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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에이미 Apr 03. 2020

어쩌면 파리에서 죽을 뻔했다

호주 워홀 경험자의 허심탄회한 주절거림




어느덧  달간의 유럽여행이 끝나간다.

1 동안 호주에서 모은 돈을 남김없이 털어 이번 여행에 쏟아부었다.

왜냐하면...’이라고 운을  보자면, 앞으로의 계획이 없었다.


모든 돈을 쏟아붓는 용기를   있었다.

8 , 워킹 홀리데이 비자가 끝나고 한국에 돌아왔다.

호주에서 1년간    있는 Second year visa 취득 조건을 충족시켰음에도  발로 한국에 돌아왔다.

힘들었다.

죽도록 힘들었다.

비자 취득을 위해 원하지도 않는 .

평생 없을  알았던 농장과 공장에서 육체적인 노동을 했기 때문에 고되었고, 정신적으로도 지쳐갔다.

유럽여행을 함께 떠난 대학 동기의 증언에 의하면  당시의 나는 ‘미쳐가고 있었다.’

인권 최하위 동양인 여성으로서의 .


주중 주말 없이 온종일 서서 일하는 hospitality 직종에 대한 환멸.


비자 연장의 조건이 자국민이 꺼리는 일을 도맡아 하기인 ‘외국인 노동자 신세가 몸과 마음을 끝없이 지치게 만들었다.

비자가 끝나갈 때쯤에는 막대한 세금을 부과해 워킹 홀리데이 비자 체류자들의 등골까지 빼먹는 호주 정부에 오만 정이  떨어졌다.


이민의 녹록지 않은 현실 또한  눈으로 직접 보고 느꼈기 때문에 서울에서 자리를 잡아보자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인천공항에 도착해 서울 가는 지하철을 타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헬조선은 여전히 답답하고 각박했다.

호주에서  없이 느꼈던  트인 전망과 맑은 공기는 온데간데없었다.

호주에서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했던 것인지 비로소 깨달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온갖 우울한 생각들의 종착지는 결국 ‘죽음’이었다.


우울함에 잠식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좁은 방을 가득 채우는 침대 위에 하루 종일 누워있기만 했다.


장 시간 움직이지 않은 탓에 저릿한 손가락을 용케 움직여 우울증, 자살 등에 대해 검색해 볼 뿐이었다.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죽음을 고려했다.

대한민국에서 악착같이 버티며 살아가야 할 이유를 도무지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민을 도전할 용기도 나지 않았기에 유럽여행의 마지막 여행지인 파리의 센 강에 빠져 죽을 생각을 했다.


두문불출하던 나와 다르게 시간은  없이 움직였다.


가을이 지나 겨울이 되었고, 유럽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캐리어보다 무거웠던 마음이 무색하게도 여행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여행의 시작과 동시에 우울한 생각들은 오래된 마일리지처럼 소멸됐다.


첫 여행지 런던에 발을 딛자마자 숨통이 절로 트인 스스로를 보며 다짐했다.

‘나는 외국에서 살아야겠구나...’

호주에서 모은 돈으로 떠난 유럽여행은 확실히 이민을 결정하게 해 준 계기가 됐다.

해외 특유의 탁 트인 전망, 미세먼지 없이 맑은 공기가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주었다.

치열한 경쟁 사회, 미세먼지, 숨 막히는 인구밀도, 지옥철, 꼰대 문화, 유교사상, 성차별... 등이 난무하는 나라에 뿌리내리지 않는 것이 소중한 목숨을 살리는 길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평생 인종차별을 감수하고 살아야 할지언정 위에 열거한 문제들로부터 벗어날 수만 있다면 ‘탈조선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해외에서 제대로  ‘Skilled job’ 쟁취할  있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여행을 하는 도중에도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준비하여 탈조선해야 할지 수차례 고민했다.

하고 싶은 직업도 없고, 좋아하는 것들은 취미로서만 소비하고 싶으니 독하게 마음먹고 이민 유망 직종에 뛰어들어야 하나 고민만 여러 .

해안 마을 + 몽생미셸 투어를 끝내고 다시 파리 시내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오랜만에  글을 끄적거려 본다.


- 2020년 1월 18일 새벽


Étretat / Jan 17, 2020
Honfleur / Jan 17, 2020
Mont-Saint-Michel / Jan 17, 2020




글, 사진 : 방랑자 에이미

Blog : ​blog.naver.com/trvr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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