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비가 되어
뜰을 거닐고 있어요.
고갯마루 넘고 넘어 산허리를 휘돌아
첫 손님으로 찾아오셨어요.
이른 동틀 무렵
부스스 눈망울을 깜박이며
창밖을 바라보니
탄천 미루나무 잎새귀에
굵은 물방울을 내동댕이치고
숨 집 화단까지 쏜살같이 달려왔습니다.
꽃비에 실려 온 사랑이 유리창에 흐르고
보고픈 품속 사랑은
그렇게 주룩주룩 눈물비가 되어
온 들녘을 너울너울 적시고 있어요.
밭마당을 지나
앞뜰에 한 움큼 뿌리더니
저어 멀리 먹거리로 풀칠하는
논밭의 채소와 비닐하우스에
시원한 산바람을 두어 사발 내려놓고
이제 막 자리 잡기 시작한 논밭에
기운차게 듬뿍 뿌려주고
논두렁의 붉은 강낭콩 잎사귀에
다칠세라 한 방울 떨구더니
촐랑촐랑 잔물결을 이루며
장단 맞춰 산물이 되어 흐르고 있네.
2012.06.05_2. 화.
조성범
*눈물비 [명사] 주르륵 흘리는 눈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논두렁 [명사] 물이 괴어 있도록 논의 가장자리를 흙으로 둘러막은 두둑.
*밭마당 [명사] [같은 말] 바깥마당(대문 밖에 있는 마당).
*저어[대명사] [방언] ‘저기1(말하는 이나 듣는 이로부터 멀리 있는 곳을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의 방언(경남).
*촐랑촐랑 [부사] 1. 물 따위가 자꾸 잔물결을 이루며 흔들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졸랑졸랑’보다 거센...
*산물[명사] [같은 말] 생수 2(生水)(1. 샘구멍에서 솟아 나오는 맑은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