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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도 처음이라 Feb 03. 2018

13박 15일간의 이탈리아 신혼여행 - 남부 도시

소렌토, 포지타노, 아말피

신혼여행으로 이태리를 다녀오고 난 뒤 가장 아쉬웠던 점들 중 하나가 남부 도시 일정을 더 길게 잡지 못했던 점이다. 지난 나폴리 여행기에서 말했던 것처럼 보통 이태리 여행 패키지를 보면 남부는 하루 투어 코스로 잠시 들렀다 가는 게 대부분인데 아내와 나는 3박 4일을 남부에서 보냈음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이가 지금 여행 계획을 짜면서, 남부는 ‘위험하다더라’는 생각으로 남부 일정을 당일 투어 정도로만 짜고 있다면 분명 아쉬움이 남을 것이므로 조금 더 일정을 길게 잡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관광객들이 다니는 곳들은 생각보다 위험하지도 않을뿐더러 특히나 호텔을 숙소로 한다면 더더욱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호텔 안티체 무라


앞서 호텔 설명글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소렌토에서 우리를 반겨준 호텔 안티체 무라 (Hotel Antiche Mura)는 전체 신혼여행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호텔이었다.


여행 전 각 호텔에 신혼여행임을 이야기하며 좋은 방을 부탁한다는 메일을 보냈었는데, 유일하게 축하 샴페인을 준비해 주었다.


USB 충전용이 따로 있고, 한국형 전원 플로그도 별도의 어뎁터 없이 연결할 수 있는 편의성도 좋았다.


또한, 절벽 바로 옆에 있는 호텔의 특징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전망 좋은 방까지 무엇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


둘째 날 저녁을 먹으러 나갈 때 근처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했는데, 몇 군대를 추천해 주며 부탁하지 않았음에도 원하는 곳을 이야기해 주면 자신들이 대신 예약을 해주겠다며 전화로 예약해주었다.


소렌토 밤거리


짐 정리를 마치고 소렌토는 고급 휴양지 느낌의 관광지기 때문에 치안이 안전하다는 말을 들었고, 실제로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지는 않아 아내와 함께 저녁 식사 전 밤거리를 좀 걸으며 구경을 하였다.

골목을 지나다가 동네 사람들을 위한 작은 성당을 발견하였는데, 화려한 듯 하지만 지나치지 않은 색감의 내부가 인상적이었다.


기념품 가게 골목으로 가니 레몬 첼로와 레몬 사탕, 형형색색의 파스타를 파는 가게들이 쭉 있었는데, 확실히 치안이 안전하다는 말 때문인지 나폴리 때와 달리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한국어로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한국어로 쓰인 판매 문구도 보여 신기했었다.


진토니오 레스토랑 (Ristorante Zi'Ntonio)


저녁식사를 위해 우리가 찾은 식당은 호박꽃 튀김으로 유명하다는 Ristorante Zi'Ntonio였다. 국내 블로그에 이미 알려진 집이라 한국인들이 앉은 테이블도 보였다. 다행히 비성수기라 그런지 대기를 해야 하거나 하진 않았고 예약 없이 갔음에도 바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우선 호박꽃 튀김(zuchini flower)을 시키고 새우구이와 해물 리조또(risotto prescatore)를 시키고 추천해 주는 지역 와인을 작은 병으로 하나 시켰다.


이태리 음식들이 와인을 함께 마시는 것을 전제로 해서 인지 대체로 짠맛이 강한 편이었는데, 이곳의 해물 리조또는 해산물에서 우러나는 감칠맛이 뛰어나 계속 찾게 되는 맛있는 짠맛이었다.


우리가 갔을 때 2명의 웨이터가 있었는데, 한 명은 훤칠한 키에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약간은 느끼한 중년 아저씨 같은 사람이었고, 다른 한 명은 미드 빅뱅이론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셸든 리 쿠퍼 같은 이미지의 좀 더 젊은 사람이었다.


두 명의 웨이터 성향이 서로 달라 재밌다고 느꼈다. 첫 번째 느끼한 사람은 이태리 사람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의 느끼한 멘트가 몸에 배어있고 시종일관 친절한 사람이었고 두 번째 사람은 패션업계 영화에 자주 등장할 법한 츤데레 스타일의 사람으로 시니컬한 농담을 주로 하고 틱틱거리는 말투지만 다 들어주는 타입의 사람이었다.


기분 좋게 서비스와 식사를 마친 아내와 나는 이태리는 팁 문화가 없는 것을 알았지만, 고마움의 표시로 팁을 남겨두었고 느끼한 아저씨의 느끼한 고마움 가득한 인사를 받으며 기분 좋게 호텔로 돌아왔다.


포지타노로 가는 길


둘째 날 우리의 목적지는 남부 해안 마을들 중 가장 유명한 포지타노와 아말피였다. 호텔 조식을 일찍 먹고 SITA 버스를 타기 위해 역으로 나왔다.



우리는 나폴리에서 아르떼 카드를 구했었기 때문에 따로 SITA 버스 요금을 내지 않았다. 오전 9시 15분 버스를 타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어서 포지타노로 가는 동안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는 오른쪽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버스는 소렌토 - 포지타노 - 아말피까지 운행하며, 소렌토에서 포지타노까지는 약 1시간 15분 정도 걸렸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한국처럼 전광판이나 친절하게 버스 시간표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 정거장마다 아래와 같이 프린트된 시간표가 붙어있는데 N, F, G, H, L, S 구분 별로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유해야 한다.


N= no school day
F= working day
G= daily
H= sunday & holiday
L= monday to friday
S= school day


우리도 시간표를 잘못 보는 바람에 포지타노에서 아말피로 넘어갈 때 1시간가량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렸었다. 포지타노의 버스 정류장은 너무 작아서 우리가 기다리는 동안 뒤에 도착하는 사람들이 여기서 버스 타는 게 맞냐고 물어봤었다.


아내와 나는 일반적으로 내리는 해안에 가까운 정거장이 아니라 그전 정거장인 Positano (chiesa Nuova)에서 내렸다.


해안 절벽 마을이다 보니 해안에 가까이 내리면 오르막을 올라오면서 마을을 구경해야 해서 반대로 걸어 내려가면서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11월임에도 더웠던 날씨 탓에 버스에서 내려서 바로 보이는 구멍가게에서 물을 한병 사고 마을 구경을 출발하였다.



풍경과 가게들을 구경하며 내려가는 길에 현지식 점심 식사로 유명하다는 Casa e bottega에 들려 점심식사를 하였다. 스무디 보울과 파스타를 시켰는데, 스무디 보울은 우리나라로 치면 유기농 건강식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그렇게 감탄하면서 먹을 맛은 아니었지만 가게가 예쁘고 분위기가 좋아서  잠시 쉬어가기에는 좋은 곳이었다.



해안가로 내려왔을 때 레몬 케이크로 유명한 집이 있다고 하여 기대하고 갔었지만, 아쉽게도 쉬는 날이어서 맛을 볼 수 없었다.


원래는 유람선을 타고 포지타노 전경을 구경할 예정이었지만, 11월에는 운행을 하지 않아 탈 수가 없었고, 배를 운행하지 않아서인지 정비작업 같은 것을 진행해서 좀 어수선했다.



아말피


다음으로 도착한 아말피는 포지타노 보다 좀 더 관광지로서 잘 정비된 느낌의 해안 도시였는데, 사실 이미 절벽 마을을 포지타노에서 보고 와서인지 포지타노 절벽 마을이 처음 보였을 때의 감흥보다는 좀 덜했다.



포지타노에서 걷느라 지친 다리를 쉬기 위해 디저트로 유명한 Pasticceria Andrea Pansa에서 종류별로 몇 가지를 사서 야외 테이블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가졌다.



아래 모자 모양의 빵은 빵집마다 파는 것 같아서 호기심에 먹어보았는데, 와인에 절인 빵으로 한입 베어 물 때마다 와인이 입안 가득 나오는 특이한 디저트였는데 호기심에서 먹어보려는 게 아니라면 썩 권하고 싶지는 않다.

 


아말피에서 소렌토로 돌아오는 길은 중간에 사고가 나있어서 차가 생각보다 많이 밀 예상보다 1시간 가까이 더 걸려 2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아내와 나는 저녁 먹는 것 외에 다른 일정이 없었기 때문에 상관이 없었지만, 여행 계획을 타이트하게 짠 사람이라면 뒤 일정에 차질이 생겼을 것 같았다.



타쏘 레스토랑 (Ristorante Pizzeria Tasso)


소렌토로 돌아와 두 번째 날 저녁으로 우리가 찾은 곳은 호텔에서 추천해 준 Ristorante Pizzeria Tasso였다. 음식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태리 식당에서 좀 특이한 경험을 하여 그 이야기부터 먼저 하려고 한다.


직접적으로 아내와 내가 나온 사진은 올리지 않지만 이전 글을 쭉 읽어오는 사람이라면 몇 안 되는 아내의 뒷모습이 나온 사진 속 옷이 모두 청바지에 후드티 밖에 없다는 것을 눈치챈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돌아다닐 때는 커플룩으로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고 후줄근하게 다녔는데, 이태리에서 우리가 소매치기를 경험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딱 봐도 털어도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후줄근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농담을 서로 할 정도로 편하게 입고 다녔다. (아내는 그것보다 내가 후드티를 입고 있으면 동양인 미군 장교 같은 느낌이 나기 때문에 소매치기를 시도하지 않은 것 같다고 계속 이야기한다.)


하지만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종종 레스토랑을 찾을 때는 TPO에 맞춰 옷을 입고 다. 두 사람 다 세미 정장 스타일로 깔끔하게 옷을 입고, 나는 머리 손질을 통해 깔끔한 리젠트 스타일 올림머리로 아내는 머리 세팅뿐 아니라 풀 메이크업을 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호텔 금고에 두고 다녔던 액세서리까지 모두 착용하고 갔었다. 이 날도 그런 날이었다.


이 때문이었을까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식사 중이었는데 빈자리가 있었음에도 우리는 그들이 식사 중인 곳이 아닌 안쪽 내실 같은 별도의 장소로 안내되었다. 주문을 받으러 온 웨이터도 밖에서 주문을 받는 젊은 사람이 아닌 메인 지베인 같은 분이 와서 주문을 받았다. 우리가 저녁을 먹었던 공간에 동양인은 아내와 나뿐이었고 식사 중에 들어온 동양인이 있었는데 밖의 빈자리로 안내되는 것을 봐서 기분이 더 묘했다.


저녁 식사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특히 모둠 해산물 구이를 추천받아 시켰는데, 평소 생선구이를 잘 먹지 않는 나도 맛있게 먹을 정도로 신선하고 잘 구운 요리였다. 함께 곁들여 먹은 허브 베이스의 소스도 생선 구이들과 너무 잘 어울렸다.



모둠 해산물 구이 외에는 카프리제와 리조또를 시켰다. 카프리제는 모차렐라 치즈를 직접 가게에서 매일 만든다며 적극 추천했었는데 정말로 맛있었다. 리조또는 어제 갔던 진토니오에서 먹은 리조또가 너무 맛있었던 탓일까 무난한 맛으로 느껴졌다.



둘째 날의 저녁식사도 만족스럽게 마무리를 하고 돌아온 우리는 첫날 받았던 샴페인을 마시며 다음날 오전 폼페이를 들렸다가 피렌체로 가기 위해 일찍 잠에 들었다.


약간(?)의 보정을 통해 완성한 포지타노의 멋진 풍경을 마지막으로 남부 도시 여행 이야기는 마무리할까 한다. 이태리 남부 도시는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그 속에서의 여유로움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아마도 다시 이태리를 찾는다면 여름 시즌에 남부 도시를 방문하여 해안가를 더 즐기기 위해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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