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 d’ete
5월에는 영화와 관련된 특별한 일들이 많았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릭 로메르' 감독의 특별전이 열렸다는 것이다. 이미 본 영화들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영화들도 있었기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영화들을 꼼꼼하게 관람하였다. 게다가 얼마 전 깐느에서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 배우가 각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영화 애호가로서 기쁨이 두배였다. 아! 올해의 5월은 라넌큘러스 꽃잎처럼 풍요롭고 기쁨이 넘치는 봄이었구나!
2022년 5월 에릭 로메르 특별전 작품 리스트
- 녹색광선
- 해변의 폴린느
- 봄 이야기
- 여름이야기
- 가을이야기
- 겨울이야기
얼마 전에는 마침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정성일 평론가'의 GV가 있어서 다녀왔다. 정성일 평론가님은 한번 GV를 시작하면 2시간 넘게 설명하시기 때문에 막차를 각오하고 갔는데.. 역시나 2시간 넘게 진행되는 바람에 막차를 타기 위하여 GV 도중에 극장을 나와야 했다. 너무 너무 너무 아쉽다.ㅠㅠ
평론가님의 말에 의하면 로메르의 영화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영화라고 한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하루에 2편 보는 것은 집중력이 엄청! 대단한!! 사람만 가능하다고!! 이날 여름 이야기는 두 번째로 관람하였는데 다시 보아도 정말 좋았다. 특히 마지막 엔딩 장면. 종종 어떤 문제들은 상상하지도 못한 다른 우연의 방식으로 해결되기도 하니까. 로메르의 영화는 작위적이지 않고 삶의 모든 우연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영화 속으로 끌어온다.
정성일 평론가는 이 영화에서 '마고'와 '가스파르'의 옷 색상을 눈여겨 보야한다고 설명하였다.
시종일관 무채색의 옷을 입고 있는 '가스파르'와 빨간색 옷을 입는 '마고'! 빨간색 옷을 입지 않은 날, ‘마고'의 숨겨진 심리 등을 추론하면서 영화를 분석해보아도 재미있다.
처음 로메르 영화에 끌렸을 때 그의 어떤 점에 사로잡히게 되었는지 알지 못하였다. 그리고 점점 그의 영화를 깊이 좋아하게 되면서 또 그의 평전을 읽고 평론가님의 해설을 들으면서 왜 그토록 로메르의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1. 로메르 영화의 미장센 (회화적인 감각과 색채 그리고 구도들)
2. 로메르 영화의 리듬감 (심지어 그는 작곡을 하기도 한다.)
3. 로메르 영화의 서사 (지극히 일상적인 그러나 신비로운)
나이가 들수록 거대한 서사보다는 일상적 삶에서 확장되어 나가는 서사에 더욱 마음이 간다. 그런 면에서 국내에서는 '홍상수', 해외에서는 '에릭 로메르'가 나의 최애 영화감독인 듯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로메르적 여름, 그 여름을 지내지 못한 채 몇 해가 흘렀다. 올여름에는 로메르적 여름을 지날 수 있을까.
영화의 장면들이 오늘도 선명하게 주위를 맴돈다.
참고로! 영화에서 가스파르가 필사적으로 짝사랑한 '레나'는 내 눈에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서양인들의 눈에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내 미적 기준으로는 퍽 아름다운 여성은 아니었기 때문에 왜 레나 역으로 이 배우를 선택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 의문을 평론가님을 해결해주었다.
로메르가 이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는 오디션장에서 유난히 과장된 표정과 연기, 감정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로메르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바로 저런 사람이 레나 역에 딱!!! 적합하다."라고 판단했다고. ㅎㅎㅎ
알면 알수록 매력 있는 '에릭 로메르'의 영화들. 그의 다양한 영화들이 앞으로도 자주자주 개봉하기를!
p.360. 이미지는 글을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글 역시 이미지, 세계를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p.363. 영화는 사물을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하며,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면을 보게 해 준다.
"보는 법을 배우는 것은 우리 교육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이다. 이것은 무엇보다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소문'을 믿지 않고, 사실로 돌아가서 출처를 찾는 것을 의미한다."
항상 자료에 대한 지식에 미학적 판단을 연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아름다운 것만이 진실하다.' 이것이 우리의 격언이다.
- 은밀한 개인주의자 ㅣ 앙투앙 드 베크, 노엘 에르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