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렌토에서 폼페이를 들려 피렌체까지
* 기존 피렌체 스냅사진작가 잠적(사기) 건은 1년 후 2018년 11월 형사 고발을 진행을 진행하였고,
이후 작가로부터 사죄와 함께 사진을 돌려받았으며, 합의 후 고소를 취소하였기에 내용을 삭제하였습니다.
호텔 조식을 먹고 난 뒤 폼페이로 가기 전에 산책 겸, 회사분들에게 돌릴 레몬 사탕도 살 겸 상점 거리를 향해 걸었다. 여러 가게들이 있었는데, 한국인을 상대로 많이 장사를 해보신 듯한 애처가 아저씨네 가게에서 레몬 사탕 2kg을 15유로에 구매했다.
한국인 상대로 장사 많이 해보셨는지, 사탕 큰 거 사가면 회사 사람들이랑 가족에게 나눠주기 좋다고 설명하시면서 자신의 아내가 직접 만든 거라며 엄청 자랑을 하셨다. 2kg에 16유로였으나 2개 살 테니 깎아달라고 하자 아저씨는 옆에 서 계시던 아주머니가 보스니 물어보라고 하셨고, 우리는 보스의 승낙을 받아 15유로에 살 수 있었다. 레몬 첼로도 맛만 보자며 하나 향수병 사이즈를 하나 구매했는데, 도수가 30도나 돼서 탄산수를 섞어 마셔야 할 것 같았다.
사탕을 건네주면서 아저씨는 너도 곧 부인이 보스 될 거라 너스레를 떨어 우리 모두 크게 웃으며 기분 좋게 상점을 나섰다.
폼페이까지는 아르떼 카드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사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사철에 소매치기가 극성이라고 하여 많이 긴장하였으나 비성수기라서 그랬는지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구걸하는 집시 아이 한 명만 봤을 뿐 많이 복잡하지도 않았고 특별한 일은 없었다.
폼페이에는 11시쯤 도착을 했는데, 역에 내려 계단을 내려오면 가방 보관소가 있다. 하지만 유료이며 폼페이 유적지 입구까지 가면 무료 보관소가 매표소 바로 앞에 있다. 역사에서 계단만 조금(1층 높이) 오르내리면 되고, 역에서 입구까지 걸어서 3분도 안 되는 거리기 때문에 무료 보관소를 추천한다. 화장실도 사철 역은 유료이고, 폼페이 유적지 매표소 옆에 있는 곳은 무료이다.
폼페이 유적지도 아르떼 카드로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곳이지만, 입장권은 따로 매표소에서 아르떼 카드를 보여주고받아야 한다. 아르떼 카드를 통해 표를 받는 줄은 일반 매표소 줄과 달리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왼쪽 빨간색 줄이다.
아내와 나는 따로 유적지에는 크게 흥미가 없어서 따로 투어 신청은 하지 않았고, 입구에서 살 수 있는 영어 오디오 가이드라도 사서 들을까 하다가 그냥 지도를 들고 둘러보기로 했다. 참고로 아이폰용 gps연동 증간현실 어플이 있던데 3.49달러이고 별점이 없어서 사지는 않았다. 물론 영어 버전.
입장하고 얼마 안 가 한국 단체 투어 팀 마주쳤는데 이미 다 보고 나가는 중이었다. 오전 11시에 벌써 다 보고 나가는 모습에 정말 부지런하다고 생각하면서 폼페이 구경을 시작하였다.
워낙 폼페이가 넓다 보니 안내 지도에 꼭 봐야 하는 포인트라고 추천되어 있는 곳만 둘러보기로 했는데, 막상 다 보고 나니 3시간이나 지나있어 깜짝 놀랐다. 유적지에 흥미를 가지는 사람이라면 투어를 통해 가이드 설명과 함께 듣는다면 더 재밌을 것 같다.
폼페이 관람 시 한 가지 유의점은 햇빛을 피할 곳이 없다. 11월이었음에도 햇빛이 너무 강해 양산이 간절했고, 앞의 이야기에 썼던 것처럼 이날 저녁 입 주변에 열 수포가 올라와서 챙겨갔던 상비약을 먹고 진정 수분 팩을 며칠하고 나서야 진정되었다.
주요 포인트 들에는 유적지 이름이 이태리어로 쓰여 있는데, 구글 번역 어플에서 사진을 찍어 문자 인식을 통해 번역해 주는 기능을 유용하게 사용하였다. 중간중간 우리가 간 포인트에서 설명 중인 가이드 팀들이 있으면 얻어 듣기도 했다. 전부 영어가이드긴 했지만.
중간중간 유적지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국내 블로그 중에 폼페이 유적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블로그들을 발견했는데, 미리 전날 읽어보고 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유적지에 관심 없고 걷는 거 싫어하는 일행이 있다면 가이드 없이 돌아다니는 건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피렌체로 가는 이딸로를 타기 위해 사철 타고 나폴리 가르발디 역에 도착하였다. 5시 15분 기차인데 3시에 도착하여 근처 버거킹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햄버거 세트 가격은 9.4유로였고, 햄버거가 한국 햄버거 두 배 크기이고 감자튀김도 두껍고 양이 많아 하나 시켜서 둘이서 나눠 먹기에 충분했다.
버거킹 안은 실배스터 스탤론을 닮은 사복 경찰? 경비원? 같은 사람이 계속 순찰 돌고 있어, 노숙자나 이상한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우리도 다리 좀 펴기 위해 의자에 발 올리고 있다가 그러면 안 된다고 주의받았다.
햄버거로 점심을 해결한 뒤 출발 게이트 앞에 KTX 라운지 같은 이딸로 라운지가 있었다. 물어보니 Club 등급 좌석표를 가지고 있으면 무료이고, Prima 등급 좌석표를 가진 사람은 인당 10유로를 내고 사용 가능하였다. 우리 표는 Prima 등급 좌석이었고(Prima는 KTX 특실 같은 구조이다) 역사 내에 중간중간 노숙인 같은 사람들도 보여서 마음 놓고 편히 쉬면서 기다리자고 10유로씩 내고 사용하기로 하였다.
라운지 안에는 스낵바가 마련돼 있고 물, 음료, 커피, 작은 봉지 과자, 초콜릿들이 무제한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 같은 것도 있었다. 역사에서 소매치기나 이상한 사람 신경 쓸 필요 없이 소파에서 편하게 기다릴 수 있어서 돈이 아깝지는 않았다. 모든 소파 양 옆 작은 테이블에 usb 충전 포트가 있어서 폰 충전하기도 좋았고, 라운지 안에 별도의 깨끗한 무료 화장실도 있었으며 열차 시간도 사이니지로 확인할 수 있다.
이딸로가 조금 연착하여 피렌체에 도착했을 때는 호텔까지 가는 C2 버스 막차가 끊겨서 택시를 탔고, 택시비는 역에서 그랜드 호텔 카부르까지 9.5유로가 나왔다.
도착한 호텔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방이 작고 가격 대비 소렌토에 비해 좋지 않아 카운터로 가서 방이 우리가 신청한 사이즈가 맞느냐고 확인까지 할 정도였다. 로마와 피렌체가 남부 도시들에 비해 가격 대비 방이 안 좋다는 말을 실감하며 방에서 보이는 종탑을 위안으로 삼으며 잠에 들었다.
작은 방으로 인해 안 좋은 첫인상과 달리 호텔 서비스나 조식은 만족스러웠다. 특히 카푸치노나 에스프레소가 아닌 아메리카노 커피를 줘서 좋았다. 호텔 로비에도 투숙객들을 위한 무료 음료가 매일 바뀌면서 항시 준비되어 있는 점도 좋았다.
피렌체에서의 첫째 날 일정은 두오모 구경과 우피치 미술관 관람이었다. 통합권을 한국에서 예매해서 갔으며 두오모에 올라가는 시간은 오전 10시 반으로 예매하였다.
아침 8시 반쯤 나와서 혹시나 사람이 많아서 줄을 서야 하나 하고 봤으나 별로 없어서 예배당, 박물관 등을 먼저 구경하기로 하였다. 인터넷 예매를 하여 프린트를 해간 바우처나 어플상에 있는 바코드를 입구에서 교통카드처럼 대면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고, 예배당, 박물관 등이 다 근처에 있기 때문에 다 둘러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
10시가 거의 다 돼서 돌아온 두오모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제법 사람이 있었지만, 엄청 많은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15분 정도면 두오모 꼭대기에 도착할 수 있고, 중간에 돔을 오르기 전 천장 둘레길이 있어 천장화나 아래 성당 내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으나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무서울 수 있다.
두모오까지 올라가는 게 생각보다 계단이 많아 숨이 찼지만, 올라가서 본 피렌체 시내 전경은 그러한 힘듦을 잊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입장 시간이 30분 간격으로 이루어져서 처음엔 꼭대기에 사람이 많지만 일정 시점이 되면 내려가고 올라오는
텀 때문에 한산해져서 사진을 찍기에 좋았다. 내려가는 길이 중간까지 올라온 길과 동일한 외길이라 사진을 찍고 좀 늦게 내려가면 다음 타임에 올라오는 사람들 때문에 길을 비켜주거나 해야 해서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
두오모 꼭대기에서 경치를 감상하고 내려와 성당 내부를 구경하는데, 헌금을 하고 초를 올려놓는 곳이 있어서 아내와 함께 각각 초를 올리며 사진도 찍었다.
두오모에서 내려왔을 때 여행 전 정보를 모을 때 악명이 자자했던 그림단, 흰 얼굴 집시들도 마주쳤으나 그림은 너무 티 나게 펼쳐놔서 밟지 않았고, 가까이 다가오는 흰 얼굴 집시들도 눈도 안 마주치고 무시하고 그냥 지나가거나 '노'라고 말하고 지나가면 따라오거나 말을 걸거나 하지 않았다.
나중에 그림단이 있던 지역을 다시 지나갈 때는 경찰이 한 바퀴 돈 건지 너무 티 나게 펼쳐놔서 사람들이 안 밟아서 다른 장소로 옮겼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오전에 두오모 구경을 마친 우리의 다음 일정은 우피치 미술관 투어였다. 미술사나 종교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미술관 투어는 투어 업체의 단체 관광을 신청하였다.
우피치 미술관 투어 집합지에 도착했을 때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서 옆에 카페 들어가서 점심 먹었다. 고기 소스 파스타와 클럽 샌드위치 먹었는데, 고기 소스 파스타는 짭조름한 맛. 클럽 샌드위치는 빵을 엄청 바삭하게 잘 구워서 인상적이었다. 샌드위치는 담백해서 짭조름한 파스타와 함께 먹기 좋았다.
가이드 분이 도착하시고, 개인 이어폰을 꼭 챙겨 오라고 되어 있었지만, 가이드 분 재량인지 일회용 한쪽짜리 이어폰을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나누어 주었다. 투어 방식은 가이드분이 마이크로 설명을 하시면 우리는 무전기 같은 걸로 듣는 방식으로 복잡한 전시관에서도 가이드분의 목소리가 잘 들려서 좋았다.
가이드분의 열정적인 설명과 가지고 오신 아이패드를 통해 필요할 때 부연 설명을 하시며 보여주시는 추가 그림 자료 등을 통해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던 우리도 투어가 끝날 때쯤엔 그림이 조금씩 읽어졌다. 이때의 투어를 통해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이후 로마에서 바티칸 투어를 할 때도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다. 투어는 총 3시간.
우피치 미술관 투어가 끝나고 가이드분이 티본스테이크로 유명한 달오스떼 15프로 할인 쿠폰을 주셔서 저녁은 티본스테이크를 먹기로 하였다.
드라이에이징 소고기 티본스테이크 1.2kg를 시켜서 나눠 먹었는데, 많이 먹지 않아서 적은 양을 시키려고 했지만 1.2Kg가 메뉴판에서 제일 작은 사이즈였다. 사이드 메뉴로는 추천받은 햄+멜론을 시켰으나 햄이 기대했던 얇은 하몽이 아니라 두껍게 썰려 나온 다른 종류의 햄이었는데, 먹다 보니 고기 누린내 때문에 좀 역해져서 다 먹지 못했다.
스테이크는 1.2kg라는 수에서도 느껴지듯 엄청 양이 많고 두꺼워서 평소 레어로 먹는 사람이라도 미디엄 레어를 시키는 걸 권장한다. 레어를 시키면 정말 고기점에서 볼 법한 고깃덩이가 나온다.
음식 맛은 명성에 비해 썩 만족스럽진 않았다. 바빠서 그런 건지 원래 그런 건지 고기 전체에 간이 고루 배어있지 않아 느끼했고, 우리 입맛에는 나중에 사진작가분이 추천 주셔서 갔던 현지인 맛집 보르디노 (Trattoria Bordino)에서 먹은 티본스테이크가 더 맞았다.
하루 종일 두오모를 오르고 미술관을 구경하며 걷느라 지친 다리를 이끌고 내일의 여정을 위해 숙소로 돌아오며 본 피렌체의 밤거리는 으슥한 골목으로만 들어가지 않는다면 여행 전 정보를 모을 때 느꼈던 것보다 위험해 보이지 않았고, 관광 중심지다 보니 사람도 많아 야경을 구경하며 돌아다니기에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이날의 마지막 일정은 그랜드 호텔 카부르를 예약했던 이유인, 두오모 야경을 즐길 수 있는 호텔 루프탑 바에 가는 것이었다. 오전에 두오모 구경을 위해 출발하기 전에 저녁 8시에 테이블 예약하고 나갔는데, 예약을 하면 인당 18유로에 음료 1잔이 포함된다. 하지만 성수기가 아니라면 예약 안 해도 될 것 같은 게, 우리가 갔을 땐 빈자리가 많았고 음료는 모두 16유로 이하였다.
루프 탑 바에서 바라보는 두오모의 야경은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웅장함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남부와 달리 피렌체의 11월 중순 저녁 날씨는 꽤 추웠고, 온열기가 있었는데도 추워서 담요를 달라고 하여 덮고 있었다. 또 적외선 온열기 때문에 카메라 화이트 밸런스가 오작동하는 건지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사진이 분홍빛으로 나오는 단점도 있었다. 개인 적으로는 완전 저녁보다는 노을이 지는 초저녁쯤이 웅장한 두오모를 배경으로 인물 사진을 찍기에 더 좋을 것 같았다.
멋지긴 했지만, 호텔 루프탑 바는 비투숙객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대비 객실의 질을 생각한다면 굳이 루프탑 바 때문에 이 호텔을 이용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하며 더 쌀쌀해지는 밤공기를 피해 방으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