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무봉 옛글

희망이라는 거짓

조성범

by 조성범

희망이라는 거짓



어미의 양수를 헤엄 칠 때가 그냥 좋았다
죽기 살기로 꼬리를 흔들어야 했지
썰물에 베어지고 밀물에 마르고 닳도록 뛰어야 했다

희망을 말하는 자 길들여진 거 아닌가
길들이느라 묵은 채찍이 쇠줄이 됐다
그 누가 이 땅에 희망이 있다 하나
염탐하느라 열개의 심장을 끼고 너털웃음을
내 마음은 아니라고 난 아니라고
내 집은 환하게 빛의 장막에 쇳덩이 두르고 있으니 난 몰라요

이 땅바닥에 애를 낳기를 두려워하는 놈 년의
이 땅에서 빛에 취한 깍두기판, 어둠을 거들먹거리며 그늘을 염려한다

빛에 취해 매일 빛을 시궁창에 버리면서
희망을 말하는 카멜레온 족속은 정령 누구이더냐
그들의 세상에 희망은 없유

통일을 돈으로 계산기 두드리는 그들의 혀에 희망이 도려진지 한참 됐다

희망은 기절했다
속주머니에 빨간 칼을 숨긴
여기는 염라의 땅이다

날이 지고 날이 지면
천의 해가 뜨고
만의 태양 새끼들이
이 땅을 휘저은 여기는 지옥불이다

앞치마 두르고 한자를 지껄이며
한글을 엎어 치는 여기에 희망이
앞치마 두르고 양아치 앞에서
해괴한 영어로 지껄이는 이곳에
푸른 기왓장 밑에 한자 부수를 지껄이는

희망은 없다 희망은 없다

존재의 늪에 거들먹거리는 그녀와
목이 잘린 총칼이 심장을
자근자근 베고 있는 데

희망은 없다 희망은 없다
남은 남이고 북은 남인 곳에

북은 남이고 남은 북이다
희망은 있다 희망은 있다


2013.7.31.
조성범

매거진의 이전글빛이 누운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