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팅도 배워야 하는 것일까?
요리와 플레이팅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비과학적으로 '감'에 의존하는 편이다. 사실 지금도 요리책을 찾아보고 공부하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레시피대로 따라 하지 못해서 본의 아니게 '내 방식대로'가 되어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사람의 요리 사진들을 구경하던 중 사진에서 '플레이팅의 기술(정확한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신기해하였다. 플레이팅을 가르친다는 거 그걸 또 배우려는 이들이 있다는 게 새삼 놀라웠다. 아직 그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읽어보게 된다면 새로운 플레이팅 기술에 눈을 뜨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문득 나는 어떤 플레이팅을 선호하는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미 알고 있었다. 플레이팅을 할 때마다 '왜 이렇게 대칭이 안 맞지?'라며 혼자 예민을 떨곤 했으니까. 그렇다. 나는 '대칭'에 집착하는 사람이었다. 그 예시를 뒷받침하기 위해 아주 오래전 사진을 찾아보았다. 역시나 대칭적이다.
좋아하는 감독 중에 '웨스 앤더슨'이라는 감독이 있다. 이분의 영화를 보면 마음이 정돈되곤 하는데 이유는 강박적으로 대칭을 선호하는 감독의 성향 덕분이다. 그리하여 내 눈에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비율이 편안하고 보기 좋았다.
작년 가을에는 교토에 들르기 위해 일본 정원, 일본 미학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었다. 책 속에 나와있는 일본 정원들은 웨스 앤더슨 감독과는 정반대의 '비대칭(와비사비)' 미학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었다. 웨스 앤더슨은 이런 일본 정원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에 잠길까. 비대칭적인 돌덩이를 자신의 방식으로 옮기는 상상을 할까. 언젠가 함께 일본 여행을 하게 된다면 물어보고 싶다. 사실 나도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ㅎㅎ
똑같은 식기와 똑같은 테이블 매트 그리고 커트러리를 사용해도 저마다 플레이팅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요리를 담고 놓는다. 나는 보통 플레이팅을 할 때 생각한다.
1. 음식들이 깔끔하게 정렬됐는지. (직선에 특히 예민하다.)
2. 음식의 컬러가 다양한지.
3. 포인트를 줄만한 식물이나 식기가 있는지.
4. 식탁의 빈 공간이 너무 많지는 않은지. (휑한 느낌이 들면 곤란하니까.)
5. 사진을 찍을 때는 음식이 가장 돋보이는 각도인지. (사진에 따라서도 분위기가 달라지므로)
정도를 본능적으로 신경 쓰는듯하다. 그래서 여러 브랜드의 그릇을 섞어서 사용하기보다는 같은 계열의 그릇을 함께 사용하는 걸 좋아한다. 통일감이 느껴지면 안도가 된다고 할까. 뭐, 플레이팅도 전문가에게 배우면 더 완벽하게 세팅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성향대로 잘 조합하여 나만의 시그니처 플레이팅을 만들어가는 것도 꽤 괜찮은 일 같다. 아마추어면 아마추어인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이렇게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누군가 나의 식탁을 보고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어! 이거 딱 네 스타일의 플레이팅이네.'
잘하는 것보다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게 더 어렵고 멋지다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