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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 살로메 Dec 10. 2021

그 겨울 몬트리올 여행

Amtrak을 타고 뉴욕에서 몬트리올로 향하다!

뉴욕에서 몬트리올 가는 길 가차 안에서의 풍경


겨울여행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추운 겨울이 되면 늘 생각나는 여행지가 있다. 바로, '뉴욕'과 '몬트리올'이다. 뉴욕과 몬트리올의 겨울은 몹시 추운 것으로 유명한데 정말 그렇게 추울 줄은 몰라서 겁 없이 나는 그 해 겨울 그곳으로 떠났다. 당시 친척동생이 맨해튼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나는 동생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머물 수 있었다. 뉴욕에 가면 꼭 몬트리올과 퀘백에 들러보고 싶었다. 불어권 도시라는 사실이 매력적이었고 마침 대학교 동기 E가 그곳에서 대학생활을 하며 살고 있었다.


사실 E와 나는 친분이 별로 없었다. 내가 그녀를 흠모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싸이월드로 그녀의 몬트리올 생활을 지켜보면서 언젠가 그곳에서 그녀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11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도 풍경 때문이겠지


뉴욕으로 떠나기 전 그녀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그녀는 흔쾌히 약속 날짜와 시간을 정했다. 어느 숙소에 묵으면 좋을지, 또 몬트리올의 겨울이 얼마나 추운지 그녀는 상세하게 알려주었고 본인이 당일 가이드를 해주겠다며 답장을 보냈다. 퀘백까지 가고 싶었으나 날씨가 몹시 추웠기에 몬트리올에서만 4일 머물기로 결심한 나는 기차표를 예매하였다.


눈이 펑펑 내려 더욱 아름다웠던 기차 안에서의 풍경


뉴욕에서 몬트리올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기찻길이 아름답다고 소문이 난 Amtrak을 타기로 마음먹었다. 무려 11시간을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 기나긴 여정이었지만 언제 그런 낭만을 느껴볼 수 있을까 싶어서 기차표를 예매했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추운 겨울 기차에서 바라본 풍경들이 잊히지 않아서 그때의 선택이 참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고요했던 그 해 몬트리올의 겨울, 나는 이곳에서 대학 동기 E를 만났다.


몬트리올은 뉴욕에 비하면 굉장히 조용하고 볼 것 없는 도시이다. 그렇지만 11시간, 아니 13시간(무슨 이유에서인지 몬트리올 도착 전 기차는 2시간 정도 정차를 했고 그 긴긴 시간 동안 가져간 노트북으로 미드를 보며 견뎌야 했다.) 동안 기차 안에서 느꼈던 정적과 객실 내부의 따뜻한 온도, 뒷 좌석에 앉은 일본인 부부의 고요하고 단정한 일본어 대화, 몬트리올에 내렸을 때 느껴지던 동네의 친숙하고 익숙한 느낌과 정서들이 참 좋았다. 4일 동안 영하 10도 가까운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며 도서관을 미술관을 카페를 걸어 다니면서도 나는 그곳이 좋아서 아주 오랫동안 이 도시에 살아본 것 같은 착각마저 하게 되었다.


몬트리올의 겨울은 몹시 추워서 거리에 사람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여름의 활동성과는 다른 따뜻한 실내에 웅크리고 앉아 입김을 호호 부는 것 같은 포근함, 몬트리올에 대한 나의 기억들은 여전히 그러하다. 몬트리올에서 학교를 다니던 대학 동기 E는 캐나다의 명문대학교 중 한곳인 맥길대학교 McGill University 안 구석구석을 내게 소개해주며 안내자 역할을 했고, 유명한 브런치 가게에도 데려갔다. 건축물이 아름다운 성당 앞과 유명한 장소들을 걷다가 그녀는 내 사진을 찍어주었고, 춥다고 데려간 스타벅스 카페에서는 음료수 이름 앞에 붙은 'chaud'를 가리키며 '저건 따뜻한 걸 의미한다.'라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따뜻한 차'를 마시며 몬트리올 생활과 서울 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몬트리올 현대 미술관 (Musée d’art contemporain de Montréal)의 낮


몬트리올 현대 미술관 (Musée d’art contemporain de Montréal)의 밤


되돌아보면 모두 꿈결 같은 시간이다.


지금은 그런 E와 다시 연락이 끊겼고 우리는 만나지 못한다. 가끔 한 번씩 그녀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그녀는 어디서 무얼 하며 살고 있는지, 여전히 글을 잘 쓰고 그림을 잘 그리고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하는지. 언제나 몬트리올과 함께 기억될 E의 모습이 올 겨울에도 아른거린다.



몬트리올 현대미술관에서 보았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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