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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는다

조성범

by 조성범

익는다

사과는 익으면 불그레 수줍음을 떨구고
풀잎은 한낮의 더위에 잎새를 떨구고
바람은 계절 따라 가늘게 굵게 낮게 높게 난다
나무뿌리는 빗방울을 품었다가 개울에 물길을
골짜기는 산마루가 높을수록 더 낮게 고랑을 만드네
소나무는 가지를 부딪치며 군락을 만들어 종을 보존한다
물은 돌멩이에 차이고 절벽에 낙화하며 탁마 하여
단물이 되어가고 뭇 생명의 생명수가 된다
사람은 세월이 쌓일수록 가진 것 지키기 바쁘고
내 것 아닌 걸 홈치기 바쁘다
배움이 깊을수록 욕망의 그릇은 커지고 깊어질까
겉과 속이 표리 부동해야 정말 잘 사는 것일까
누구나 때가 되면 한 줌의 흙이 되거를
흙을 밟지 않고
포장된 도로 위를 질주하네


2013.7.17.

조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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