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원톱 레스토랑의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남편만큼 음식에 대한 식견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관심도 없는 편이다. 그래서 맛집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는 타입도 아니고 그저 남편이 예약하거나 데려가면 졸졸 따라가는 정도랄까. 하지만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맞는 것일까. 처음에는 관심 없었으나 남편을 따라 이곳저곳 다니다 보니 나름 보는(판단) 기준 같은 게 생겨난 것 같다. 미각도 점점 예민해지고.
남편은 미슐랭 3스타인 '모수'의 평이 정말 좋다고 또 미슐랭2스타에서 3스타로 승급하면서 인기가 폭발해 예약자체가 힘들다고 귀가 닳도록 이야기했다. 그런데 어떻게 예약을 한 것인지 남편이 이곳을 예약했고 나는 자연스럽게 행운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뭐 맛있어봤자 얼마나 맛있겠어. 그동안 다녀본 맛있는 음식점들 정도이겠지.'
라고 생각했으나 고작 런치를 먹었을 뿐인데도 이곳이 왜 특별한 곳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대한민국 원톱 레스토랑은 아마도 이곳이지 않을까 싶은 추측까지 해보게 되었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음식을 평가하는 내 수준이 추상적일 수밖에 없으나 그동안 다녀온 곳들과 비교하여 이곳만의 장점을 몇 가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런치 메뉴
1. Small bites 작은 한입들
2. red snapper with toasted fish soy 참돔과 구운 생선 간장
3. Korean organic wheat noodle 토종밀 국수
4. tilefish in brassica 옥돔과 배추 속
5. hearth oven charred mackerel 화덕불에 지진 고등어
6. "Hanwoo" & gochujang popcorn rice 한우와 고추장 강냉이 솥밥
7. Small sweets 작은 후식들
모수만의 장점
1. 보통 유명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들은 식감을 골고루 분포하는 편인데 '모수'는 확연히 '아기피부처럼 보드랍고 여린 고기와 생선의 살'의 촉감 등이 전반적인 특징으로 느껴졌다. 그러다가 메인 디쉬와 함께 나온 강냉이 솥밥의 바삭바삭한 식감에서 강세를 찍는다고 할까. (음악으로 치면 포르테로!) 누룽지와 팝콘처럼 바삭한 솥밥의 식감은 나이 드신 분들 또는 나처럼 이가 약한 이들에게는 위험한 요소가 될 수 있지만. 맛과 식감만 따지자면 워낙 강렬해서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계속 입속에 넣게 된다. (이에 많이 눌어붙긴 한다. ^^;;;)
2. '모수'는 식기에 힘을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식기나 막 쓴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 도예가들의 작품들을 가져다 사용하는 모수의 기물들은 그릇의 결이 튀지 않고 음식을 오히려 돋보이게 한다. 식기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음식을 잘 서포트해 주는 느낌이랄까. 유럽 음식점 특히 프렌치 레스토랑의 그 호화스러운 화려함은 이곳에서 찾아볼 수 없다. 단아하고 단정한 느낌의 식기들이 음식의 품격을 높인다.
또한 음식들도 휘황찬란한 데코로 눈속임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그렇다고 해서 모수의 음식들이 미적으로 아름답지 않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음식 데코와 플레이팅 역시 과함이 없는 단정함으로 모든 맛이 조화를 이루도록 돕는다. 부족함도 없지만 넘침도 없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밸런스가 '모수'의 특장점이라고 생각한다.
3. 자극적인 맛을 찾아볼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한식의 경우 자극적인 맛이 공식처럼 따라오게 되었는데 '모수'의 음식은 자극적이지 않다. 서양인 누구라도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간이 적절하게 배어있다. 특히 일식을 먹을 때 그 특유의 짠맛 같은 것도 찾아볼 수가 없다. 나처럼 자극적인 맛을 싫어하고 나트륨 함량과 건강을 챙기는 이에게는 둘도 없이 최고의 레스토랑이 아닐까 싶다.
4. 넘치지 않는 달달한 맛의 베이스가 입맛을 북돋아준다. 단맛을 좋아하면서도 지나치게 닷맛을 싫어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취향저격인 곳이다. 예약만 된다면 분기별로 방문하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정말 '어나더 레벨'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곳 '모수'... ㅠㅠ
5. 육식 체질이 아닌 나를 또 행복하게 해 준 것은 각종 식물의 향연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나물부터 각종 허브와 야채까지 음식의 신선함과 상쾌함을 더해준다. 특별히 헤비한 음식이 없는 것도 개인적인 취향에는 맞았다. 물론 메뉴가 바뀌면 또 다른 느낌을 받게 될 수도 있겠지만.
6. 물론 공간도 훌륭했지만 '모수'는 음식이 너무나 맛있고 완벽했기 때문에 공간의 장점이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만큼 온전히 음식만으로 승부수를 걸 수 있는 곳이 '모수'가 아닐까 싶다.
오래전부터 음식점 리뷰를 남겨보고자 했지만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옮겨야 하는 귀찮음과 시간이 지날수록 쌓여만 가는 음식점 리스트 수가 내게 부담감을 안겨줬다. 다들 어쩜 그리 부지런한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블로그와 브런치 등에 각종 음식점 리뷰를 어떻게 올리는지 신기하고 또 신기할 따름이다.ㅠㅠ 난 여전히 이런 것들을 정리하여 올리는 게 귀찮다. 과연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ㅜㅜ 비록 한꺼번에 올리지는 못하더라도 앞으로 차근차근 리뷰를 옮겨보고자 한다. 리뷰는 계속되니 궁금하시는 분들은 구독을 클릭하시길!! ㅎㅎ
와인 페어링
1. Fleury, Rose de Saignee Brut
2. Mar de Frades, Rias Baixas 'Finca Valinas' 2017
3. Michel Gahier, Arbois 'Les Crets' 2018
4. Pietro Caciorgna, Etna N'anticchia 2016
5. Nong Am Jong Taek, Ellyeop Pyun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