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무봉 옛글

봄은 등을 구부리고

조성범

by 조성범

봄은 등을 구부리고


목련이 흩뿌려도
오는 여름을 막을쏘냐
괴나리봇짐에 향이고
천리를 간들
떠난 님이 솟겠는가.

개울 넘어 능선에
진달래 붉게 타오르고
밤새 울어댄들
봄철 몇 날 며칠 지나면
갈잎이 되어 하늘을 부여잡고
이산 저산 떠돌겠지

이 봄은 사지 부러뜨린 채
이 반도를 틀어쥐고
물려받은 군홧발에 고이 걷어차려 피어났더냐.
섬섬옥수 고운 금수강산에
떼 놈 왜놈 호사하라고
억 겹을 울어댔는가.

봄이 서럽게 등을 구부리고
파리하게 꽃비를 흩뿌린다.


2013.4.19.
조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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