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에 같이 갈까요?

사소한 것이 중요한 그녀, 작가 엄지혜

by 한여름

25년 3월 27일 그녀를 처음 만났다. 책을 읽으면서,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상상했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 헬싱기 사람 처럼 무심한듯 친절하고 웃으면 한없이 선한 얼굴이다.


만난 지 일 년 만에 드디어 용기 내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카페 '넬리슨'에 먼저 도착해서 커피를 주문하는데, 창밖에서 활짝 웃는 그녀가 보인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와 만날 생각에 일부러 점심때 커피를 마시지 않은 그녀에게는 시그너처 라테를, 아침부터 네 잔의 커피를 마셔 카페인 과다인 나는 수제자몽차를 주문했다.

태도의 말들,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책으로 만난 것은 2019년. 우연히 선물 받은 책이 ”태도의 말들“이다. 책 초판 인쇄일이 2월 4일이고 인스타그램 포스팅이 4월 26일인 거 보면 신간이었다. 마치 주문한 책처럼 표지부터 모든 페이지가 내가 하고 싶은 말들만 고스란히 모아둔 책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도(?)로 선물을 했다. 너무 무성의한 J에게는 반성하라고 ( 반성했기를), 자신감이 없는 P에게는 하고 싶은 말하고 살라고. 그리고 당시 인사부 직원이 말하길 회사 워크숍 선물로 나누어주게 했다고. 보통 워크숍 선물은 상품권이나 스벅쿠폰을 했었는데 다소 파격적인 선물이었다는 후기와 함께 사라진 내 기억을 되살려 주었다.

작가로서 만족도는 80%

엄지혜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이자, 소설가가 아직도 꿈으로 남아있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가 가장 뻔하지만 궁금한 첫 인터뷰 질문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EBS에 여자 PD가 한 명이라는 것을 알고부터 PD가 되는 꿈을 가졌다. TV 보는 것을 좋아하고 글 잘 쓰는 언니를 따라 하면서 어느새 신문 방송학과를 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취업준비로 언론고시 고배도 마시고, 방송작가 아카데미도 다녀보고, 홍보사에서 잡지사 기자로 그리고 인터뷰를 잘하고 좋아하는 작가가 되어있었다.


서점 잘 할 수 있어요

에세이 외에도 돌베개 뉴스레터 편집장, 신문사 칼럼 기고 그리고 글쓰기 수업까지 다양한 글쓰기를 하는 직업으로서 작가가 말하는 만족도는 80%. 20% 부족함은 글에 대한 경제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현실 때문이다. 절대 공감하는 부분이다. 만일 다시 직업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디자이너'혹은 '그림책 작가'라고 한다. 다른 작가를 인터뷰해보니, 같은 창의적인 영역이라도 소설가나 시인보다는 그림책 작가는 만족도가 높았다고 한다. ( 지금도 할 수 있다고, 엄지혜 작가가 그림을 배우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기에 추천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은 '확실한 월급을 보장해주는' 서점운영이다. 책리뷰, 북토크, 글쓰기등등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고 말하는 그녀의 눈동자가 반짝인다.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취미

인터뷰를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보면 그녀는 사람을 좋아한다. 재충전도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밥 먹고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고 나면 하루 이틀 기분이 좋아진다. 도움을 요청하는 수강생들의 글에 첨삭을 하고 피드팩을 주면서 효용성이 높아지는 것도 좋아한다. 그녀는 혼자 있는 시간은 최대 10시간이면 충분하다. 왜 10시간이냐고 물으니 남편과 아들 둘만 시댁에 갔다 오는 시간, 그 정도면 혼자만의 여유는 충분한 사람이다.


일주일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으니 그 지역을 잘 아는 지인과 외국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한다. 여행지로는 북유럽을 가보고 싶다고 한다. 영화'카모메 식당‘ 촬영지 투어처럼 서점과 카페를 구경하는 소박한 여행이다. 먹는 것보다는 보고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때를 물으니 스위스랑 이탈리아를 갔던 신혼여행이라고 한다. 되돌아보면 젊은 날 참 예뻤던 커플이었고, 남편에게 좀 더 잘해줄걸 그랬다고 아쉬움을 말하는 착한 와이프다.


워킹맘이 행복하게 일하게 해주세요

작가가 글쓰기 수업때마다 수강생들에게 하는 질문이 있다."신문 1면이 주어진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이번엔 작가에게 질문을 했다. 며칠전 포스팅을 보여준다.

" 갑질들 함부로 하지 마시라.


가끔 행동가의 모습을 발견한다. 시장이나 국회의원이되면 워킹맘의 10-4시 정도 단축근무제를 도입하고 싶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 왕만두(별명)의 엄마이기도 한 작가는 워킹맘의 돌봄에 관심이 많다. 공저 [돌봄과 작업}과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은 엄지혜 작가가 강추하는 책이다.


난 외로울 수 없는 사람이구나

한달동안 한가지 메뉴로만 점심을 먹어야 한다면 고르라고 했던 했던 작가에게 최근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지난 대보름날, 찰밥과 나물 선물을 받았을 때라고 했다. 그 선물을 받고 집에 가서 자랑스럽게 식구들한테 먹일 때 '나는 사랑받고 있구나, 행복한 사람이구나, 외로울 수 없는 사람이구나',라고 느꼈다는 말에 코끝이 찡하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녀에게 아직 하지 못한 말을 적는다.

"헬싱키 같이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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