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지만, 편하지만은 않은 우리 관계를 위하여

어디 가서 무섭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사실이다.

by 진솔


너도 네가 무서운 거 알지?


아주 친한 친구이자 동료가 자주 하는 말이다. 어렸을 적부터 나에게는 다른 사람들과 나 사이에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과의 차이점을 생각해보면, 그땐 그 거리가 좁혀지길 원했으나 왜 사람들과 나 사이에 일정한 거리가 항상 존재하는지 그 이유를 몰랐다는 것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나니 알게 되었다. 그 거리는 “내가 무서워서” 생겼던 것을.

내가 사랑하는 공간 크리에이터 클럽의 거실. 이제 이 곳을 빼고 나를 설명하기는 어려워졌다.


나의 취미 중 하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다양한 집단의 사람을 만나지만, 그중에서도 고정적인 취미로 “크리에이터 클럽”이라는 곳에서 3개월에 한 번씩 팀을 바꿔가며 사람들과 만나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곳에선 글쓰기, 철학, 자기 이해 등 다양한 주제의 팀이 있고, 서로의 팀에 놀러 갈 수 있다. 우리 팀에 자주 놀러 오는 분들도 몇 계셨는데, 어느 날, 그중 한 분께 이런 얘기를 듣게 되었다.


“솔님을 처음 봤을 땐 사람들 말을 잘 들어주고, 참 낯을 안 가린다 생각했는데, 몇 번 보니까 좀 무서운 데가 있더라고요.”


지금의 나는 이제 저 말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한다. 그리고 그 뒤에 나올 말도 예상이 되기에 그저 그 분과 눈을 마주치며 웃어주었다. [그 뒤에 무슨 말을 할지 알아요. 너무 무서워 마세요. 안 물어요.]라는 뜻이었다. 그분은 뒤이어 이런 말씀을 하셨다.


“ 빠르게 친해지길 원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갑자기 놀러 가도 되나? 생각해보고 물어보게 되더라고요. 사람을 조심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는 거 같아요.”


정확히 보셨다. 사람을 조심하게 만드는 구석. 나에겐 분명 그것이 선명하게 존재한다. 그리고 이제 그런 말을 들으면 얘기한다.


그래서 좋아요. 사람들이 저에게 조심하는 게 좋아요.




내가 1급 정교사 연수를 들을 때 기조연설을 하신 교장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요즘은 학교 선생들에게 아이들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어라.”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저는 그게 어떻게 보면 참 위험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학생과 교사 사이에는 긴장감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교사 자신을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이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있던 많은 교사들은 크게 공감했다. 교실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교사의 말과 행동이 아이들에게 아무런 영향력이 없을 때라는 것을, 그리고 그 영향력은 교사와 학생 간의 적절한 긴장감에서 오는 것이라는 것을 이젠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내가 무서운 이유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무서운 이유는 우리 사이의 적절한 긴장감 때문이며, 당신의 안전과 나 자신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긴장감이 없으면 그 관계는 매우 위험해진다. 그리고 건강한 관계를 지키고 싶어 하는 누군가의 말과 행동이("이건 아니지 않아?" 혹은 "그건 좀 기분이 나빠"와 같은 말과 행동.) 상대방에게 영향이 없어지는 순간이 온다. 둘 사이에 남은 예의를 지키고 싶어 하는 이는 관계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상대도 그러지 않으면 결국 상처를 입고 떠난다. 나는 이것이 긴장감이 없어진 관계의 말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가까워지고 있는 사이가 있다면 친구든, 호감이 가는 상대든 심지어 가족이든 나의 선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편이다. 상대가 순간 싸한 분위기에 불편해하고 당황스러워하긴 하지만, ‘내가 이렇게 해도 괜찮은 건가?’ 혹은 ‘이렇게 행동한 것이, 이렇게 말한 것이 지나치진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없어진 관계의 위험성을 깨달은 자들은 곧 수긍을 한다. 또 오랜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나는 당신에게 무례를 범하고 싶지 않고, 당신 또한 나를 대함에 있어 이런 생각을 해주길 바란다는 뜻을 이해해주기 시작한다. 그때 비로소 나는 우리가 ‘친하다.’라고 얘기한다.


편하지만, 편하지만은 않은 우리 관계를 위하여.

그래서 여전히 사람들에게 표를 내는 중이다. 우리가 친해지기 위해선 혹은 서로가 좋아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무척 가까워진 우리 사이에도 서로가 유지해야 할 ‘사이’는 필요하다고. 그 미묘한 긴장감을 이해할 사람은 이해하고, 떠날 사람은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