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무봉 옛글

엄니 아부지

조성범

by 조성범

어머니 아버지


엄마

아이가 가방을 메고
터벅터벅
소풍을 간다
김밥을 싸는
엄니의 발걸음이 바쁘셨다
푸른 간장 김밥에
엄마가 누워 있다


아부지

팔순이 되셔도
창자보다 긴 비닐하우스 네 동을
새벽에 일어나셔서
자식의 가슴보다 더 길게 뽑아
꼬부랑 할아버지가
바닥을 끄는구나


어머니 아버지

어머니의 손이 젖는다
잘 살아 이놈아
아버지가
저 멀리 밀차에 기대어
땅을 긴다

어머니의 눈에
사랑이 주렁주렁 떨어진다

아버지의 가슴에
눈빛이 다 타들다


2013.5.9.
조성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