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어느덧 긴긴 겨울이 지나고 따듯한 봄이 찾아왔다. 이렇게 포근한 날씨가 찾아오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여행지가 있다. 거리 한복판 벤치에 앉아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곳~ 바로, '샌프란시스코'이다. 03.21날짜로 해외 입국자들이 더 이상 자가격리를 하지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해외여행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봄기운이 느껴지는 요즘 샌프란시스코가 더욱 그립고 생각이 난다.
그렇다. 2017년 여름, 남편과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떠났다. 미국 방문은 세 번째였는데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던 나는 출발 전 그 어느 때보다 설렘이 가득했다. 그리고 실제로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을 때 그곳의 청명한 하늘과 푸른 햇살을 바라보며 '와, 이곳이 바로 천국이구나!'라는 식상한 생각을 하였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왜 그토록 캘리포니아의 눈부신 햇살에 빠져들었는지 금방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 LA와는 또 다른 색감과 햇살이 펼쳐지는 샌프란시스코~ 어찌 이곳에서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 곡을 자주 들었는데 들을 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콩닥거렸는지 모른다.
가사마저도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이곡을 지금도 종종 듣곤 하는데 그럴 때면 당장이라도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그곳으로 달려가고만 싶어 진다. 흑흑..
The loveliness of Paris seems somehow sadly gay
The glory that was Rome is of another day
파리의 아름다움은 어쩐지 슬프도록 빛나고
로마의 영광은 지난날의 얘기일 뿐이죠
I've been terribly alone and forgotten in Manhattan
I'm going home to my city by the Bay
지독한 외로움에 빠져 맨해튼에 있다는 것마저 잊었네
언젠가 만을 지나 내 고향으로 돌아가리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High on a hill, it calls to me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내 마음을 두고 왔어요
언덕 위 저 높은 곳에서 나를 부르죠
To be where little cable cars climb halfway to the stars
the morning fog may chill the air, I don't care
작은 케이블카가 별을 향해 오르는 그곳
아침 안개가 차갑겠지만,
그러나 난 신경 쓰지 않아요
My love waits there in San Francisco
Above the blue and windy sea
내 사랑이 샌프란시스코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바람 일렁이는 푸른 바다 위에서
When I come home to you, San Francisco
your golden sun will shine for me
내가 당신이 있는 샌프란시스코 집으로 돌아왔을 때
당신의 금빛 태양이 나를 위해 비춰주겠죠
샌프란시스코의 매력은 단지 날씨뿐만이 아니다. 대중교통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렌트하지 않아도 도시 곳곳을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다. 신혼여행으로 LA에 들렀을 때 남편과 나는 광활한 그곳의 땅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시 숙소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산타모니카 해변을 가기 위해 한인 택시를 탔었는데 택시비만 무려 4만 원이 넘게 나왔었으니... 설령 버스를 이용한다 해도 버스 시간 간격이 길어서 목이 빠져라 기다려야 했다. 휴...
그렇다. LA 여행은 렌트가 답인 것이다.
반면 샌프란시스코는 케이블 카, 버스, 지하철(바트) 등 대중교통이 잘 운영되고 있어서 서울처럼 안전하고 편안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를 떠올릴 때면 조금 독특한 장소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이유는 아마도 도시의 분위기 때문인 듯싶다. 보통 어느 도시에 방문하면 그 장소는 대부분 현대적인 모습을 띄고 있거나, 여유로운 휴양지의 형태를 드러내기 마련인데 샌프란시스코는 그렇지 않았다. 휴양지이면서도 대도시의 정체성을 함께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전혀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았다고나 할까.
높은 언덕을 오르면 드넓은 태평양이 언덕 아래로 펼쳐지고 그 위로는 광대한 금문교의 모습이 펼쳐지는 그곳. 여기저기 항구에는 배들이 즐비해 있으며 도시 한가운데에는 다양한 쇼핑센터와 현대미술관, 도서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물질적인 여유가 있다면 노년에는 정말이지 이런 도시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집값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기에..ㅠㅠ
여유와 세련미가 함께 공존하는 샌프란시스코. 성소주자들을 위한 인권에도 앞장서는 리버럴 한 도시! 그래서인지 도보여행 중 도로 곳곳에서 무지개 깃발을 만날 수 있었고, 공공도서관에는 성소자들을 위한 센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참! 공공도서관에 방문하면서 놀란 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몸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 홈리스 분들을 자주 마주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차별 없이 누구나 공공시설을 이용하고 누구라도 환대해주는 그곳의 분위기가 보기 좋았고 정감 있게 느껴졌다.
남편과 내가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던 2017년 7월은 마침 미국 독립기념일(07.04)이 있던 시기였는데 덕분에 우리는 불꽃놀이를 관람할 수 있었다. 워낙 안개가 자주 생겨나는 지역이어서인지 불꽃이 구름에 가려져 제대로 즐길 수 없었던 게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이 특별한 날 샌프란시스코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불꽃놀이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벅차고 기분이 좋았다.
샌프란시스코 여행 Tip 01
하지만 한 가지 알아둘 팁이 있다. 혹시라도 우리처럼 미국에서 불꽃놀이를 즐기려고 계획한 분들이 있다면 한국의 불꽃놀이 같은 화려함을 기대하지 말기를 당부하는 바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ㅠㅠ
드넓은 바다 위로 안개가 자주 발생하기에 구름에 불꽃이 가려지는 경우가 종종 생겨난다는 건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일 것이다. 사실 불꽃의 규모나 비주얼은 한국이 최고인 것 같다.
하지만 현지의 불꽃놀이에 동참하고 그 분위기를 느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불꽃의 가장자리만 볼지언정 그래도 불꽃놀이를 보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를 추천하고 싶다.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San Francisco Art Institute
예술학교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미국 독립기념일에 불꽃놀이를 구경하기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나있다. 특히 옥상에는 카페테리아가 있어서 여유 있게 커피 한잔 즐기며 일몰과 밤하늘의 불꽃놀이를 감상하기 좋다. 하지만 이렇게 유명한 장소이지만 안개가 많은 날은 불꽃놀이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는 점은 알아두도록 하자. ㅠㅠ
주소: 800 Chestnut St
- 케이블카 파웰-하이드 라인 타고 하이드 스트리트 & 체스넛 스트리트에서 하차 후 도보 2분
- 케이블카 파웰-메이슨 라인 뮤니버스 30번 이용 시 콜럼버스 애비뉴 & 채스넛 스트리트에서 하차 후 도보 5분
- 롬바드 스트리트에서 도보 5분
샌프란시스코 여행 Tip.02
아!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서만 볼 수 있는 희한한 광경이 하나 있다. 분명히 같은 공간, 같은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인데 의상이 몹시 다채롭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한여름에 입는 민소매, 핫팬츠를 입고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추운 겨울인 것처럼 얇은 패딩을 걸치고 거리를 활보한다. 이유는 날씨 때문인데 건조한 캘리포니아 햇살의 영향으로 기온은 따뜻하나 바다 바람이 불면 초겨울처럼 몹시 춥기 때문이다. 특히 해가 진 저녁에는 온도가 급격하게 내려가서 도저히 가을 점퍼만으로는 외출을 할 수 없다. 그러니 더위와 추위를 많이 타는 분들이라면 다양한 계절의 옷을 겹겹이 껴입는 걸 추천드리고 싶다.
여긴 과연 봄일까, 여름일까, 가을일까, 겨울일까...
샌프란시스코 여행 Tip.03
계절은 아리송송한 이곳이지만 시간은 왜 이토록 빨리 흘러가는 것인지. 어느덧 여행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고 남편과 나는 세계적으로 아름답기로 소문난 샌프란시스코의 야구장 AT&T 파크 투어를 위해 구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당당하게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티켓을 사려는 순간, 직원의 입에서 튀어나온 한 마디는 sold-out.. 이라는 단어였다. 남편과 나는 당황한 나머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AT&T 파크 구장 주변만 빙글빙글 걷고 또 걸었다. 하... ㅜㅜ
만약, 야구장 AT&T 파크 투어를 계획하는 분들을 있다면 미리 사전예약을 하거나 여행의 중간쯤 구장에 들러서 미리 티켓을 구입하기를 추천드리는 바이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던 우리는 나름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투어버스를 타게 되었다. 그리고 이 투어버스는 신의 한 수였으니.. 시간이 지나고 되돌아볼 때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잘 한 일중 하나는 바로 이 투어 버스를 탄 일이라고 우리 둘은 입을 모아 말하곤 한다. 투어버스를 타고 금문교를 건널 때 마주했던 세찬 바람과 드넓은 태평양의 모습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두 번 다시없을 소중하고 귀한 경험이었다.
미국답고 미국다운 모습은 바로 이런 거대한 모습이 아닐까.
땅덩어리가 넓은 국가에서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곧 그곳에 다시 갈 수 있을까. 해외 입국자 격리 해지 소식과 함께 주변에도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이 하나, 둘 생겨나는 것 같다. 당장 봄에는 떠나지 못하겠지만 잠시나마 그때의 청명한 날씨와 온도를 회상하며 봄의 기분을 만끽해본다.
어서 빨리 활짝 봄이 피어나면 좋겠다.
기쁜 일들이 몽글몽글 피어나면 좋겠다.
그곳은 아직도 그렇게 쾌청하고 푸르를까.
AT&T Park
미국 프로야구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anfrancisco Giants 팀의 홈구장으로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경기장 주변에 바다가 있어서 전망이 아주 뛰어나다. 투어는 10:30, 12:30에 진행되며 투어 티켓은 홈페이지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주소: 24 Willie Mays Pla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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