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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먼저일까

고통 없는 평안한 삶에 대하여

by 루 살로메
여행 중 하트구름이 뿅~ 하고 나타났던 날


요즘은 참 평온한 날들이다. 평온하고 고요한 그런 날들이라고 할까. 참 간사하게도 인간은 몸과 마음이 편안하면 갈급함이 줄어드는 것 같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겠지만. 나란 사람은 편안하면 전투적으로 살아지지가 않는다. 최근에는 남편과 결혼 10주년을 맞아 가까운 일본 소도시로 여행을 다녀왔다. 예술의 섬 나오시마에 들러서 미술 작품도 보고 아주 조용한 도시를 거닐며 편안하고 행복했다. 나이가 들수록 여행을 준비하고 떠나는 에너지가 부족하여서인지 오랜만에 가까운 나라로 여행을 떠나서 너무 편하고 신이 났다. 그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 보면


1) 시차 적응을 하지 않아도 된다. 2) 당일에 목적지에 도착한다.


이 두 가지 사실이 얼마나 기쁘던지! 물론 장거리 여행은 장거리 여행대로의 재미가 있지만 체력적으로 힘든 건 사실이니까. 장거리 비행 후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면 녹초가 되는 건 나뿐일까.


요즘은 평안한 마음 때문인지 창작의 욕구도 잘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럴 때 글이 더 잘 써진다고 하지만. 나는 왜 그렇지 않을까. 얼마 전에는 도서관에서 일하는 친구와 밥을 먹다가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레 나눴다. 행복하게 사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고 친구는 말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 싶으면서도. 또 마냥 행복하게 사는 게 맞는 건지. 그런 이상한 생각도 해보면서. 참 인간은 청개구리 같은 존재여서 어떤 상황 속에서도 만족을 모르고 계속해서 의문과 질문을 던지는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어쨌든 지금의 내 상황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지 못하지만 여행지 마지막날 다카마쓰 심볼 타워에서 우리는 운좋게 '하트 구름'을 만날 수 있었다. 마치 결혼 10주년을 축하한다는 듯이 하늘 높이 떠있던 하트 구름이 얼마나 예쁘던지! (자세히 보면 우리가 묵었던 산 중턱의 숙소도 보인다! ㅎ)


앞으로 어떤 날들이 펼쳐질지 알 수 없으나 일단 지금의 이 평온함을 즐겨 보기로 한다. 예쁜 여행 사진들은 언제 다 정리할 수 있을까.


* 구독자님들의 요즘 삶은 어떤지도 궁금하네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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