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범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엿 같은 세상에
핀 절규
이 자유는
그의 무덤로부터 온
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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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한민국”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
민중의 나라가
단 하루라도 펼쳐지길
자유의 숨 헐떡거릴 때까지
아! 세상이여 이 나라에 자유가 있는가?
아! 절망이여 이 나라에 주인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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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수레바퀴들”
불의한 역사의 한복판에서 온몸으로 불사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살지도 죽지도 못하고 건너는
한 인간군상의 실존을 걸으며
파렴치한 세월을 살아낸
노동자의 삶 앞에 무슨 말도 어렵다
온몸으로 치열하게 노동으로 한생을 산
한 노동자의 삶을 함께
건너 가다 보니
어느새 눈물이 가슴을 메우고 있었다
그의 삶은 생명에 대한 절규,
자유를 향한 타는 목마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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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산먼길”
시간의 숲을 거슬러 오르다 보니
이박 삼일의 낮밤이 풀어질 즈음
세월의 강을 하나둘 건너 가고
강 건너 자유의 촛불이 지피며
산과 강 들을 뻘건 희망이 수놓고 있네
숨 쉬는 생명이 처절하게 걸어간
한 시대의 절규, 잠언의 유폐된 역사
생로병사의 저 깊은 늪 속에서
살아내야만 했던 사람들 사이로
이유도 없이 살아져간 이웃, 민중의 죽음을 먹고
나 지금 한 움큼 숨쉬고 있음을 토혈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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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의 고독한 절규와 함께 삼일의 낮밤이 지고
악마의 세월을 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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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빨리 끝내고 갑시다. 어이, 올라가!”
누군가가 내 발을 들어 어딘가에 올렸다. 불안에 떠는 발바닥으로 플라스틱, 감촉이 전해졌다. 의자가 뒤뚱거렸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그 위에 올라섰다. 그러자 반질반질한 느낌을 주는 끈이 목
을 휘감았다. 나는 목매달리고 있다는 극도의 공포심에 떨면서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온몸의 피가 얼굴로 솟구치며 눈, 코, 입으로 터져나갈 것 같았다. 그때 의자가 툭 소리를 내며 발밑에서 사라졌다. 밧줄이 목을 팽팽하게 조이자 목구멍이 턱 막혔다. 발을 구르며 조여지는 숨통을 열기 위해 용을 쓰자 항문으로 똥 한무더기가 비어져나왔다.”
“ 이런개자식! 마. 이렇게 약해빠진 놈이 왜 까불어?”
(건너간다/ 이인휘, 창비, 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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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소설 이인휘 작가의 <건너 간다>를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으며 외상으로 무상으로 무임승차하고 '쥐 뜯어먹은 것 같이' 살아온 나를. 이 땅에서 죽어간 이웃들의 통곡을 들으며 자본의 노예로 길드는 나를 되돌아본다. 더 늦기 전에 뜨거운 민중의 눈물과 하나 될 수 있어 다행이다.
<건너 간다> 이박 삼일 낮밤 읽으며 미어지는 가슴소리 안기 버거웠다. 글자 하나 하나에 올곧게 살아온 그 심장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를 안 것은 사흘 전이나 그 소설 <건너 간다> 읽으며 단어 하나 하나 놓치지 않으려 시간을 부여잡고 날 밀어 넣었다.
한 사람이 온몸으로 노동자와 함께 살아낸 절규는 지상에 사는 사람들의 노리개처럼 허공을 향해 떠돌며 고비마다 마디마디 뭉개지며 목줄에 끌려가는 한 자유인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그는 무엇을 위해 날 선 삶을 그토록 무던히 살았을까? 그의 시간에 나의 시간을 조준하니 나의 세월은 나를 위한 엷은 몸부림이었구나. 살아있는 자의 멍에, 산 자의 지문이 나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키며 새김질하고 있었다.
잘 사는가?
2017.3.30.
조성범
*돋움체와 " "는 소설의 차례와 글 인용 부분이다.
*<건너 간다> 이인휘 저, 2017.2.28.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