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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타강 Apr 22. 2019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

1991년, 의료과실 탐사 보도로 퓰리처 상을 수상한 조지프 핼리넌(Joseph Hallinan)의 2009년 작.

의료과실을 시작으로 무려 20여년 동안이나 인간의 실수 사례를 모으고, 원인을 분석한 후,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한 책이다. 일단 저자의 끈기에 감탄.


20여년의 분석 결론은 무엇일까? 저자의 결론은 인간은 실수할 수 밖에 없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 그리고 실수를 줄이는 방법은 인간 스스로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왜 인간은 실수할 수 밖에 없을까? 저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인간은 주변 세계를 보고 기억하고 인지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구조적 편향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구조적 편향 때문에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11페이지)


그리고 인간의 실수를 유발하는 구조적 편향 사례를 정말 쉴 새 없이 보여준다.

01. 인간은 보면서도 때로는 제대로 보지 못한다

02. 인간은 의미를 추구한다

03. 인간은 부분을 보고 전체를 파악한다

04. 인간은 장밋빛 안경을 쓰고 있다

05. 인간은 걸으며 껌을 씹을 수 있지만 더 이상은 어렵다

06. 인간의 사고방식에는 문제가 많다

07. 인간은 대충 훑어본다

08. 인간은 정돈된 것을 좋아한다

09. 인간은 일단 저지르고 본다

10. 인간은 자신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11. 인간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12. 인간은 스스로를 제약하지 못한다

13. 초원은 생각만큼 푸르지 않다


목차만 보고 있으면 인간으로 괜히 태어난 기분(..) 기억에 남는 문구를 나열해보자면,

인간은 자신을 과신한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치우지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 동료 의사들이 제약회사의 뇌물 공세에 영항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의사들의 비율이 84%, 그러나 자신이 그 뇌물에 영향을 받는다고 대답한 비율은 고작 16% (107페이지)


멀티태스킹은 환상이다 

컴퓨터도 1초에 수천 번씩 여러 프로세스를 오가며 처리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멀티태스킹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워낙 빨리 오고 가기 때문에 동시에 처리하는 것처럼 보일 뿐 (119페이지)


또 과신한다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실패한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자신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217페이지)


과신의 결과 

헬스클럽 월회원들의 80%는 1회 이용권을 구입하는 편이 경제적임에도 비용을 낭비하는 이유는 자신의 절제 능력을 과대평가했기 때문... '해야 할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혼동하는 것 (219페이지)


인간은 적응의 귀재(하던 대로 하는 게 편하다) 

첫번째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사고방식이 고착되어 두번째 실험의 새롭고 손쉬운 해결책에 눈을 뜨지 못했다. 그러나 두번째 실험에 곧바로 참여한 사람들은 더 간단한 해결책을 찾아냈다. (258페이지)


이 많은 사례를 기억하고 주의한다면 실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그게 가능하면 인간이 아니겠지. 결국 이 실수만 안 하면 될 듯하다. 내가 실수할 수 있는 인간임을 까먹는 실수(..)


사실 2012년쯤에 읽은 책. 다시 꺼내든 이유는 '난 단지 치킨을 주문했을 뿐인데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니'란 글을 읽고 든 기시감 때문이다.


해당 글은 물론, 그 글이 퍼진 후 대중(IT 관련 커뮤니티에서조차)들의 반응이 주로 웹사이트 개발자를 비난하는 쪽으로 치우친다는 사실에 나는 살짝 놀랐다.


말단 기술자만 비난하고 처벌해서라도 재발 방지만 가능하다면야 뭐,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그 원인은 대부분 인간의 실수 때문... 그러나 인간을 비난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적절한 해결책에서 멀어진다. (10페이지)
무언가 잘못됐을 때 사람들은 '아래를 보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에 관련된 사람을 비난하고 그에게 책임을 묻는 식... 그러나 여러 사람이 동일한 실수를 반복한다면 그 원인은 개인이 아닌 조직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수의 많은 부분은 문화의 부산물" (273페이지)


같은 취약점 때문에 14년부터 KT, 아이핀, 코레일이 매년 하나씩 털린 사태 모두 동일인이 실수한 결과가 아니다. 더구나 이런 사례는 알려진 일부일 뿐이고 알려지지 않은 사례는 셀 수 조차 없다. 결국 원인은 인간의 조직과 인간의 문화에 있다.


조직과 그 조직의 문화를 어떻게 바꿔야 같은 실수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까? 과거 졸음운전에 의한 교통 사고 피해가 커지면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운전자의 근로 여건 개선, 안전장치 장착 등이다.


처벌을 강화하자는 여론도 있는데 어떤 대책이 실제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까? 인간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 저자가 제시한 해결책 중 하나가 흥미롭다.

"잠은 충분히" (30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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