추 얼추) 소요된다는 걸 알고는.. 늙어서 존엄을 찾으려면 정말 노후 대책을 제대로 해놓지 않으면 안 되는구나 깨달았던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적당한 타협 끝에 엄마를 4인실에 입원시켰었는데. 4인실 정도만 되어도 환경도 쾌적하고 엄마가 빨리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휴-


어쨌든 그렇게 공포와 악몽? 의 입원 8일 차가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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