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 살로메 Aug 23. 2023

2. 스페인, 토사 데 마르의 바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다.

소나기 내리기 직전의 바다 


많은 이들이 시체스 바다로 향할 때 우리는 토사 데 마르(Tossa de mar)로 떠났다. 유럽의 여름, 비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날 오후에는 엄청난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시체스 날씨를 검색해 보니 그곳의 날씨는 여전히 맑았다. 


'그냥 시체스로 갈걸 그랬나 봐.'


왠지 모를 후회가 밀려와서 남편에게 투덜거렸다. 남편은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이것도 언젠가는 추억이 될 거라고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해변 근처의 한 레스토랑으로 들어가서 몸을 피했다. 간단한 음료를 시켜놓고 비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실내에는 우리처럼 비를 피한 사람들로 가득했고 야외 테라스에는 거센 비가 마구 쏟아져 내렸다. 남편과 나는 천막 안에 앉았지만 온몸이 젖었다. 


'꼭 비 맞은 생쥐 같아.'


나는 남편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비에  젖은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비는 생각보다 오래도록 내렸다. 유럽에서 꽤 많은 여름을 보냈지만 이토록 강렬하고 긴 소나기는 처음이었다. 몸이 젖어 으슬으슬 추웠고 얼른 바르셀로나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을까. 


드디어 소나기가 그쳤다. 


다시 돌아온 바르셀로나의 날씨는 맑았고 따뜻했다. 마치 긴 꿈을 꾼 후 깨어난 것 같았다. 지금은 모르는 것을 먼 훗날 알게 될 때가 있다. 반갑지 않았던 소나기도 반가워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는 것. 그런 사소함에 몰입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 그냥 그날은 그날대로 아름답고 평온한 여름의 한 날이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1. 멕시코, 로스 카보스의 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