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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pyt Dec 24. 2023

불완전한 시선들이 모여

영화<괴물>을 보고

올해 최고의 영화였다. 영화 그 자체로서 재밌는 영화가 있겠고, 때로는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해 반추하고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가 있을 것이다. ‘괴물’은 그 중 후자에 속했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타인을 오해할까.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한다는 건 가능할까? 결국 오랫동안 형성되어온 자신의 시선으로 우리는 타인을 바라본다. 중요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 내가 믿고 싶은 해석이다. 영화 속에서도 한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미나토의 엄마, 호리 선생님, 미나토의 시선으로 교차되어 바라본다. 같은 사건이지만 각자의 시선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뼈저리게 느낀다. 그리고 동시에 나또한 얼마나 많이 나의 시선만으로 타인을 재단했을지 생각해본다.


미나토는 요리에게 감정을 느낀 순간, 이를 부정하려 한다. 요리에게 병이 옮은 것은 아닐지 거리를 두려 할 때도 있다. 아들의 평범한 행복을 바라는 엄마의 고백에 자신이 더이상 평범하지 않음을 느끼고 차에서 뛰어내린다. 평범함이라는 것은 누가 만들어내는 것인지, 평범함에 반대 지점에 있는 괴물은 누가 정의하는 것인지, 평범함의 가면을 쓰고 너무나 쉽게 우리는 타인을 괴물로 바라본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가면을 쓰고 살아갈 텐데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결국 나의 편향으로 얼룩져 있음을 인정해야겠다. 나의 시선에 한계가 있음을 이해하고 세상을 더욱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타인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다. 물론 그 이야기 또한 타인의 시선이라는 한계에 묶여있겠지만 그렇게 불완전한 시선들이 모여 세상을 더욱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내가 인지하는 만큼 세상은 존재하고, 그 세상을 확장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타인의 시선을 수용하는 것일 뿐일테다. 결론을 미리 내지 않고 타인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자.


그래서 행복은 뭘까? 미나토와 교장선생님이 음악실에서 대화를 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걸 행복이라 부르거든”이라는 교장선생님의 말이 머리를 맴돈다. 미나토와 요리가 함께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둘은 분명 행복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은 불완전한 서로의 시선으로 세상을 기꺼이 함께 바라봐줄 수 있는 관계에서 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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