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어울린다는 건
며칠 전 발렌타인 데이와 화이트 데이가 있었다. 우리 부부는 평소 발렌타인 데이나 화이트 데이를 챙기지 않았고 그렇게 사는 것에 익숙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초콜릿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요즘 유명하다는 '아도르 Adore' 초콜릿과 '삐아프 Piaf' 초콜릿 한정판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흥분했다. 사실 나는 초콜릿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고 잘 알지도 못했다. 그렇게 관심을 접고 있었는데 어느 토요일 남편은 갑자기 내게 스포츠 유니폼 하나 구입하러 직거래에 다녀온다고 말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짜잔!!!
남편은 서프라이즈로 준비한 아도르 발렌타인 데이 한정판 초콜릿을 내밀었다.
'솔직히 달라봤자 얼마나 다르겠어. 그냥 상술이겠지.'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맛을 본 후에는 바로 생각이 바뀌었지만..
지나치게 달지 않으면서 무척이나 섬세한 초콜릿의 맛과 식감이 꽤 마음에 들었다. 역시 무엇이든지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에는 함부로 말하면 안 되는 것이겠지. 초콜릿을 받은 날 즉흥적으로 후다닥 요리를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을 곁들인다면 왠지 초콜릿의 풍미가 더욱 살아날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친 후 남편과 나는 조그마한 초콜릿을 사이좋게 반으로 뚝 잘라먹으며 초콜릿을 평가했다.
초콜릿은 다양한 맛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호지차, 알코올이 함유된 와인 등 재료 각각의 개성이 살아있으면서도 초콜릿 고유의 맛을 잃지 않았다. 삶도 그러할까. 매번 내 마음과 같을 수 없는 사람들과의 공존처럼. 단독적으로 살아갈 수 없는 게 인생일까. 초콜릿 하나를 먹으면서 나의 생활을 반성했다. 언제부터인가 가식적인 만남이 싫어졌고 거짓 감정에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아서 최소한의 사람만을 만나며 지낸 나. 잠시 편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이게 올바른 삶인지 자신할 수 없었다.
음식을 만들며 생각한다.
음식은 독단적일 수 없다.
언제나 다른 재료와 만나야 한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재료들끼리 조화를 이룬다.
그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으면 '더 좋은' '더 괜찮은' '더 맛있는' 요리는 탄생하지 않는다.
내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얼마나 조화로운 사람일까. 냉장고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시들어가는 야채는 아닐까.
후식으로 초콜릿을 먹다가 문득 조화로운 마음들에 대하여 생각하였다.
언젠가는 모두 녹아 없어질지라도.
p.s 한달 후 화이트 데이에는 '빠아프 Piaf' 한정판 초콜릿을 받았다.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