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갓집 장작불

by 조성범



처갓집 장작불


1.


장인 생신 차 어제 늦밤에 와서


이 아침 과수원 길 걷노라니


흙냄새 싱그럽게 피어오르고


산새 소리 쫑알쫑알 산천 휘감으며


땅바닥 푸른 숨 조각조각 오르는구나


2.


맏사위 태전 처갓집 늦밤에 오다


밤새 탁배기 말술 처남과 들이키다


선잠에 깨어 첫새벽 과수원 길 걷노라니


산빛 머금은 종달새 하늘하늘 뛰놀고


지천으로 푸른 싹 옹알옹알 어둠을 밀치는구나


3.


가마솥 아궁이 장작불 훨훨 타오르다


가느다랗게 줄지어 선 공기 더미 움켜쥐고


마른 참나무 스무 해 라이테 길길이 지지다 보니


사시사철 풍파가 고스란히 자맥질하며


잊힌 세월의 인내 송두리째 쏟아지네


4.


빈 몸을 허공에 틀어 잎살에 바람결 물고


긴긴 겨울밤 싸늘하게 빈 가지 부러뜨리며


봄마다 푸른 숨 가지가지 늘어뜨리더니


한여름 폭풍우 언덕받이 홀로 마주하다


뼈마디 산산이 분지르고 불쏘시개 활활 타오르네


5.

산골 초막 노인장 지게에 헐겁게 올라타


아장아장 산소리 뚝뚝 끊어내고


땅속 기억 찾아 활활 밑불 덮고 누워


젖은 속살 남김없이 바람에 내주다


한 줌의 재 되려 탁탁 산화하는구나



2017.4.3.


조성범


*엊그제 처갓집 늦밤에 도착하여 밤새 농주하다


첫새벽산책하며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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