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무봉 옛글

가장

조성범

by 조성범

성당에 다니는 아내,
말없이 몇 날을 혼자 다니나 보다

새벽에 글을 쓰며 기도한다
나의 가족과 비정규직과 나의 나라 조국이 오늘도 무탈하게 지나게 지켜주세요

오늘 새벽에는 떨어진 낙엽이 빗물에 땅바닥에 붙어 있어
끈적하게 빗질하느라 목신에게 인사를 못했다

밥술 뜰 때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사랑하는 딸과 아내,
제가 가장의 노릇을 할 수 있게

시골에 계신 아부지 어머니 장인 장모님
올 한 해도 건강하게 지나게 지켜 주세요

글쟁이로 3 시집을 쓰고 있습니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인도하여 주세요

팽목항 바닷속, 물속에서 부모형제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조국의 이웃을 어머니 아버지의 품으로

북녘 하늘에 살아내는 조국 형제자매들
무탈하게 보살피소서

하느님께 모든 걸 맡깁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4.10.31.
조성범

. 담달 11 월 초에 팔순 지나신 아부지가 수술하신다. 할 수 있는 게 숨 쉬는 거 말고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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