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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도 처음이라 Dec 23. 2017

13박 15일간의 이탈리아 신혼여행 - 출발점에 도착

인천공항에서 나폴리 도착까지

출발 하루 전


누구나 그렇듯 결혼식은 정신없이 지나갔고 아내와 나는 결혼식 다음날 출발하기로 계획을 짠 우리 스스로에게 감사했다.


 미리 짐을 싸 두려고 했으나 결혼식이 다가오면서 갑자기 회사가 바빠져서 미뤄뒀던걸 후회하며 비몽사몽 짐을 싸고, 혹시나 빼먹은 게 없는지 체크를 한 뒤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출발 당일


서울역 도심공항

서울역에서 공항 직행열차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갈 예정인 아내와 나는 조금 더 일찍 서울역에 도착하여 도심공항을 통해 환전 및 입국심사, 탑승수속을 모두 끝냈다.



탑승 수속 때 짐까지 다 맡겼기 때문에 홀가분한 몸과 마음으로 공항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공항에 도착해서도 별도로 마련된 입구를 통해 긴 줄을 설 필요 없이 금방 면세점 구간으로 들어설 수 있어 여유 있게 둘러보며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참고로 서울역 도심 공항을 이용한 출국 심사 및 탑승 수속은 출발 3시간 전까지만 가능하므로 미리 시간을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로마로 가는 아시아나 OZ561


비행기에는 담요, 슬리퍼, 헤드폰, 수면안대, 귀마개가 각 자리마다 세팅이 돼있었고 나중에 화장실에 가보니 일회용 칫솔도 구비되어 있었다.


10시간 이상의 비행이 처음이었던 나는 걱정했던 것에 비해 잘 타고 갔으나 결혼식의 피로가 덜 풀린 아내는 조금 힘들어하며 중간 이후부터는 뒤척이며  쭉 잠을 잤다.


이륙 후 음료 - 식사 - 음료 - 식사 - 간식 순으로 기본 제공되며 그 외에도 중간에 필요한 경우 승무원에게 요청을 하면 음료나 간식은 더 가져다주기도 했다.


음료는 주스, 물, 와인, 맥주, 콜라, 제로콜라, 포카리, 스프라이트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다.


첫 번째 기내식은 불고기 쌈밥/닭가슴살 스테이크(크림소스) 두 가지가 제공되었는데, 아내와 각각 하나씩 주문하여 먹었다.

불고기 쌈밥은 간이 약해서 조금 싱거웠지만 함께 나오는 된장과 같이 먹기에는 적당했다. 된장국은 라면 국물 같은 느낌이긴 했지만.


 

 닭가슴살 스테이크크림소스 기반으로 역시나 간이 약해서 좀 싱거웠으나 같이 있는 올리브와 먹으면 먹을만했다.


 오른쪽 위에 있는 작은 붉은색 컵은 식사가 끝나고 나면 승무원 분들이 돌아다니면서 커피나 홍차를 나눠주는데 그때 사용하는 컵이었다. 개인적으로 커피는 별로였고 홍차는 마실만 했는데, 처음 이후 리필을 원하는지 물어보며 한번 더 돌아다니기 때문에 원한다면 더 마실 수 있다.


두 번째 기내식을 받기 전 아내는 자고 있었고 영화를 보던 나는 맥주를 추가로 부탁하여 마셨다. (자는 사람이 많아 기내 불을 꺼놔서 사진이 많이 어둡게 찍혔다)



두 번째 기내식은 도착하기 5시간 전쯤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제육덮밥/해산물 밥 중 선택할 수 있었다.

제육덮밥은 흔히 생각하는 제육덮밥에 고기가 좀 얇은 느낌이었는데 일반적인 분식집에서 먹을 법한 정도의 맛이었다.

해산물 밥은 처음에 오징어 덮밥류로 생각했으나 사진에서처럼 해산물 튀김이 곁들여진 밥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별로라서 제육덮밥을 더 추천한다.


두 메뉴에 모두 나온 왼쪽 위 샐러드는 오이가 많이 들어있어 오이를 먹지 못하는 아내의 경우 오이향이 너무 강하다며 입에도 대지 못했다.


 비행기에 앉아서 움직이질 않다 보니 소화가 잘 안 돼서 더부룩했던 탓도 있겠지만, 처음 먹은 기내식보다 두 번째는 좀 별로였다.


내리기 1시간 전에는 피자빵 같은 간식이 나왔는데 나는 배가 불러서, 아내는 자느라 먹지 않았다.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테르미니로


30분 정도 연착하여 공항에 착륙한 시간은 저녁 6시 반쯤, 하지만 입국심사가 느리게 진행되어 짐을 찾고 나니 8시 반이 다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탈리아의 소매치기, 테르미니 역 노숙자에 대한 두려움에 긴장을 하고 있던 터라 사실 거의 사진을 찍지 못했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도 말이다.


게이트 표지판들을 따라 공항철도 플랫폼에 도착하여 무인 발권기로 테르미니 행 표를 끊었다. 시간을 선택하는 화면에서 저녁 8시만 선택이 가능하고 다른 시간대가 없어 기차가 없는 줄 알고 당황했으나 8시를 누르니 8시 이후 세부 시간표가 다시 나오는 구조였다.


두 번째 당황했던 점은 이탈리아 여행기를 보면 꼭 기차 타기 전, 버스 탑승 직후 소지한 표를 기계에서 펀칭을 하라는 말이 있어서 구멍이 뚫리는 걸로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래 사진처럼 날짜 등이 프린트되는 방식이었다.  (QR코드 근처에 희미하게 숫자와 피우미치노라고 프린트되어 있다)


9시가 넘어서 테르미니 역에 도착하였고 역에서 2분 거리에 있던 호텔에 도착한 우리는 앞선 호텔 후기에서 밝혔듯 신혼여행의 시작점인 나폴리로의 출발을 위해 바로 잠을 청했다.


이탈리아와 한국은 시차가 8시간이나 나기 때문에 (이탈리아가 8시간 느리다) 밤낮이 뒤바뀌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었으나, 결혼식과 장시간 비행의 피로 앞에 시차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폴리로 출발하기 전 유심 구매


아침 9시 20분 기차로 나폴리로 떠나기 전, 이른 호텔 조식을 먹고 아내와 나는 테르미니 역 2층에서 TIM 유심을 구매하였다.



데이터 10G짜리 유심 (24.99유로)를 구매했고, 10유로를 더 내면 아래 TWO LINE PROMO에 나와있는 2인용 유심을 살 수도 있었으나 아내 폰에 대부분의 여행정보를 받아왔고, 필요하면 테더링을 하면 되었으므로 나는 구매하지 않았다.


 이태리에서 기본 6G를 사용할 수 있고 EU 국가에서 4G를 더 사용하거나  이태리에서만 4G를 더 사용할 수 있다. 즉, 아내와 나는 이태리만 있으니 총 10G를 사용할 수 있었다.


호텔이나 기타 장소 무료 WiFi가 생각보다 느려서 데이터로 대부분 사용했고 저녁에 호텔에서 쉴 때 아내가 유튜브를 재생한 걸 포함하여 2주 여행 동안 10G를 다 사용하였다.


대리점이 붐볐다는 후기를 봐서 오전 8시쯤 도착했는데 11월이라 그런지 대기자 없이 바로 개통하였다. 개통 후 데이터 사용량 체크 어플을 다운로드하는 과정에서 영어를 못하는 직원에게 안내를 받아 조금 헤매긴 하였으나 다른 직원에게 다시 물어봐서 해결하였다.


TIM이라는 명칭으로 어플을 검색했을 때 두 가지가 나와서 생겼던 해프닝으로 아래 MEU TIM이 아니라 위에 있는 MyTIM Mobile을 설치해야 한다.



이딸로를 기다리며


이탈리아 기차역에서 불편했던 점은 한국처럼 탑승 플랫폼이 정해진 게 아니라 출발 5분 전쯤 전광판에 표시되는 점이었다. (기차역에서 보면 다들 전광판을 쳐다보고 있다.)

 

  

역사 내에 위와 같이 출발 시간과 탑승구(파란색 동그라미)가 나와있긴 하지만 당일 변경이 많아 전광판 확인은 필수다. 좌측부터 출발시간, 열차, 도착역, 도착시간 순.



이탈리아의 SRT, 이딸로





민간 철도 기업에서 운영하는 이딸로는 가장 낮은 등급 좌석, SMART 등급을 탔음에도 한국의 SRT처럼 깔끔했다. 캐리어 분실에 대한 글도 많아서 걱정을 했는데, 이딸로는 24인치, 26인치 캐리어를 선반에 올려도 될 만큼 넉넉했다.



버스표 찾아 삼만리


나폴리역에 도착하여 호텔까지 버스를 타야 했는데, 버스표 파는 곳을 못 찾아서 좀 고생을 했었다. 고생이라고 쓰긴 했지만 여행 당시 아내와 나는 "여행의 묘미는 이런 헤맴이지!" 라며 길거리를 구경하고, 커피 포트도 구경하며 신이 나서 돌아다녔다.


한국과 같을 거라 생각한 아내와 나는 버스정류장 옆 아무 잡화점에서나 표를 팔거라 생각하고 무작정 밖으로 나왔었는데 도무지 파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영어가 통하지 않아 좀 헤매었었다.

 다시 역으로 돌아와서 역사 안을 돌아다니다 다행히도 영어를 할 줄 아는 관광 안내소 직원을 만나 찾아간 매표소는 역 플랫폼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바로 앞 신문 상점이었다.



위 사진에 보이는 허드슨 뉴스라는 파란색 간판의 가판대로 이딸로에서 내릴 때 사람들로 붐비고 있길래 '외국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나 보다'며 아내와 이야기하면서 지나갔던 곳이었다.


원래는 처음 기차에서 내렸을 때 사진에 보이는 i 표시의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버스표를 사는 곳을 물어보려고 했으나 문을 닫았었고, 밖에서 버스표 판매소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역으로 다시 돌아와 발견했던 역사 내 관광 안내소도 우리가 처음 나갔던 출구 쪽에 있지 않아 보지를 못했었다.


한참 헤매다가 결국 찾은 곳이 내려서 바로 코앞이었다는 점에 아내와 나는 버스표를 사면서 둘 다 한참을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나폴리 호텔로 가는 버스 안에서


우여곡절 끝에 표를 사서 버스를 타고 오면서도 두 가지 일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여행기간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던 버스표 검표인이다. 중간에 탑승해서 표를 검사했는데, 우리 뒤에 앉아있던 이탈리아인(이탈리아 말을 썼으니 아마도?) 한 명이 언쟁을 하더니 검표원이 다음 정거장에서 데리고 내려버렸다. 표를 가지고 있더라도 기기에 넣어서 프린팅이 안 돼있으면 문제가 되니 꼭 버스에 탑승하면 표를 기기에 넣어 사용 표시를 해둬야 한다.  


두 번째는 흑인에 대한 이유 없는 무서움의 편견을 깨준 고마운 사람이다. 이탈리아 버스는 대부분 문이 앞, 중간, 뒤 이렇게 3개가 있었는데, 우리는 탈 때 뒷문으로 탔기에 거기서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 탈때와 달리 우리가 내려할 시점에 가운데 문만 열어주는 바람에 못 내릴 뻔했을 때  앞서 내리던 흑인 사람이 문을 잡아줘서 내릴 수 있었다. 고맙다고 인사하니 쿨하게 뒤도 안 돌아보고 손을 들어 인사하며 멀어져 갔다.


여행의 시작점 나폴리 호텔 도착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호텔에 도착했다. 지난 호텔 이야기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나폴리에서 우리의 숙소는 델로보 성 바라보이는 곳에 있는 전망이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사실 남부는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에 여행 정보도 많이 없었고, 특히 나폴리에서는 1박 2일 간 지내면서 동양인을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폴리에서 1박 2일만 지냈던 게 이탈리아 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꼽을 정도로 매력적인 도시였기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이번 글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다음 글에서 나폴리의 매력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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