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노동자의 눈물

조성범

by 조성범

경비 노동자의 눈물



현대판 머슴이 경비노동자라네

아파트 궁 왕비 마마 명 따라

순찰하고 청소하고 택배 분류하고 주차 관리하며

첫새벽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24시간 일하네

한 달 일백오십 여 만 원 품팔이 목줄 잡혀

육 개월 일 년 단위 노비 계약을 밥 먹듯 하네

부녀회장 터진 입과 손짓 발짓 보고 동대표 떠받드네

오밤중 새벽 세시에 경비실 두드리며 택배 달라고

비틀비틀 술 냄새 풍기며 반말 찍찍하며

막무가내 택배 내놓으라고 소리 지르지

2304호 선생님 택배 도착한 게 없습니다

씩씩거리며 한 말 또 하고 또 하고 꽥꽥거리다

담벼락에 오줌 갈기고 주저앉아 잠들면

그 큰 덩치 메고 하늘로 길게 오르네

주말 점심 지나 자식인지 손자인지 손잡고 보무당당하네

오늘 새벽 한 짓은 저금했는지 나 몰라라

뭐 하는지 보니 들리는 풍문 대기업 부사장이라네

모 대학 교수로 꽤 유명한 석학이라네

눈치코치 백 단이 되어 허리 굽히고 굽히다

맘 자락 납작 깔고 안녕하세요 인사하네

거들먹거리며 명절 때 식은 떡 조각 던지듯 주네

상한 것 아니니 버리지 말고 맛있게 먹으라고 당부하며

하늘이 알고 땅이 알지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귀찮은 것

네네 넙죽 고개 숙이며 맛있게 먹겠습니다

휜 등짝 바닥에 깔다 보니 일 년이 가고 가네

부녀회장 눈꼬리 살피다 인사 안 했다고

김 노인 시름 서 말 지고 경비실 떠나네

어느 경비 어르신 말씀이 오늘따라 꼼지락꼼지락

“집나 올 때 사람 놓고 출근해, 그래야 일할 수 있어”

세상만사 머슴이 다되어 인심 밑바닥 살피니

사람 겉모양 다 쓸디 없는 거더라

악의 꽃 화려하게 아파트 궁마다 흐드러지게 피더라

어둠 질리게 먹으며 이 밤이 저 멀리 오고 있네




2017.6.10.

조성범



*실재 경험을 바탕으로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