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겨가서 유용했던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
여행 준비 2번째 이야기는 지난 글 호텔과 비행기에 이어 챙겨가서 유용했던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행 준비 #1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여행 전 아내와 달리 나는 이탈리아(이태리)의 소매치기 문제에 대해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네이버 유럽 여행 카페와 인터넷 블로그 글들을 찾아보면 정말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많았는데, 예를 들어
갑자기 오물을 묻히고 닦아주는 척하면서 정신이 없는 사이 공범이 가방을 털어간다.
애들이 와서 부딪히거나 아무렇지 않게 근처에서 서성거리다 털어간다.
휴대폰을 한 손으로 쥐고 보고 있으면 낚아채서 도망간다.
셀카봉을 찍고 있으면 휴대폰을 빼서 도망간다.
DSLR의 경우 렌즈만 빼서 도망간다.
짐을 부쳤는데 케리어 내에 있던 짐들이 사라졌다.
호텔에 두고 간 케리어 내에 있던 짐들이 사라졌다.
옷핀을 해놔도 털어가고 심지어 옷핀도 그대로 해둔다.
등등 글만 보면 정말 온몸에 자물쇠를 주렁주렁 달아도 털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실 막상 여행을 가서 느꼈던 소매치기에 대한 스트레스는 여행 전에 비해 그리 크지는 않았는데, 절반은 사전에 준비해 간 소매치기 방지 가방과 자물쇠 덕분에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이고 절반은 여행 전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만큼 소매치기가 심한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돈을 좀 쓰더라도 소매치기 방지 가방 하나 정도는 구매하여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여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이 이야기는 여행 준비 기간 때 소매치기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일반 가방보다 가격이 비싼 소매치기 방지 가방을 살지 말지 고민하는 내게 아내가 했던 말로, 정말로 그 덕분에 여행 동안 소매치기에 신경 쓰느라 받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었다.
아내와 내가 구매했던 가방은 소매치기 방지 가방으로 유명한 PACSAFE 제품으로, Camsafe LX3와 Coversafe V100이었다.
Camsafe LX3은 아래와 같이 카메라 가방으로 DSLR 바디와 여유 배터리를 넣어 다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카메라를 NX500 + 45mm 렌즈와 리코 GR을 가지고 갔었는데 NX500 + 45mm가 딱 맞게 들어가는 사이즈였다.
위 설명에서 보이는 것처럼 기본적으로 칼로 찢을 수 없게 되어있으며, 모든 가방끈은 철사 와이어로 되어있고, 듀얼 보안 잠금장치라고 되어있는 부분이 지퍼의 자물쇠 역할을 하는데 주인인 나도 열기가 참 번거로웠다. 그리고 사진상 안 나와있으나 주황색 앞 자크 부분도 바로 열리는 게 아니라 고리 같은 것을 한번 통과해야 열리도록 되어있다.
Coversafe V100 은 아내가 비사용 카드와 현금 및 여권 사본을 넣기 위해 구매한 복대였는데,
들고 갔던 NX500 + 45mm 조합이 화각이 좁아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아내와 거리를 상당히 벌려야 하다 보니 잘 찍지 않게 되고, 리코 GR만 들고 다니게 되면서, 여행 중반 이후부터는 아내 복대는 쓰지 않고 카메라 가방에 물품들을 다 넣고 다녔다.
그 외 케리어도 항상 이동할 때는 커버를 씌워서 케리어용 벨트 자물쇠를 채우고 다니고, 외출할 때도 커버는 안 씌우더라도 벨트 자물쇠는 채워두고 나갔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호텔에 있는 드라이기는 왜인지 머리가 참 잘 안 마른다는 것을 자주 느껴 이번에는 집에서 쓰는 드라이기를 아예 챙겨가기로 했다. 드라이기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카메라 배터리 등 충전해야 할게 적어도 4개 이상이다 보니 이왕 드라이기까지 들고 가는 거 멀티탭도 챙겨가기로 했다. (4구 멀티탭을 챙겨감) 덕분에 아침에 출발 준비를 할 때 두 사람이 동시에 머리를 말릴 수 있었고, 콘센트를 찾아 해멜 필요 없이 모든 전자기기들을 한 곳에서 다 충전할 수 있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 남은 약들은 집 상비약 통에 넣어두면 된다며 아내는 장이 예민하고 피부가 약한 나 때문에 공항 약국에서 아예 상비약 풀세트를 구매하였다. 소화제, 지사제, 피부 알레르기약, 소독약, 종합감기약 등등 거의 모든 상비약을 다 사서 갔는데, 사는 당시에는 저렇게 다 사 갈 필요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으나 2주간의 여행은 생각보다 길었고, 휴양지 여행이 아닌 배낭여행식의 여행은 체력적인 소모가 심해 평소보다 아플 확률이 높았다.
소렌토에서 피렌체로 이동하는 날 우리는 중간에 폼페이를 낮시간에 돌아보았는데, 구경하면서 햇볕이 좀 강하다고 느껴졌고 아니나 다를까 내 입 주변에 열수포가 일어날 것처럼 화끈거리고 따가웠다. 알레르기약을 먹고 며칠간 면도를 하지 않고 준비해 간 1회용 수분팩을 매일 하고 나서야 진정이 되었다.
아내의 경우, 피렌체에서 로마로 넘어 온날 감기몸살이 나서 챙겨갔던 물에 타 먹는 차 형태의 감기약을 마시고 반나절을 자고 나서야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하였다.
샴푸, 린스, 바디워시 등 목욕 용품을 소분하여 가지고 갔으나, 4성 이상의 호텔들은 다 욕실에 구비가 되어있었고 매일 방청소를 하면서 새로 채워주기 때문에 (4성 이상 호텔이니 당연한 걸 지도..) 가지고 갔던 것을 한번 뜯지도 않고 그대로 가지고 왔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하나의 물비누 같은 제품으로 머리와 바디를 같이 씻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따로 얼굴을 씻는 폼클렌징이나 일회용 면도칼은 없어서 폼클렌징은 가져간 걸 쓰고 면도기는 챙겨가지 않아 근처 슈퍼에서 일회용을 구매하여 사용하였다.
비상용으로 3단 우산을 챙겨갔었는데, 대부분의 호텔은 프런트나 로비에 투숙객용 우산이 따로 구비되어 있어 가지고 간 우산을 쓸 일이 없었으나, 로마에서 묵었던 호텔은 따로 우산이 없었기 때문에 하나 정도는 챙겨가는 것이 좋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어플을 꼽으라면 구글맵이었다. 나폴리에서 지하도시 매표소를 이상하게 알려 주는 바람에 조금 고생을 하게 만든 에피소드도 있지만, 길 찾기 뿐만 아니라 장소의 운영시간, 붐비는 시간 등까지 다 나오기 때문에 여행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여행 계획을 짤 때 gmail 아이디로 로그인을 하여 지도에 태그로 가고 싶은 곳을 분류해 놓으면 계획이 변경되거나 즉흥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편리하다. 우리의 경우 하트는 먹는 것, 녹색 깃발은 관광지, 노란 별표는 기차, 버스, 투어 등의 예약 장소, 파란색 네모는 숙소 이렇게 구분하였다.
이탈리아는 관광지임에도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특히 남부를 여행할 때는 호텔 직원 일부와 유명한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거의 영어를 못했는데, 구글 번역 어플이 특히 도움이 되었다. 일반 텍스트 번역뿐만 아니라 사진상의 문자를 인식하여 번역하는 기능이 각종 안내문이나 팸플릿을 실시간으로 번역하여 볼 수 있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여행지 장소에 대한 전 세계인의 리뷰 어플로 식당이나 상점들을 보면 TripAdvisor 평점을 걸어 둔 곳이 많다. 특히 한국 사람들이 잘 몰라서 가지 않아 블로그 등에 정보가 없는 숨은 맛집을 찾는데 유용했다. 예약이 필요한 경우, 어플에서 바로 예약하거나 예약 페이지를 연결해 주는 점도 편리했다.
이태리에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철인 트렌 이탈리아와 사기업에서 운영하는 사철 이딸로가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KTX와 SRT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행 정보를 모으는 과정에서 이딸로가 민간기업이라 파업에서 좀 더 자유롭고, 할인 프로모션도 많이 한다고 하여 우리는 이딸로로 모든 기차 편을 예약하였다.
사전에 미리 예약한 사람이라면 어플을 받아가면 편리하다. 종이 티켓 없이 역무원에게 어플 상의 표를 보여줄 수 있으나, 만약을 대비하여 종이로 프린트 해가는 것을 권장한다. 우리의 경우, 어플이 버그가 있어 WiFi가 켜진 상태에서는 정상적으로 실행이 안 되는 걸 몰라 당황하고 있을 때, 다행히 역무원이 예약자 이름을 본인이 가지고 있는 PDA에 입력하라고 해서 확인하고 넘어갔다. 후기에 따르면 융통성이 없는 역무원의 경우 무임승차로 몰아가서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버그로는 예매 당시 카드결제가 정상적으로 진행이 되지 않아 결국 Paypal로 결제를 진행하였다.)
또한, 어플상에서 우측 아래 느낌표 아이콘을 클릭하면 일정 기간 내에 쓸 수 있는 프로모션 할인 코드도 받을 수 있는데,
위 스크린샷은 글을 쓰면서 어플을 실행하여 나온 코드로, 좌측의 내용은 실제 사용 가능한 "12/11 자정까지 'ALBERO30' 코드를 구매 시 입력하면 12/24 ~ 내년 3/24 기간 내 low cost smart 좌석을 30% 할인해 준다"는 내용이다.
우측 상단에 할인된 표 16.70유로를 확인할 수 있는데, 스크린샷에서 볼 수 있듯이 더 상위 등급인 Comfort나 Prima 등급 좌석이 2유로 밖에 차이가 안 나기 때문에 현재는 Prima를 예매하는 게 더 이득이다. 아내와 나도 프로모션 코드를 잘 활용하여 나폴리 -> 피렌체 이동 시 Prima 등급 좌석을 인당 29.9유로에 살 수 있었다.
카프리로 들어가는 배편 스케줄 어플로 각 도시별 스케줄을 확인할 수 있다.
조금 욕심을 내서 총 3종류의 카메라를 가지고 갔었다.
미러리스 : NX500+45mm
콤팩트 : 리코 GR (Ricoh GR)
액션캠 : 샤오미 액션캠 2 4K
하지만 이 중에서 여행 내내 썼던 건 리코 GR 뿐이었다. 신혼여행 특성상 아내와 함께 움직이고 함께 뭔가를 하는 상황이 많다 보니 화각이 좁은 45mm 렌즈는 사용하기 애매했고, 액션캠도 아내 폰이 아이폰 7 256기가 모델이라 동영상 촬영에 부담이 없어 굳이 액션캠을 들고 다니면서 촬영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
만일을 대비하여 비행기, 기차, 호텔, 각종 입장권, 여권 사본 등을 프린트를 해서 가지고 갔었다. 피렌체 여행기에서 더 자세히 쓰겠지만 두오모 통합 입장권은 바코드를 찍는 형식이라 프린트해 가서 편했고, 특히 프린트해 가길 잘했다고 생각했던 건 귀국날 로마 공항에서 텍스 리펀을 받을 때 e티켓을 출력해 가서 바로 줄을 서서 받을 수 있었는데, 만일 프린트해가지 않았다면 티켓을 발권해서 가지고 와야 하는데 티켓 창구가 출발 3시간 전부터 오픈이고, 사람들이 몰리는데 더욱이 중국행 비행기와 시간이 비슷하기 때문에 엄청 정신이 없을 뻔했다.
우리 두 사람의 신혼여행 준비 이야기는 여기까지 두 편의 글로 마무리하고, 다음 편부터는 이탈리아 각 도시별 여행 이야기를 올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