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천국으로
(기억의 오류로.. 병상일지의 날짜가 엉켜버려서 5일 차부터 다시 올립니다. ㅠㅠ)
어쩌면 분실사고만 당하지 않았어도 그 병실에 남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 우리 자리의 룸 스프레이를 훔쳐갔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모든 게 싫어지고 화가 났다. 옆옆 침대의 욕쟁이 환자와 부부도 참기 어려워졌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깨닫게 되었다. 또 병실 안에 있던 누군가가 도둑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불신이 커지고 그 병실을 벗어나고 싶어졌다.
비록 고가의 물품은 아니었지만 병원생활에서 꼭 필요한 룸 스프레이었기에 짜증이 났던 것 같다. 하물며 호주 여행지에서 사 온 (한국에서는 구입할 수조차 없는..ㅠ) 사실 꼭 이런 특별한 일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병원에 있으면 감정 조절도 쉽지 않고 심신이 지치기 마련이다. 신경은 극도로 날카로워진다.
갑자기 무언가 폭발한 나는 로비에 있는 간호사실에 찾아가서 다짜고짜 따지기 시작했다. 매일 언어폭력에 시달려서 너무 지친다고 병실을 옮겨달라고 하소연을 했다. 처음에는 간호사님의 표정이 좋지 않았지만 그리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라고 느꼈는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병실을 옮겨주겠다고 말하였다.
"원래 병실을 옮겨주면 안 되는 건데 딱 한 번만 옮겨드리는 거예요."
그렇게 두 번째로 병실을 옮기게 되었다. 다행히 옮긴 병실에서도 엄마의 자리는 맨 끝 침대 그대로였다. 엄마는 월, 수, 금 침대채로 이동해 투석실을 오고 갔기 때문에 병실을 옮긴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였다. 그렇게 이틀정도 지났을까. 엄마는 문득 병실이 너무 조용하다고 느꼈는지
"병실이 왜 이렇게 조용해졌지?'
라며 혼잣말을 하였다. 난 그제야.
"엄마, 지난번 병실 너무 시끄러워서 컴플레인했더니 옮겨주네."
라고 이야기했고 엄마는 어쩐지 왜 이렇게 병실이 고요해졌는지 내심 이상하게 생각했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하긴 그때만 해도 엄마는 기력이 바닥이어서 그 좁은 병실에서도 24시간 커튼을 치라고 부탁할 정도였으니.. 병실을 옮긴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정말 다행이었던 건 마지막으로 옮긴 병실은 무척 평범하고 고요했다는 사실이다. 입원한 환자들을 돌보던 이들도 나 같은 딸들이었으니 동병상련~ 마음이 왠지 놓였다.
하지만 병원생활이 그렇듯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았고.. 그 험난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