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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달프다

조성범

by 조성범

애달프다

아프지 않은 것은 털끝만치도 없다
땅바닥을 기는 개미도 가장 낮은 곳에서 하늘을 보느라 애달프고
땅속에서 평생 굴을 파느라 제 한 몸 비틀기 바쁜 지렁이도 어둠에 짓눌려 애달프고
이슬을 먹고 짧은 2주간의 일생을 치열하게 묵도하며 황록색, 노란색 빛을 까는 반딧불이의 밤하늘이 애달프고
가을하늘 높은 줄 모르고 허공을 기어오르는 고추잠자리가 먹이사슬이 된들 높은 하늘은 푸르러 애달프고
논바닥을 쓰는 경운기 발동기 소리에 농심이 누렇게 타들어가고 벼이삭이 익을수록 촌로의 허리도 기울어져 애달프고
남쪽에는 서울의 한강이 흐르고 평양에는 대동강이 흘러 서해바다에서 만나는데 서울은 불났고 평양은 불질하니 애달프고
백두산 천지에 푸른 물 넘실거리고 한라산 백록담 물이 마르고 닳아 애달프고
한반도 백두산 병사봉에서 지리산 천왕봉에 이르는 1500여 키로의 등줄기에 철책이 가로막혀 애달프고
남한이니 북한이니 한 조국 아래에 두 조국을 봐야 하는 민초는 애달프고 서러워 미치겠네
정치꾼 쌈질하는 데 지치고 억눌려 차라리 지렁이가 돼 땅에 묻히고 싶다고
하루도 잠잠할 날 없는 이 땅이 누구의 땅이기에 자기들 맘대로 쌈질하고 난리야
사랑하기에도 짧은 찰나 같은 생이 서럽고, 개똥벌레 같은 한 번뿐인 아침을 탐하느라 애달프다


_1집 빛이 떠난 자리/ 조성범/ 작가와비평 시선

-일부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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